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자격으로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맡았을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의뢰인이 바라는 대로 승소판결을 얻느냐 하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보수문제이다. 변호사는 소송위임사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의뢰인과의 사이에 보수에 관하여 약정하게 되어 있고, 통상 소송사건의 보수는 착수금(着手金)과 사례금(謝禮金)으로 나누는데, 전자는 사건의 성공, 불성공에 관계없이 사건착수에 즈음하여 받는 것이고, 후자는 사건이 성공적으로 종결된 경우에 받는 보수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는 보통 「의뢰인과의 평소부터의 관계, 사건 수임의 경위, 소송물의 가액, 사건처리의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50190판결 참조)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게 되는 것으로서, 실제 사례금의 약정은 승소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원스럽게 끝나지만 착수금의 약정은 어렵다. 사건에 따라, 의뢰인에 따라, 변호사에 따라 천태만상이라 할 수 있다.
종전에는 변호사회의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어 민사사건의 착수금과 성공보수에 관하여 소송물가액 100만원까지는 각각 10%, 1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각각 2% 등의 규정과 착수금 및 성공보수의 합산액이 전심급을 통하여 사건 대상의 경제적 이익 가액의 4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준이 없다.
종전에는 변호사법(2000. 1. 28.전문개정전) 제19조에서 변호사의 보수기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를 정한다고 규정했으나, 지금은 그런 규정도 없다. 변호사법을 보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든지,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든지, 연간 일정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하여야 한다든지 하는 엄숙하고 점잖은 규정만 있지, 보수에 관하여서는 아무 말이 없다. 변호사 각자의 자율에 맡기는 취지겠다. 굳이 찾자면 제110조의 벌칙에서 제2호에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의 비용을 변호사 선임료‧성공사례금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보이는 정도다.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은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에게 당사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보수는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소송비용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규칙은 예컨대 소송물가액 1,000만 원을 초과하여 3,000만 원까지 부분은 [65만 원+(소송물가액―1,000만 원)×4/100]를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비용으로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소송물가액 2,000만 원의 사건인 경우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보수는 1,050,000원이다.
변호사는 사건처리도 잘 해야 하지만 보수도 잘 받아내야 성공한 변호사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가난한 변호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재(蓄財)와 거리가 먼 훌륭한 변호사는 얼마든지 있다. 변호사가 된 초기에 의뢰인과의 사이에 착수금을 얼마라고 말하는 일이 어려워 의뢰인이 주는 대로 받는 수가 많았다. 특히 개인사건의 경우 상고이유서 하나 써낸 일을 가지고 우연한 판결의 결과를 놓고 사금약정을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 약정이 가능하다면 상고기각으로 끝나는 날 착수금의 일부를 반환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고, 그런 사건이 잘 되어 고맙다는 극진한 인사를 받는 것은 보수 못지않게 배부른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약정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보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법의 벌칙규정에 공무원과의 교제를 명목으로 한 비용을 변호사의 선임료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보았는데, 뇌물성 금전을 선임료에 관한 약정에 명시적(明示的)으로 기재하는 변호사도 있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는 규정이기도 하다. 그 전에는 왕왕 판사와의 교제비용을 따로 주겠다고 넌지시 떠보는 의뢰인도 있었다. 오래 된 변호사는 하급심의 형사사건에서 더러 경험했을 것이다. 변호사 보수에 대해서는 되도록 깎으려고 하면서 교제비라면 아낌없이 내 놓으려는 의뢰인을 만나는 수도 있다. 어떤 사건에서 패소되자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아와 불평하면서 “그렇게 교제비를 주겠다고 했는데도 받지 않더니 이런 꼴이 된 것”이라고 투덜대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상고사건에서는 이런 예를 보기 힘든데, 충청도 어느 시골의 어떤 분이 상고사건을 맡기면서 대뜸 하는 말이 소송경비는 충분히 드리겠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규모도 별 것 아니고, 의뢰인의 외관이나 태도 등 아무리 보아도 재력가로는 보이지 않는데 두 번 세 번 경비는 걱정 마시라는 것이었다.
“변호사님 얼마나 드릴까요?”
“글쎄 얼마나 주시겠소.”
“경비는 얼마가 들더라도 괜찮습니다, 걱정 마시고 말씀하시라니까요.”
“오백만 원 주실라요.”
“‥‥‥‥‥.”
“왜요, 많습니까?”
“예‥‥‥. 삼백만 원만‥‥‥.”
그 사람이 말한 경비는 교제비였던 것 같은데, 아마 교제비용으로 특정하여 오백만 원을 달라고 했으면 내 놓았을까, 아니면 걱정 말라는 것 자체부터 풍이었을까, 그런 분석을 할 가치도 없었기 때문에 기꺼이 상고이유서를 썼고, 한참 세월이 지난 뒤에 결과는 기각되어 실패로 돌아갔다. 이겨야 할 사건이었고, 파기이유도 되는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어 기뻐서 고마워하는 의뢰인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인데 참으로 애석한 사건이었다. 실의에 빠진 노인의 모습이 한동안 눈에 아른거리면서 오히려 경비는 걱정 말라는 순진한 주문을 들어 주지 못한 것이 미안스럽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무슨 사건이건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의 꼴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원고의 사건을 수임한 때에는 싸움을 건 당사자이므로 이겨야 한다. 검사로서 그가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서는 곤란한 것과 같다. 패소한 때에는 변호사는 당사자로부터 제법 시달리게 된다. 트기 사실심의 종점인 항소심에서 패소하게 되면 낭패다.
의뢰인의 성격과 수준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험한 꼴을 당하는 변호사도 있다. 패소한 당사자 본인의 처지에서 보면 얼마나 억울하고 울화가 치밀겠는가마는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인 만큼 괴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아량도 베풀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상고사건을 맡기면서 패소한 의뢰인들은 간혹 항소심 담당변호사의 무성의를 질타하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때는 변호사가 한 구체적인 역할을 지적하면서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기도 했다. 반면 많은 사람들은 비록 사건에서 졌지만 변호사가 그동안 너무 애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일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의뢰인의 원만한 인품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변호사로부터 들은 얌체 의뢰인의 이야기. 사기죄(詐欺罪)로 구속된 피고인을 변호해 달라고 해서, 기록을 검토해 보았는데 유죄가 틀림없는 사건이었다. 피고인 스스로도 6개월 정도의 징역이면 만족한다는 것이었으므로 사건을 수임했다. 제1심에서 요행히 집행유예의 판결이 선고되어 감옥에서 풀려났다. 실형이라도 6월 정도면 만족한다고 한 사람이 항소를 해 놓고는 벌금형으로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항소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정말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욕심이 동한 피고인은 변호사를 찾아와 상고를 해달라고 했다. 제대로 보수도 주지 않으면서 상고까지 해 달라니 이런 몰염치가 있나 싶었다.
“상고해서 어찌 하겠다는 것인가요?”
“무죄판결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에 빠진 놈 건져주니까 망건 값 내란다는 말이 있더니 그 꼴이구나 싶었다.
“무죄라고? 허허 이런 사람 보았나. 정말 사기꾼이네.” 하고 내쫓다시피 했더니 이렇게 투덜거리더라나.
“변호사님이 나를 사기꾼으로 보고 있는데 무죄가 날 리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