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때 인솔자로 팀을 이끌었다. 선수단은 장명희 감독, 빙상의 이영하, 이남순, 피겨의 재미동포 윤효진, 스키선수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선수단이 10명이면 조직위원회로부터 KOC에 차 한 대가 제공되는데 우리 선수단은 9명의 작은 규모여서 차 제공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현지 태권도 사범인 이경명 차에 통행증을 달고 그 차를 이용했다.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도착 즉시 부지사를 만나 경의를 표했다. 또 KOC부위원장 겸 명예총무라 NOC 지인들도 많았고 GAISF에서 만난 동계종목국제연맹회장 사무총장도 있어 외롭지 않게 스포츠 외교를 할 수 있었다.
인스브룩은 KAL기로 앵커리지(Anchorage)와 파리(Paris)를 거쳐 뮌헨(München)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데, 앵커리지에서 기상이 좋지 않은 관계로 내리지 못하고 페어뱅크(Fairbank)를 거쳐 뮌헨 공항에 예정시간보다 8시간 늦게 밤에서야 도착했다. 그런데도 장기영 IOC위원, 한국일보 특파원들, 그리고 10여명의 태권도 사범이 그 시간에 기다리고 있었다.
장기영 IOC 위원과 한표욱 대사도 자주 선수단을 격려해 주었다. 오스트리아 인근 국가에서 태권도 사범인 김만금, 서영철, 서윤남, 이광배 등도 나를 보러왔다. 본부호텔은 호텔 티롤과 호텔 인스브룩이었는데, 나는 호텔 인스브룩으로 배정되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같은 층에 거리도 가까운 방이었다.
올림픽은 우의와 화합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데 인스부르크는 모든 시설, 호텔, 조직력, 기술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올림픽의 의의를 높인 대회로 기록된다. 개회식은 오스트리아 대통령 입석 하에 점프타워 앞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캘거리 올림픽을 빼고는 인스브룩, 솔트레이크, 나가노, 알버트빌, 릴리함메르에 이르기까지 올림픽 개회식은 모두 야외의 점프타워 앞에서 치러졌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동계스포츠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과는 하늘과 땅이었다. 하계종목에 비해 동계종목은 빈부 차가 경기력 수준을 갈랐다. 우리는 마땅한 스케이트장이 없어 창경원, 한강, 청량리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다.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 형편으로 세계와 겨룬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세계주니어빙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이영하가 그 여세를 모아 1,000m에서 정상권에 접근한 12위를 차지했고 이남순은 13세의 가장 어린 나이로 선전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효진은 피겨에서 17위를 차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피겨에 씨를 뿌렸다. 이때만 해도 빙상경기는 실내가 아니고 실외 트랙에서 거행되었다.
스키 다운힐은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서 62명 중 60위로 최하위권의 기록을 남겨 세계 수준과의 큰 격차를 실감했다. 참가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중국식당에서 동양음식을 한두 번 먹이는 것이 선수단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나도 중학교 때 빙상을 좋아해서 열심히 타다가 부상으로 혜화동 여자의과대학 부속병원에 한 학기를 입원한 적도 있었는데 인스부르크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동계스포츠의 멋을 더욱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인스부르크에서는 ’75년 제2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왔던 크럼(Krumm) 미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내외가 헤닝(Henning) 국제수영연맹 회장도 소개해 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경명 사범이 차량지원부터 우리 선수단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헤닝 수영회장은 자기가 WTF의 GAISF 가입 때 반대한 것은 본의가 아니고 가라테의 부탁을 받고 발언한 것이라고 사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