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들어서서 서울시장을 지냈던 김용래(金庸來, 1934 - 2009),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이인제[李仁濟, 1948.- ] 씨가 행정적으로 지원해 줄 테니 관광호텔을 지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농원 내의 요식업, 예식업 등 서비스업이 성업을 할 때여서 굳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90년대 말부터 호텔에 예식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면서 우리 농원의 예식장 사용수요가 급락하고, 요식업도 IMF이후부터 관공서에서 외식을 자제하며 침체기를 맞았다.
지금은 농원 관리비, 직원들의 인건비, 세금 내기가 벅찰 정도다. 사실 각종 시설이 있는 9천여 평의 농원을 요식업으로만 운영해나간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농원은 단체회식을 하는 차별성이 있다. 그러나 솔직히 관광버스 대절해 백 명이 와서 기껏해야 먹는 주 메뉴는 7천 원짜리 갈비탕이다. 물론 매상액을 떠나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 하지만 수지타산 면에서는 끔찍하게 여기지 않는 면이 있고, 그러니 식사 고객들은 발길이 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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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 봄날 삼풍농원에 욱사 8기 동료들을 초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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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등 세계대회가 빈번해지며 호텔을 지으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이미 80줄에 들어선 내가 융자를 내면서까지 일을 벌인다는 것은 무리였다. 내가 공병대와 건설부에서 국토를 누비며 체득한 것들이 녹아있는 분신(分身), 그러나 이제 삼풍농원은 변화가 필요하다. 세상은 변했고, 나는 늙었다. 1980년대 중반 공직에서 떠나왔을 때 나의 역할은 거기까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랬듯, 삼풍농원도 나의 경험과 땀이 녹아있지만 이제 이 시대에 맞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관리자가 필요하다.
나는 삼풍농원을 더욱 발전,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맡겨주고 싶다. 솔직히 땅 자체의 가치로 아파트나 빌라를 지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가끔 투자자가 삼풍농원을 욕심내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손수 가꾸고 땀이 스민 나무들에 대한 애착을 쉽게 버릴 수는 없다.
또한 수도권에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로서는 이만한 자연경관을 가진 곳도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같은 것이 있으면 우리는 영업권만 갖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으로 유지, 관리하는 조건 하에 기증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3, 40년 가꾼 나무들을 없애지 않고 몇십 년이고, 몇백 년이고 보존해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나는 60년대부터 세계의 각종 유물과 기념품을 수집해왔다. 수천 점이 4층에 전시되어 있다. 이것도 가치가 있는 희귀한 수집품이다. 본관과 안채에다 농원의 조각품들과 수집품을 전시해두는 기념관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국토를 건설하고 가꾼 내 인생이 녹아 있는 삼풍농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해 설계하고 디자인해서 지은 건물과 시설물들. 그리고 목련, 살구나무, 매화, 등나무 꽃들이 만발한 이 꽃동산이 새롭게 가꿔져서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의 아름다운 명소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