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5. 16.자 법률신문은 「흉악범은 느는데 사형제도는 있으나 마나」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쓰고 있다.
「최근 들어 얼마 안 되는 금품을 뺏기 위해 귀중한 인명을 마구 해치는 엽기적인 강도살인행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흉악범에 대한 사형이 전혀 집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는 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사형제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고 있는데도 형 집행을 않고 있는 것은 실정법의 위반으로 사회기강의 해이는 물론 법 경시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면서,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사형제도가 지는 96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결정을 받았는데도 사형폐지론에 밀려 장기간 형집행을 않고 있는 것은 자칫 법 경시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사법부가 강도살인, 존속살해 등 반인륜적인 범죄에 한해서 신중하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는데도 집행을 미루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해 10월 여야 국회의원 155명이 사형폐지특별법안(死刑廢止特別法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 것도 사형집행을 미루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반인륜적인 범죄와 흉악범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사형은 교화나 일시적 격리로만 해결할 수 없는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형벌수단’이라며 국가형벌권과 법질서의 확립, 범죄 피해자의 법익을 위해 사형집행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자료에 의하면, 1948년 정부수립 연도부터 1997년의 사형집행이 있기까지 도합 902명에 대한 집행이 있었다. 1995년 이후 사형이 확정된 수는 1995년 17명, 1996년 12명, 1997년 5명, 1998년 6명, 1999년 7명, 2000년 9명, 2001년 8명, 이렇게 64명이며, 이중 10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사형집행은 1995년 19명, 1997년 23명 등 총 42명이었다.
그런데 1997. 12. 30. 문민정부 말기에 사형집행이 이루어졌으나 김대중(金大中)정부 들어선 이후는 한 건도 없다. 2000. 8. 15.자 동아일보는 횡설수설란을 통해 김 대통령이 광복절 사면에서 사형수 2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조치를 두고 대통령이 사형의 ‘사실상 폐지’를 결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사람에 대해서도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이 사형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지만 사형제도는 존치시키되 집행은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선택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2002. 12. 31. 김 대통령은 임기 말의 사면에서 4명의 사형수를 무기수로 감형했다.
그에 앞서 2002. 10. 4.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현재 사형이 확정된 상태로 수감 중인 사형수는 56명이라고 밝히고,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데 대하여 법무부가 여론을 의식해 현행 법규를 사문화 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형벌권과 법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것과 함께 1997년 이후부터 법원의 사형선고 건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1991년 28건, 1996년 12건 등 한 해 10건 이상이었던 사형선고가 1997년 5건을 비롯, 해마다 10건 이하로 크게 줄고 있는 현상이다.
확정된 사형판결에 대하여 이처럼 그 집행이 없다는 것, 이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정부는 이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법률을 어기면서 아무 해명도 없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면서 알아서 생각하라는 식이라면 정부가 취할 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463조는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특히 제465조 제1항은 사형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집행사무규칙 제9조 제1항을 보면, 사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판결선고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의 장, 소송기록이 있는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의 장은 판결확정일로부터 4월 이내에 상급검찰청의 장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사형집행구신서에 의하여 사형집행을 구신(具申)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466조는 법무부장관이 사형의 집행을 명한 때에는 5일 이내에 집행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위 규칙 제10조 제1항은 검사는 사형집행명령이 있는 날로부터 5일 이내에 형집행지휘서에 의하여 사형수가 있는 교도소 또는 구치소의 장에게 사형집행을 지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재판은 확정된 후 즉시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 집행은 재판을 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 검사가 지휘한다. 그런데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형이므로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법무부장관의 명령을 사형집행지휘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집행명령을 판결 확정 후 6월 이내에 하도록 한 것은 법무부장관의 자의에 의해서 사형집행이 부당하게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다. 사형의 집행이 지연되면 사형수는 장기간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적 공포기간을 단축시키려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확정된 사형수에 대하여 형 집행을 마냥 미루면서 인명을 중시하는 인권정부인 체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감형의 사면이라도 해서 확실히 생명을 보장시키는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처리가 가능하다면 정부가 법률ㄹ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