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여자 양궁과 배드민턴은 내가 직접 시상을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윤미진, 김남순, 김수녕이 양궁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양궁 강국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강초연은 사격에서 은메달을 쐈다. 시드니 올림픽은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보인 최초 대회였는데 한국팀은 종주국답게 정재원과 이선희가 금메달을 따냈다. 유지혜, 김무교는 탁구에서, 조민선, 정성숙, 김선영은 유도에서 동을 땄다.
조민선의 결혼식 주례도 내가 섰다. 하루는 전이경과 이미선의 주례를 두 번 서기도 했다. 시드니 올림픽은 남북 공동입장, 공동응원, 상호 주최 행사 참가 등 실질적인 남북 체육교류의 물꼬를 튼 대회이며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녀 4체급씩 총 8체급에서 경기를 치렀다. 또 올림픽 기간 중에는 우리나라와 많은 인연이 있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부인 비비스(Bibis) 여사가 대회기간 중 스페인에서 사망하여 그 추도식을 시드니 현지에서 거행한 대회이기도 하다.
여자 농구에서는 정은순, 전주원, 이종애, 이미선, 정선민, 박정은, 유영주, 장선영, 양정옥이 참가했는데 준결승에서 미국팀을 전반 중반까지 리드했으나 후반 들어서 체력저하, 5반칙 퇴장 등으로 패해 아깝게 4위에 머물렀다. 나는 그 경기를 사마란치 위원장과 함께 관람했다. 동계올림픽은 1960년 여성선수가 처음 참가한 이래 이남순, 유선희 선수가 빙속에서 명맥을 이어가더니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부터는 단연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라 10여 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이경, 원혜영, 김소희, 김윤미, 안상미, 최민경, 주민진, 진선유 선수 등이 쇼트트랙 왕국을 빛낸 영광의 이름들이다.
이제는 피겨의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 500m 2관왕 이상화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세계 속에 한국을 심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낸 종목들이 지금은 세계 정상에 올라 있다. 피겨와 빙속도 그렇고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신지애, 박인비, 유소연 등 수많은 선수들이 LPGA를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윤희가 수영에서 3개의 금물살을 가르면서 언니 최윤정과 함께 금메달 자매가 되었다. 최윤희는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행진을 계속해서 아시안게임에서만 6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였다.
성정아, 조문주, 조혜진, 황선애, 정미라, 홍혜란, 강귀애, 차양숙, 이옥자의 여자 농구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진호는 양궁전관왕의 신화를 썼다. 배드민턴의 황선애, 볼링의 김지은 등 한국 여자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면서 세계 정상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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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시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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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여성들에 대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의 체육계 임원 진출은 상당히 느린 편이다. 한양순, 윤덕주, 조정순, 조경자, 김숙자, 권윤방, 신민자, 홍양자, 이덕분, 원영신 등이 체육회 부회장, KOC, 부위원장,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의 부단장에 올랐고 선수 출신 가운데도 원영신, 김화복, 이에리사, 정현숙, 신정희, 김미정, 강영신, 김을교, 김진호, 이옥자, 고선혜, 김진수, 양정순, 이영숙, 이혜숙, 이혜희 등이 체육회와 KOC 임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이에리사가 여성 최초의 선수촌장이 되기에 이른다.
정현숙, 이덕분도 여성으로서 선수단장을 맡아 소임을 다했다. 40년에 겨우 한 사람 받던 IOC 훈장(Olympic Order)도 윤덕주, 조경자가 받게 되었으며 IOC 분과위원회에도 한양순, 전이경(IOC 선수위원), 김숙자, 권윤방, 조경자, 이혜숙 등이 포진하였다. 사마란치 위원장의 방침은 여성 스포츠를 남자 스포츠와 동등하게 하는 것이었다. 여성 IOC 위원, 집행위원, 부위원장, 승마와 하키 같은 국제연맹의 회장도 나왔고 NOC 위원장과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도 여성이 기용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은 린드버그(Lindberg) 위원, 리우 조정위원장은 무타와켈(Moutawakel)이다.
남성 전유 종목들도 여성 참여가 전 종목으로 확대됐다. 레슬링, 유도, 태권도,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마라톤, 양궁, 배드민턴, 탁구, 핸드볼, 하키, 소프트볼, 역도, 축구, 복싱, 럭비 등 여성이 참가할 종목이 계속 늘어났으며 한국 여성 스포츠의 활약 무대도 넓어져 갔다. 장미란의 금메달은 획기적이었다.
20세기에 스포츠의 극적인 대중화와 상업화 시대가 형성되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스포츠 스타들의 영광이 국민에게 더 빛나게 하고, 더 큰 길, 더 큰 보상이 있었으면 하는데 늘 부족한 느낌이 든다.
’88 서울 올림픽 직후 윤곡여성체육대상을 여성 스포츠회를 통해 제정했다. 20년째 이어 온 윤곡대상은 매년 공로상과 우수선수상 3명을 선정하여 상금과 상패를 주고 있다. 여성 스포츠회(회장 이덕분)가 심사위원회를 통해 3명의 수상자가 선정되는데 시상은 매년 열리는 여성 메달리스트의 밤에서 실시한다. 19년 동안 34명이 수상했고 상금은 내가 개인적으로 시상한다. 박신자. 신민자. 조경자. 양정순, 김진수, 홍양자, 김영채, 김숙자, 이덕분, 주희봉, 나정선, 김을교, 강영신, 이에리사, 박옥순, 황규옥, 정현숙, 송영희, 장동숙, 정성숙, 김경욱, 전이경, 오영란, 이은경, 정재은, 류지혜, 라경민, 김계령, 윤미진, 김진희, 이보나, 허순영, 장미란, 서미정, 정길옥, 남현희, 이혜선, 손혜경, 우선희 박점희, 최진아, 김지은, 김영아, 이상화, 지소연 등이 수상했다.
이제 한국 여성 체육은 여러 종목이 세계 정상권에 올라있는 수준까지 오게 됐고 지도자도 IOC 위원을 배출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와 국위선양과 국민복지에 이바지하고 있다. 더 많은 지원과 영광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또 자기희생과 자기극복을 통해 나라의 이름을 세계 속에 빛낸 모든 여자 임원, 선수, 감독, 코치들에게 이 글을 통해 축하와 함께 무한한 경의를 표하는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