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의 지연(遲延)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의무의 신속한 실현과 분쟁처리의 촉진을 기한다는 목적에서 제정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81. 1. 29.)은 제3조에서 법정이율(法定利率)에 관한 특례를 규정했다. 민법 제397조 제1항은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하되,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約定利率)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제2항은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에 관하여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특칙을 규정했다.
한편 민법 제379조는 민사법정이율을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푼으로, 상법 제54조는 상사법정이율을 연 6푼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특례법은 제3조 제1항 본문에서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이율은 소장(訴狀)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니 날의 다음 날부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 안에서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대통령령(제10240호)은 그 법정이율을 연 2할 5푼으로 정했다.
문제는 연 2할 5푼이라는 이율이다. 위의 대통령령이 제정되니 것은 1981. 3. 2.인데, 그 당시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2할 내외였고, 민사법정이율이 연 5푼이었으므로, 채무자는 재판의 확정을 차단하기 위하여 남상소(濫上訴)를 일삼는 때였다. 그러므로 1980년대에서는 법정이율을 높게 규정한 취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IMF 금융위기를 지난 후부터 고율이 되었고, 그 후로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오늘날에 와서 시중은행의 금리가 연 5푼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반응이 없어 그 비율을 고정시켜 놓고 있다.
이러니까 금전채무에 관한 소송에서 패소하면 적어도 판결 이후부터 연 2할 5푼의 지연손해금을 물기 마련이므로 그 막대한 이자 부담 때문에 피고는 상소로서 불복을 해 놓고도 전전긍긍하게 되어 있다. 원고는 피고가 자력이 있어 집행이 보장되는 한 오히려 가집행선고에 의한 집행을 하려 하지 않는다. 가만있어도 4년 후에는 원금만큼 이자가 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고가 상소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원고가 판결의 금전을 수령하지 않고 회피하는 한 이자의 증가가 무서워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엄청난 이자 때문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좀 검토해 보자. 말하자면 피고가 패소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한 후 판결의 패소한 금액을 공탁(供託)하여 이자의 부담을 모면할 수 있느냐이다. 가령 피고가 패소부분의 일부에 대하여 상소하고 불복하지 아니한 부분의 금전에 대하여 원고에게 지금하려 했으나 그 수령을 거부할 때, 채무액의 일부에 대하여 변제공탁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 문제인데, 판례(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7046 판결)는 부정적이다.
「변제공탁이 유효하려면 채무 전부에 대한 변제의 제공 및 채무 전액에 대한 공탁이 있어야 하고, 채무 전액이 아닌 일부에 대한 공탁은 그 부족액이 아주 근소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자가 이를 수락하지 않는 한 그 공탁 부분에 관하여서도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러한 점은 채권자가 종래 거듭하여 일부변제를 수령하여 왔다거나 갑자기 영업소를 폐쇄하고 그 소재를 감추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변제공탁하게 되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하며,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관하여 전액이 아닌 일부에 대하여 공탁한 이상 그 피담보채무가 계속적인 금전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채무의 집합체라고 하더라도 공탁금액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가집행선고부판결에 대하여 불복을 해놓고 그때 소금전을 지급하려 해도 원고가 수령을 거부할 때 변제공탁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가집행선고부판결에 의한 가집행금원을 지급하는 것은 상소심에서 그 가집행의 선고 또는 본안판결이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변제공탁의 요건으로서 그 목적 채무가 확정채무(確定債務)이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채무는 확정채무라고 할 수 없고, 가집행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공탁한 것이므로 원고가 수령하지 않는 한 변제공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22446 판결)이다.
이 점에 관하여 피고는 가집행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가집행금원을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지급할 필요가 있는 만큼, 특수한 변제공탁으로서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 연 2할 5푼의 고집은 오늘날까지 끄떡도 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00. 3. 30.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97헌바49)한 바 있다. 1998. 1. 13. 개정되기 전의 구법 주항은 이자제한법의 범위(연 4할의 상한 내에서 시행령이 정한 연 2할 5푼) 안에서 법정이율을 정하도록 하는 제한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위 특례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점, 그 적용범위를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소송의 지연과 상소권 남용의 방지, 사실심판결 선고 후의 채무의 신속한 이행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위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방법에 있어서도 적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정은 헌법상 재검토하여야 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적으로 고정되니 민사법정이율을 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현실화하여 채권자가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자율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위 규정은 법정이율을 연 2할 5푼으로 정한 후 현실이자율이 그 법정이율보다 훨씬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그 법정이율을 그대로 고정시켜 두고 있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는 법정이자율의 현실화에 의한 실손해의 배상 이외에 소송제기 이후의 악의적 채무자의 소송지연과 상소권 남용의 방지, 사실심판결 선고 후의 신속한 채무이행의 확보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이러한 입법목적은 법정이율의 현실화에 의한 실손해 배상이라는 기본적인 입법목적을 전제로 하여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변제할 자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도 적용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보다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정이율을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취지에 반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부분이 삭제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개정된 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이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헌법상 금지된 포괄위임 여부의 문제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위에서 지적한 문제를 재검토하여 법률조항 자체에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여 질 수 있도록 기준을 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밝혀둔다.」
대한변호사협회도 2001. 5. 3. 법무부에 「위 법률의 법정이자율은 현재 금융권 이자율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채무자에게 불복의 기회를 박탈, 재판청구권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현실에 맞게 적저하게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금까지 위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위 법률조항은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보게 될 것 같다. 법률신문(2002. 7. 18.)은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박상훈(朴尙勳) 부장판사가 직권으로 위 조항에 대하여 포괄위임을 금지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違憲提請)을 신청한 사실을 전하고 있다. 위 법원은 위헌제청으로 인하여 재판절차가 정지됨으로써 민사재판의 사실상 마비사태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 하나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