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횡령이라고 주장한 내용들을 정리하면, 먼저 생일파티 대금 130만 원에 관한 얘기다. 원래 생일파티 같은 것을 하려고 생각도 안 했었다. 그런데 칠순이라 수고하는 체육지도자 3-40명을 초청하여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500만 원 쯤을 가지고 갔는데 박상하 정구협회 회장, 소프트볼의 한만철 회장, 여무남 대한역도연맹회장, 이금홍 WTF 사무총장 등 4명이 칠순임을 알고 자기네들이 계산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백성일 비서실장(현 평창동계올림픽 사무차장)이 자기 카드로 대불 했고 다음날 4명이 130만 원씩을 백 실장의 통장에 입금시켰단다. 그런데 이금홍 총장이 자기 돈으로 안 내고 WTF 예산에서 지출했고 이를 총재 생일파티 값이라고 기재한 것이 문제를 지저분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WTF의 재정은 사무총장 권한이고 나는 결재를 안 했다. 졸지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WTF 돈으로 생일 파티나 하는 파렴치범이 된 것이다. WTF에는 손종필이라는 경리부장이 있었는데 그가 나에게 와서 재정결재를 한 일도 없다. 후에 이금홍 WTF 사무총장이 그를 미국에 이민 보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내가 맡은 직책들은 모두 비상근 무보수 봉사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헌신했다. WTF 총재, IOC 위원, 국기원 원장, 체육회장 모두 재정결재를 한 적도 없었다. 그런 연유로 왜 IOC 위원실에서 예산이 나가고 국기원이나 체육회가 IOC 위원을 초청하고 IOC 위원실 비서 월급이 WTF에서 나가는지 모르는데 행정절차상의 문제, 지출처가 어디인가에 하는 문제까지 내 과실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동계올림픽을비롯해 많은 대회를 유치하려는 한국은 IOC위원들을 초청하여 한국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나의 위상이 아니면 그들은 오지도 않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 동시입장 후 체육 교류 목적으로 북한이 요청해 북한 체육회에 지원한 100만 달러도 국가의 허락 없이 했기 때문에 실정법 위반이라는 식이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는 남북 단일팀 구성을 목표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한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면 1천만 달러 정도 지원해야할 것 같다고 했더니 체육회장이 도와주시오 했었다. 그래서 줬던 100만불인데 결국 내가 벌금으로 물었다.
재판 때 말할 기회도 없어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재판장이 변호사와 검사의 이야기를 듣더니 “이것은 행정적인 문제고 자기들끼리의 문제로 형사 문제가 아니니 기소 내용에서 전부 빼라”고 했다. 그런데도 검사는 재판장의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더 격렬하게 나왔다. 두 번째 재판 때도 증언 내용들이 알쏭달쏭하니 전부 빼라고 했는데도 그대로 증거로 제출되었으며 변호사를 통해 전부 인정하라고 종용하니 이런 재판은 하나마나라고 체념해 버렸다. 해외에서 나의 결백을 탄원하는 진정서가 많이 들어오니까 내가 가족을 시켜 진정서를 보내 한국 사법당국을 모욕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도 했다. 2심도 하나마나였고 3심도 그대로 진행되었는데 그동안 눈을 수술하게 돼 병원에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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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4회 GAISF총회에서 / 재판과정에서 필자의 공적을 고려하겠다는 말은 무성했지만 판결은 그렇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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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때마다 공적이 많다고 충분히 고려하겠다는데 무슨 고려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대법원의 지시로 보석도 기각되고 고령임에도 집행유예도 없었다. 심지어는 부재중에 집의 문을 뜯고 압수수색해서 짐을 실어 나가는 사진이 TV에 방영되었다. 1965년 UN 대표부 근무시절 뉴욕 매이시백화점에서 3,000불에 산 3캐럿짜리(누런) 다이아몬드 반지가 몇 억짜리 반지로 둔갑해 있었다. 재판이 끝난 후 돌려받았는데 집사람이 기분 나빠 500만 원에 팔아 버렸다 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용인대 김정행 총장(당시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축하한다며 18K로 국회의원용 금배지를 해 주었다. 그런데 이 조그만 금배지가 500만 원짜리로 변했다. 500만 원 금배지면 무거워서 양복에 붙어 있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또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준 시계도 몇 억짜리로 둔갑(IOC에서는 비서들도 보통 차는 시계), 기념 (Souvenir)시계도 늘 올림픽 때마다 받는 것으로 수집해두었는데 수백 개 시계가 있다고 성토 되었다. 후에 영국의 리디(Reedie) IOC위원이 스포츠 단체에서는 보통 있는 일이라며 의아해했다.
또 집에 현금이 수억 원이 나왔다는데 현금 일억 원이라도 돈 냄새 때문에 집에 둘 수도 없고 보관할 장소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해외에 있는 가족들의 평생 예금을 어머니가 예금 증서로 보관한 것을 지칭한 것 같았다. 금 얘기는 손자들의 돌잔치나 백일잔치 등에 지인들이 갖다 준 것 등을 모아서 버릴 수 없으니 할머니가 기념으로 보관한 것이다.
가석방 여건이 되어 2005년 5월 가석방 예정자로 모든 심사를 마치고 대기 중에 있을 때 김정길이 찾아왔다. 이번에 체육회장이 되었다고 각별히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그러면서 “태권도 회장 가지고는 특별면회가 안 되어 죄송합니다.” 하면서 말끝에 “KOC 총무로 김상우 전 의원과 김호 중에 임명하려 하는데 누가 좋겠습니까”하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김 호가 WTF 부장 일도 했고 영어도 잘 하지만 KOC 총무로는 김상우가 낫겠다. 김 호는 미국에 사는 사람이고 김상우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이어서 무게가 있지 않겠냐”고 조언해 주었다. 또 “싱가포르 IOC 총회가 가까워오니 빨리 몸이 자유로워지게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정길은 “대통령에게 건의하겠습니다” 하고는 돌아갔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는 없었다.
그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고 마드리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갔다는 말만 들었다. 마드리드에서 돌아온 다음, 주간동아와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에 “내가 IOC 부위원장직을 사퇴하지 않는 것이 평창 유치에 방해가 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누가 그런 다방정보를 잘 알아서 말을 만들고 퍼트리고 다니는지는 모르를 일이었다. 내가 싱가포르에 가면 IOC 위원들에게 돈을 준 것을 폭로한다 해서 IOC 위원들이 전전긍긍 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나의 연세대 후후배)이 얘기하기에 일소에 부쳤다. 김정길은 IOC 위원 되기가 목표라 내가 사임하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너무 IOC를 모르는 이야기다. 그 후 김정길이 구치소로 특별면회를 온다기에 사절해 버렸다. 마드리드에서 IOC와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고 듣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