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면직 당한 사립대학의 교수들은 임용기간이나 정년이 끝나기 전에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는 한 무효확인소송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남은 임용기간 내에 재판의 확정을 기대한다는 것이 어렵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을 얻는 것도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경우」에 한정되는 요건 등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고, 그 결정을 받았다 한들 흐르는 세월을 정지할 처방은 없어 임용기간은 끝나게 된다.
판례는 「바로 급료의 지급을 구하거나 명예훼손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등의 이행청구소송으로 직접적인 권리구제의 방법」이 있다고 하고 있으나, 말이 쉽지 면직처분이 유효하게 살아 있는데 무효임을 전제로 그러한 이행소송에 들어가는 것도 커다란 모험이 아닐 수 없고, 면직처분을 당한 후에 그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것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학교법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만한 고의‧과실이 없다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판례(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11696 판결)를 보면, 직접적인 권리구제의 방도라는 것도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위 대법원판결의 소수의견(少數意見)은 재심원고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견해로서 판결내용에 대한 법률전문가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여기 장문(長文)의 소수의견 중 그 일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즉시확정(卽時確定)의 이익이 있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수의견도 시인하고 있듯이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 법률관계의 확인소송은 즉시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직위해제 및 면직처분의 존속은 임용기간이 만료된 교원이 누릴 수 있는 재임용에 관한 원고들의 절차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사회적인 명예를 손상하고 나아가 원고들이 교원으로 다시 임용되는데 있어서도 불이익한 장애사유로 작용하여 원고들의 인격적 이익에 관한 권리나 교원으로 임용될 수 있는 법률상의 지위에도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은 이 사건 직위해제 및 면직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받음으로써만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하고, 나아가 「원심 변론종결 당시에 시행되던 구 교육법 제77조 제3호(1997. 12. 13. 법률 제5437호 교육기본법 부칙에 의하여 폐지)는 성행이 불량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교원이 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교원임용의 결격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구 사립학교법 제54조 제3항은 위와 같은 교원의 임용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관할청이 임면권자에게 당해 교원의 해직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학식과 교수능력 및 엄격한 도덕기준을 갖추어야 할 교원이 바로 그러한 자질이 부정된다는 사유로 직위해제 및 면직처분을 당하였다면, 그러한 교원은 구 교육법 제77조 제3호 소정의 교원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교원으로 다시 임용되지 못할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므로, 직무수행능력의 부족 또는 근무성적불량을 그 사유로 하고 있는 이 사건 직위해제 및 면직처분의 존속은 교원으로 다시 임용될 수 있는 원고들의 법률상의 지위에 위험이나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교원임용에서의 제외가 구 교육법이 정한 교원임용 결격사유에 근거한 것인 이상, 그러한 위험이나 불안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것으로서 결코 간접적인 것이거나 사실적이니 것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것이므로, 원고들로서는 원심변론종결 당시에도 그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라 했다.
그밖에 소수의견은 소(訴)의 이익에 관하여 법원이 그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분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적인 분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재판을 거부하는 현상을 꾸짖으면서, 「사법작용은 구체적인 법적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당사자로부터 소의 제기를 기다려 비로소 발동된다는 점에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국가작용이기는 하나, 법적 분쟁의 해결은 법원의 임무이자 존재이유이기도 하므로 국민의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에 대하여 재판의 청구가 있는 이상 법원은 가능한 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실질적으로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그것이 바로 사법민주화를 달성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민주화의 요청은 사법의 분야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사법의 민주화는 소송절차상의 제약요소들을 완화하여 국민들이 법원의 분쟁해결절차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넘친 이러한 의견이 왜 4인의 대법관에게만 영향을 주는데 그쳤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원고들은 직위해제 및 면직무효확인소송의 제1심, 제2심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고 만 것인데,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상고심판결이 잘못된 것이라면, 적어도 대학교수들로서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고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라는 불명예는 벗었을 것이 명백하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왜 그렇게 오래 재판을 하지 않았을까, 주심대법관에게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사실심(事實審)의 경우라면 5년 동안 변론기일을 열지 않았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전원합의체로 넘긴 사건이라고 해도 5년이나 심리할 성질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파트의 전 입주자가 체납한 관리비에 대하여 아파트 관리규약의 정함에 따라 그 특별승계인에게 승계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2001. 9. 20. 선고 2001다8677)은 상고이유서가 제출되고 9개월 만에 종결되었다. 거기에는 대법관 3인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1인의 반대의견으로 다수의견에 맞서고 있다. 그러니까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이라고 해서 몇 년씩이나 심리한다는 이유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