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ITF, 즉 국제태권도연맹에 대해서 조금 언급해 보고자 한다.
제3대 태권도협회장을 역임한 최홍희는 원래 육군 소장 출신으로 말레이시아 대사까지 지낸 사람이다. 최홍희는 태권도협회를 사유화하려고 하였지만, 그것이 표면화되었기 때문에 협회는 그를 퇴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대항하여 최홍희는 ITF를 스스로 만들었기에 국제 태권도계가 2분화하게 되었다. 그는 ITF를 이용하여 자기의 세력을 확대하는 데에만 힘을 기울였다. 국내외의 사범들이 여기에 반발하자 ’72년 그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말았다.
나중에는 ITF 본부까지 캐나다로 이전해 거기서 활동을 계속하였다. 80년대에는 북한에 들어가 태권도 보급을 위해 노력하였고, 동구권을 중심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ITF는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은 단체는 아니다. 임의단체에 불과하다. 어떠한 경기 종목이든지 많은 선수와 단체가 국제적인 협회를 결성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간의 협의를 거쳐서 공인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경기가 정식 스포츠로서 공인되려고 한다면 어찌 되었든지 간에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 가맹을 하여야만 한다.
나는 이미 ’73년에 이원화된 국제 태권도계를 통합하여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길을 열기 위하여 WTF를 창설하였다. ’75년에는 태권도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에 정식으로 가맹하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ITF의 방해 공작은 최근까지 계속되었지만, 2000년 6월에 행하여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한의 태권도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시작되어 상호간에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하였고 따라서 서로의 관계 개선도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토마스 페리 미(美) 하원의장, 전 헤비급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홍콩의 전설적인 배우였던 부르스 리(이소룡), 미국 영화배우 척 노리스, 액션스타로서 유명한 스티븐 시걸 등등은 태권도를 배웠던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마란치 위원장은 명예10단의 단증을 소유하고 있다. 명예10단은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인 나와 사마란치 위원장 두 사람밖에 없다. 그 때문일까? 사마란치 위원장은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채택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태권도는 이제 한국인만을 위한 무도가 아니다. 167개국 5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배우고 연습하는 세계적인 스포츠인 것이다. 이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태권도가 급속하게 보급된 계기는 ’60~’70년대에 해외에 진출한 사범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노력한 덕분에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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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6년 5월 28일 국기원을 방문한 무하마드 알리에게 명예단증을 수여하는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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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뿌리를 내린 일등공신은 바로 해외에서 활약한 사범들이다. WTF가 파악하고 있는 한국인 사범은 약 5,000명,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하여 남미 지역이 1,800명으로 압도저긴 수의 사범들이 활약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태권도가 보급되기 10년 전쯤부터 일본의 공수도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태권도는 60년대 독일에 건너간 한국 광부들에 의해서 산발적으로 퍼져 나갔지만, 그 이후 김영호(프랑스)와 박수남(독일), 박선재(이탈리아) 등이 조직적으로 보급을 넓혀 나갔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68년 코트디브와르에 진출한 김영태와 윤 목(케냐)이 태권도 보급의 선두에 선다. 북미 지구는 ’57년 미국에 진출한 준 리(이준구), ’62년에 정착한 이행웅, 김종수, 양동자, 권덕근, 전인문, 이상철, 박연이, 박동근, 정 화 등에 의해서 더욱더 확대되었다. 문대원(멕시코)과 김정원(브라질)은 남미 개척을, 이광배와 이경명은 오스트리아와 유고 등의 동구권에 태권도를 심으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조시학, 리처드 전의 이름도 거론해 둘 필요가 있다. 캐나다 오타와 시(市)에서 매년 5월 31일을 ⌜이태은의 날⌟로 결정한 캐나다 태권도협회 회장 이태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그랜드 마스터’라고 하면서 한국식으로 정중히 머리를 숙이는 이행웅 회장,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태권도 클럽을 처음으로 개설한 민경호 교수, 필리핀에서 태권도를 제2의 국기로 만들어 올린 홍성천과 타이의 송기영 등등 수많은 해외 사범들은 태권도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실행한 숨은 일꾼들이다.
태권도는 과거 30년간 우리 모두가 필사의 각오로 뛰어온 덕분에 세계적인 스포츠로의 지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태권도는 세계화를 위하여 근본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려서 된 것보다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주는 중앙 집권적인 방법과 리더십이 필요하였다.
한편으로 태권도는 국제화를 너무 서두르다 보니 국내의 태권도계의 내부 개혁과 내용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 점도 사실이다.
태권도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선수 보호와 판정 결과에서도 성공리에 경기를 마침으로써,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특히 TV 매체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할 입장이기에 올림픽 종목 결정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도 게임이 재미있고, 박력이 넘치게 하기 위하여 경기의 룰을 개정하고, 전자 호구를 개발하며, 유도복의 컬러화를 실행한 것처럼, TV 방영을 생각해서 장비와 경기 복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해야만 한다.
각종 국제대회가 일종의 ‘한국인들만의 축제’ ‘코리안 페스티벌’로 끝나게 된다면 절대로 국제화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권도가 지금까지는 올림픽 스포츠로서의 경기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태권도는 무도로 출발하였기에 무도로서의 태권도 철학과 이념에 대한 연구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국 선수들에게 태권도를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정통 이론서가 없다’라는 해외 사범들의 지적과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내 태권도 동호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어린이들이다. 따라서 성인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태권도를 엘리트 스포츠로서 뿐만 아니라, 생활 스포츠로서 균형 있는 개발을 하는 것도 태권도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세대교체와 기술 혁신도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