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삼풍농원이 있기 까지는 만만찮은 자금이 들었고 땀이 배어 있는 것이다. 원래 본관자리에 땅 주인이 살던 농가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기거하며 손수 벽돌을 날랐다.
특히 보기에는 간단한 것처럼 보이나 농원의 모든 시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과학적인 기술이 들어있다. 수영장, 연못의 물도 지하로 펌프가 연결되어 있어 계속 흐르고 있다. 물이 농원을 한 바퀴 돌며 계속 흐르게 해서 정화되는 순환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모래, 자갈, 모래, 자갈을 깔아 그 밑으로 물이 새어 들어가 저수탱크로 모인다.
댐에서 낙수하는 물은 88연못, 물레방아 연못으로 돈다. 그 물은 정자연못까지 내려와 다시 낚시터로 간다. 그러니까 한번 끌어올린 물은 버리지 않고 몇 군데를 거치며 정화되게끔 설계를 한 것이다. 이것은 내 아이디어인데 건설부에 있을 때 댐 건설을 하며 체득한 용수관인지도 모르겠다. 물은 절대 보물이다.
또 건축양식에 있어서도 건물을 하나 지을 때마다 컨셉이 있다. 본관은 프랑스 미술관건물을 모방했고 안채는 영국의 성(城)을 모방해서 지었다. 또한 정문과 후문, 아치들도 유럽의 성과 아치를 컨셉으로 했다. 가장 늦게 지은 안채는 우리 부부가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 건물이 아담하다고 할 정도로 작은 편인데 현역에서 물러나면 큰 집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대신 방음(防音), 방서(防暑), 방한(防寒)이 잘 되어 있어서 조용하고 아늑하다.
그러나 삼풍의 건물과 시설물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함으로써 과거의 유물처럼 보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도 아쉬운 점은 초창기만 하더라도 농원은 다람쥐가 굉장히 많을 정도로 자연환경의 땅이었다. 그러나 뒷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자 동물의 왕래가 단절되었다. 수목도 40여년 크다보니 빽빽하게 들러붙는 상황이 되었다. 솎아내고 큰 나무는 과감히 들어내는 작업을 하지 못한 결과다. 60년대 처음 식목할 때부터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거리를 두고 심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면도 있고, 어느 정도 커지면 캐서 팔거나 기증을 했어야 했는데, 마치 자식 키우는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너무 늙어 조경할 수도 없거니와 나무 하나를 뽑아내려 해도 도로를 내고 중장비가 들어가야 하는 큰 공사다. 여름이면 가지치기를, 겨울이면 보온시설을 해주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고 농원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80년대 들어서부터 음식점 위주로 농원을 운영하다보니 수입에 비해 세금만 해도 몇 억을 내야하고 유지가 벅찬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