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 위의 인용 판례(判例)부터 찾아보니 「원심판결이 피고가 간접점유하고 있는 건물부분의 명도를 명하였다 하여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는데, 판시 첫 머리에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건물명도청구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불법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하여야 함은 소론과 같으나」라는 구절만 보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와 같이 판결했던 것 같다.
다음 대지인도(垈地引渡)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도 간단히 소개해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지임대차계약 당시 당초의 임대차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피고 정 여인이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그 건물의 소유권을 갑 할머니에게 귀속시키거나 또는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여 대지를 인도해 주기로 약정하였으나, 이와 같은 약정은 민법 제652조, 제643조, 제283조에 의하여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이 사건 임대차에 있어서 그 임대차 종료 시 현존하는 건물을 가진 대지임차인에게 부여된 지상건물매수청구권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약정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아가 이 사건 약정이 임차인인 피고 정 여인에게 불리한 약정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지임대차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장기간이 아닌데다가,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하는데 이 사건 임대차기간의 기산일로부터 1년 7개월여가 소요된 사실, ‥‥‥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지의 임대차보증금 및 차임이 통상의 경우보다 저렴하다는 사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위 약정은 임차인인 위 피고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어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임대차 기간의 만료 전후를 막론하고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함으로써 이를 원시취득한 피고 정 여인에 대하여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건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후에는 대지임차인인 위 피고로서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매수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 사건 건물의 명도 및 그 부지인 이 사건 대지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위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매수대금을 지급하였다는 주장 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대지인도청구는 이유 없다.」
위 판결은 원고가 건물명도 아닌 철거(撤去)를 구하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 판례(대법원 1978. 8. 22. 선고 78다1156판결)에 의하면, 「이 건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곧 매매유사의 법률관계가 성립하는 것이고 그 매매대금의 결정은 그 후에 오는 문제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매매유사의 법률관계가 성립됨으로 말미암아 원고의 본 건 건물철거청구권이 소멸되었다 하여 원고청구를 기각하면 족한 것이고, 피고가 반소로서 원고에게 건물대금의 지금을 구하지도 않고 있는 이 건에서 원심이 소론과 같이 매수청구의 목적 건물의 상당한 시가를 감정 특정하여 원고에게 그 지급을 명하여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위법이 된다 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1999. 9. 17. (98나2299) 제1심판결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었다. 소송의 핵심인 건물명도와 대지인도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졌다. 건물매수청구권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덧붙였던 부당이득(不當利得)에 관하여서도 제1심은 68,870,967원과 월 1,000,000원이었는데 비하여 항소심에서는 825,485,854원과 월 21,000,000원의 인용을 받았다.
위 항소심판결은 본질적인 쟁점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1988. 2. 26.부터 3년이 경과한 1991. 2. 25.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하고,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인 피고들이 지상건물을 철거하거나 건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건물의 소유권을 임대인인 원고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하였다.」고 한 다음,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명의자인 피고 정 여인은 물론이고 사실상 원고와의 임대차계약과 이 사건 건물의 축조를 주도하였고 타인에게 이 사건 건물을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정 여인과 공동하여 이 사건 건물을 사실상 지배(간접점유)하여 온 피고 병남도 위 임대차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된 이상 위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대지를 인도하고 이 사건 건물을 원고에게 명도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피고들은 원고를 상대로 민법 제643조 규정에 의하여 상당한 가액으로 이 사건 건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감정(鑑定)에 의하여 건물의 매매대금을 1,204,678,000원이라고 인정한 다음, 피고들의 대지 사용, 수익으로 인한 부당이득 2,030,163,854원과 위 매매대금을 대등액에서 상계(相計)하면 매매대금은 전액 소멸되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이 2001. 6. 1.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99다60535)함으로서 일단 병남과의 싸움은 대단원(大團圓)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판결은 첫째, 「피고들이 이 사건 대지를 점유하고 있는 이상 그 점유가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인도를 명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 둘째, 원심이 피고들의 주장 즉, 임대차기간을 1988. 3. 30.부터 10년으로 하는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그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는 임대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를 채용하지 아니한 조치는 정당하다는 것. 셋째, 피고들 주장의 집기‧비품 등은 건물에 부속되니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들이 수거하여 갈 수 있는 것이므로 이를 건물의 시가감정에 있어 참작할 것은 아니라는 것. 넷째,「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대지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이 그 지상건물 등에 대하여 민법 제643조 소정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후에 그 임대인인 대지의 소유자로부터 매수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그 지상건물 등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하여도, 지상건물 등의 점유‧사용을 통하여 그 부지를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한 그로 인한 부당이득으로서 부지의 임료상당액은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고(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2114판결 참조), 부당이득금의 액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료 상당액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그와는 달리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소유권을 원고에게 귀속시키거나 위 건물을 철거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대지를 인도하기로 약정하였던 사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대지에 관한 현실의 임료를 제대로 반영하여 약정 임료를 정하지 아니하였던 탓으로 약정 임료가 실제 임료와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고 할 것인데, 그 후 원심이 당사자의 약정과는 달리 피고들에게 건물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등 약정 임료 산정의 기초가 당초와 크게 달라진 이상,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반환할 부당이득금의 액수를 더 이상 당초의 약정 임료 상당액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라진 사정에 따라 다시 산정된 부당이득 당시의 실제 임료 상당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을 판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