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판결은 덧붙여 사건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과세하는 경우 모두 10억 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이 발생한 것이 되어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양도소득세액이 6억여 원에 이르게 되는 반면, 기준시가에 의하여 과세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양도차손이 발생한 것이 되어 양도소득세를 전혀 부과할 수 없게 되는 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바와 같이 실제로 불과 2년 미만의 기간에 4억여 원, 그리고 불과 2월 남짓 되는 기간에 6억여 원의 각 양도차익을 얻은 원고가 한정위헌 결정과 같은 해석으로 말미암아 양도소득세 부과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심히 부당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동작세무서장은 원고에게 양도소득세 7억여 만 원과 방위세 1억여 원을 부과했는데, 구체적 타당성이나 조세형평(租稅衡平)의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 판결이 헌법재판소를 얼마나 자극했겠는가.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한편 대법원은 7년 전의 대법원규칙 학살에 복수를 한 것처럼 통쾌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1년 반 뒤 헌법재판소의 자존심을 구겼던 위 대법원판결은 공개 처형되고 만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을 타고난 판결이었다.
위와 같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패소(敗訴)한 원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 하나는 세무서장의 과세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취지이고, 또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결국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 여부라는 민감한 문제를 이번 재판에서 뛰어넘고 갈 수는 없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1997. 12. 24. 선고 96헌마172‧173 결정으로 일을 벌이고 말았고, 아래의 그 주문(主文) 몇 줄은 가공(可恐)할 만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피청구인 동작세무서장이 1992. 6. 16. 청구인에게 양도소득세 금 736,254,590원 및 방위세 금 147,250,910원을 부과한 처분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위의 결정이유를 보면,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분명하나, 이는 입법자(立法者)가 해결하여야 할 과제라고 하여 한발 물러서는가 했더니, 이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하여 한 법원의 판결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설립되니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 헌법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 헌법의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치주의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재판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다시 최종적으로 심사함으로써 자신의 손상된 헌법재판권을 회복하고 헌법의 최고규범성(最高規範性)을 관철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결코 법률의 해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단순한 견해가 아니라, 헌법에 정한 권한에 속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의 한 유형이라면서, 위 대법원판결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하여 그 판결을 취소했다. 아울러 「법원의 재판과 행정처분이 다 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원래의 행정처분까지도 취소하여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한편, 기본권침해의 위헌상태를 일거에 제거함으로써 합헌적 질서를 분명하게 회복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요청에 부응하는 길」이라 하여 과세처분도 함께 취소한 것이다.
그러면 어찌 되는가. 상고기각의 대법원판결이 취소되고 세무서장의 과세처분도 취소되었으므로 사건은 원고의 뜻대로 해결된 것인가. 반드시 그런 것 같지 않다. 상고기각의 대법원판결을 취소하여 그 효력을 없앴지만, 원심판결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단 확정되는 것이라고 보면 어떠한 형식으로 종결되는가. 과세처분에 대하여 최소결정을 했으나, 그 처분의 근거법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이라고 결정하기 이전에 부과처분이 있었던 것이므로, 한정위헌결정의 효력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위의 헌법재판소결정의 다수의견에 반대한 법관출신 3인의 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그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재판인 이 사건 판결자체를 직접 취소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한 및 상호간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적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경우의 후속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어 그 효력을 둘러싸고 법적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법원이 위헌결정의 법리를 달리 해석하여 합헌으로 보아 적용한 점에서 위헌이라고 확인만 하고 그 후속조치는 법원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과연 과세처분에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으나 헌법소원심판에서 이긴 원고는 3년이 넘도록 세무서가 양도소득세부과처분을 취소하지 아니하고 부동산에 대한 압류처분도 풀어주지 아니한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과세관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법원의 눈치를 보면서 재산에 대한 압류만 계속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1년 3월 과세관청은 재산압류를 해제하고 기준시가를 초과하여 부과한 세금도 취소했고, 원고도 소를 취하하여 대법원에서 승소한 뒤로 만 5년이나 끌어왔던 분규가 일단 마무리되었다고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