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을 위한 초석으로서 정치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선진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고, 경제는 하루라도 빨리 세계적인 조류에 발맞추어서 전면적으로 개방을 하고, 개혁을 하고 경제력을 육성해야만 한다. 동시에 세계의 문화를 수용하는 포용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다른 국가와 우리나라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매개체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는 상호와 이질성을 극복하는 특징을 갖는 문화의 하나라고 말한다.
외국의 축구 선수도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 선수와 감독도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언어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스포츠는 사람과 사람 사이, 국가와 국가 간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IOC도 그 다리(Bridge)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것은 세계가 공동의 룰을 갖고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축구를 손으로 하는 국가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그만 탁구공 하나로 남북이 진한 피의 연결을 느낄 수가 있었지 않는가? 시드니올림픽에서는 50년 만에 남북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세계의 갈채 속에 공동입장도 하였다.
앞으로는 태권도가 ‘세계의 올림픽 스포츠’로 된 이상, 우리는 좀 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만 할 것이다. 태권도를 일종의 스포츠만으로 붙들어 놓는 것이 아니고, 무도 스포츠인 태권도 속에 보다 넓고 커다란 이념과 정신을 심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태권도의 이념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인간 존중’이라는 이념이다. 인간 존중의 이념이야말로 태권도가 갖고 있는 최대의 정신이다. 더구나 태권도는 예를 가장 중요시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가장 중요시한 인격 성장의 덕목 중의 하나이다. 올림픽 운동도 인간애(Humanity)를 강조한다.
동방예의지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로서 인간에 대해서 예를 표하는 것을 이미지화하여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경기도 오랫동안 유지되고 발전할 것이다. 태권도는 무도정신과 전통을 유지하며 발전한 무도스포츠며 올림픽 스포츠다.
그러기 위하여 우선 우리나라는 태권도를 즐기고 배우며, 사회체육의 일환으로서 적극적인 육성과, 학교에서도 인격 형성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로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진정한 세계화란 우리의 것을 닦고 다듬어 세계가 공감하는 문화로 재창조해 나갈 때 가능한 것이다. 스포츠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거기에 커다란 비전을 불어넣는다면 세계화는 구체적으로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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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올림픽 Invititation Ceremony at IOC (1987. 9.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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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는 국민을 단결시키고 자긍심을 높여 준다. 올림픽 개최의 역량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스포츠, 방송, 통신, 학술 등 많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룩하고 도약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놀랍게 세계 속에 도약했다. 이런 올림픽의 역할은 많은 나라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나라는 대부분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거나 경제규모가 세계적인 나라다. 올림픽 개최가 어려운 나라는 작은 규모의 대회 유치를 통해서 자국민의 프라이드를 높이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제는 경제발전과 함께 각종 대회가 많아졌다.
내가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이미 IOC 부위원장, IOC TV분과위원장, 국제경기단체총연합회(GAISF) 회장,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국기원 이사장으로서 무척 책임이 무거운 자리에 있었다. 내가 비상임 무보수 자원봉사직인 대한체육회장 직에 출마하게 된 것은 내가 국제적으로 힘이 있을 때 한국 체육을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여망에서였다.
’88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라는 좋은 기회를 갖고서도 우리나라 스포츠는 세계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 파워 있는 지도자가 부재했기 때문이며 세계 스포츠 흐름을 앞서 탈 수 있는 노하우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큰 혜택 없이 책임만 무거운 자리인 대한체육회장의 출마 결심은 진심으로 개인적 영달보다는 한국 체육의 세계화를 향한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는데 당시의 국제적인 내 위치를 십분 활용해 보겠다는 의지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체육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적 기초가 튼실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로드맵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발전이었다. 즉,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고 국민체육 활성화도 이룩하면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가교가 되는 학교체육을 중점적으로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88 서울 올림픽 이후 높아진 한국 체육의 위상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큰 국제대회와 국제회의를 유치해서 경기력과 스포츠 외교력을 증진시킨다는 포부도 세웠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여건은 상당히 압축되어 있었다.
생활체육은 우리나라에서는 생활체육협의회가 주관했고 학교체육은 문교부 소관이라 대한체육회는 그저 그 중요성을 건의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건의해도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대한체육회에 학교체육과도 만들고 KUSB도 강화했다.
내 재임 기간에 국제회의는 OCA 총회, GAISF 총회, 세계생활체육총회, IOC 집행위원회, IOC 총회, 서울올림픽 10주년 기념행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국제스포츠 총회를 총망라해서 한국에 유치했다.
국제대회도 ’97년 동아시아 경기대회,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97년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99년 강원 동계아시안 게임, 2002년 FIFA 한일공동월드컵 축구대회, 세계펜싱선수권대회, 보디빌딩선수권대회 등 ’88 서울 올림픽 이후 유치할 수 있는 큰 국제 대회를 지방별로 골고루 나눠 유치했다. 한 나라가 10년 동안 한번 할까 말까한 일들을 재임기간 중에 수십 차례 해낸 것이다. 세계체조선수권대회는 유치하기로 했지만 체조협회의 준비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각 지방도 스포츠를 통해 세계화의 눈을 뜨고 개발과 도약의 기회를 잡고 긍지를 갖게 한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우리나라에서 나머지 국제매머드 대회는 동계올림픽이었다. 동계올림픽 유치야말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는 ’88 올림픽 이후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여서 한국에 다시 스포츠의 열기를 불어넣고 세계 스포츠사(史)에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야말로 경제는 물론이고 낙후되어 있는 동계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과 관광 발전에 원동력이 되며 천연자원과 관광자원, 겨울 스포츠 발전 여건 등 천혜의 조건을 갖춘 강원도를 세계적으로 비약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강원도는 발전할 수 있는 Potential이 무궁무진하다고 확신했다. 나는 6.25 사변 때 초급장교로서 간성, 고성, 양양, 화천, 춘천, 용문산, 원주, 원통리 검봉산, 낙산사 등 최전선에서 적과 마주하면서 많이 보고 느낀 바가 있었다. 강원도 산간을 누볐다. 지금도 6.25 사변 때 3년간 일선 근무한 시절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강원도의 동계스포츠 시설이나 부대시설은 유럽과 미주 등 동계스포츠 도시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나 다름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