1963년 5월 나는 대령으로 예편을 하게 되었다. 15년여 만에 군인(軍人)의 길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5·16으로 군인들이 대대적으로 민정(民政)에 참여하게 되면서 나 또한 뜻 하지 않은 운명을 맞게 된 것이었다. 인생유전(人生流轉)…, 제 2의 인생이었다.
공병으로서 군 최고수뇌부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어차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공병감을 하고 군복을 벗고 싶었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나로서는 예편은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얼마 전 관행처럼 육군출신이 맡아왔던 합참의장에 해군출신이 맡아서 화제가 되었지만 공병출신이 참모총장이나 차장을 맡은 전례가 없다. 공병감이 끝이다. 육군은 뭐니 뭐니 해도 주 병과가 보병이고 보병출신이 최고 수뇌부에 오르는 것이다.
사실 내가 건설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오게 된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혁명정부의 건설부(建設部) 창설이었다. 건설부는 1948년 대통령령(令) 제12호로 내무부(지금의 행정자치부)장관 소속 하에 설치된 건설국이 모체였다. 1955년 2월 건설국은 토목국으로 개칭되었다. 같은 시기에 전후복구와 경제기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흥부(復興部)가 설치되었으며, 1961년 5월에는 건설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960년 민주당정권하의 제2공화국에서 국토건설본부가 신설되었지만 1961년 5·16혁명 정부가 국토건설청을 신설하고〈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내무부 산하의 토목국과 상공부 산하의 해무청(海務廳)을 흡수했다.
그러니까 내가 건설부로 갔을 때의 정식명칭은 국토건설청(國土建設廳)이었다. 1962년 6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국토건설청을 건설부로 승격하였지만 형태만 존재했을 뿐 기구나 조직이 없었고 정책입법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 건설성(建設省)을 벤치마킹해 건설부를 설립할 계획으로 1963년 일본으로 건너가 건설성을 견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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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3년 5월 일본 건설성 견학 차 일본 동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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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건설성 사무차관이던 야마모토 사보로 씨가 나를 전담해서 브리핑도 해주고 자료를 챙겨주며 적극 도움을 주었다. 나는 야마모토 씨가 챙겨주는 노하우를 한국 건설부 설립에 적극 적용했고, 따라서 일본 건설성이 벤치마킹되어 우리 건설부의 관계법령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그때 임해(林海)공업단지 건설, 하천(河川) 종합개발 등의 노하우도 배워왔다. 가령 하천 종합개발 계획만 해도 여러 부처가 관련된다. 발전은 상공부, 농지조성은 농림부, 하천개발은 건설부, 상하수도는 지방자치나 환경부 등의 관계부처가 예산을 조율하고 집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각 부처마다 법령이 다르고 적용기준도 다르니 혼선과 갈등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안 하려고 한다. 일종의 복지부동(伏地不動), 보신주의(補身主義)가 되는 것이다. 공무원의 속성이라는 것이 그렇다. 결국 그렇게 되면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각 부처를 통합할 수 있는 관계법령 정부조직법 노하우를 내가 일본에서 전수 받아온 것이다. 그런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랄까, 나는 우리가 일본 건설성을 모방했지만 오히려 더 선진적인 건설부법령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가령, 소양강 댐을 일본의 미호로 댐을 벤치마킹해서 건설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소양강 댐이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이는 총체적으로 우리 건설부가 더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사실 일본은 수자원(水資源)이라는 개념은 없고 하천개념만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벌써 모든 물을 국가건설과 국민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치수(治水) 차원의 정책을 수립했고 총체적 수자원 개념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