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당(午堂)박우동선생화갑기념논문집⌟ 헌정식은 1994. 10. 6.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당시 법률신문의 법가동정(法街動靜)란에 실린 소식을 보면 재조 재야 법조인과 학계의 저명인사 2백50여 명이 참석 성황을 이루었다고 되어 있다. 학자도 아닌 내가 이런 영광의 자리를 갖게 된 연유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은 간단하다. 민사실무연구회(民事實務硏究會)의 회장을 거친 사람에게 화갑기념으로 회원들의 것을 주로 한 논문집을 만들어 봉정하는 관례가 있었고, 나도 그 한 사람으로서 차례가 된 것이었다. 1984년 4월 초대 회장이신 ⌜온산(溫山) 방순원(方順元)선생고희기념논문집⌟을 만들어 드린 것이 최초의 일이었다. 당시 연구회의 간사(幹事)직 심부름을 맡고 있던 나와 이시윤(李時潤), 김정현(金鼎鉉) 회원 등이 중심이 되어 선생님께서 고사(固辭)하시는데도 밀어붙여 이영섭(李英燮) 선생님의 하사(賀詞)를 비롯하여 김용철(金容喆) 법원행정처장, 김용진(金容晉) 변호사, 김현태(金顯泰) 교수 등 비회원 몇 분 것을 합쳐 30명의 필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사히 헌정식을 올려드린 후 우리는 법조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한 것처럼 안도했다. 학자 아닌 법조인으로서 화갑 또는 고희기념논문집을 봉정받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나를 위한 헌정식(獻呈式)은 연구회의 부회장인 변재승(邊在承) 서울고법수석부장판사의 개회사로부터 시작하여 간행위원의 한 분인 정동윤(鄭東潤) 교수의 간행사, 약력보고에 이어 방순원(方順元) 변호사께서 축사를 해 주셨는데 몸 둘 바를 몰랐다.
“박 선생께서는 위와 같이 33년이라는 긴 세월 일생을 통하여 청렴결백한 생활과 끊임없는 연구를 쌓으시면서 올바른 법 해석과 정의로운 재판을 위하여 법관으로서 소리 없이 법의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박 선생이야말로 그가 내리신 재판 하나 하나를 통하여 과감하게 무엇이 법이냐를 선명(宣明)하여 난마와 같이 흐트러진 사회에서 사법의 독립과 권위를 세우신 모범적인 법관이었습니다.”
앞서 회장을 역임하신 분들의 화갑기념식 전례도 있고 해서 사양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기념논문집 봉정식은 하되 나의 뜻에 따라 되도록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재경 법조인(法曹人)만 초대하되 고법부장판사 이상의 법관, 민사실무연구회, 민사판례연구회, 민사소송법학회, 민사법학회의 회원을 포함하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재경 갑술생(甲戌生) 변호사 37명 가운데 19명을 초대하고 그 ‘개(犬)들을 대표하여 한승헌(韓勝憲) 변호사가 축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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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사를 하고 있는 한승헌 변호사 / 한 변호사는 나보다 하루 빠른 동년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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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나보다 하루 빠른 9. 29. 생으로 형님이라 부르기엔 좀 억울한 인생 선배이다. 몇 해 전 어느 날, 두 사람 동갑내기는 서로 생일을 묻게 되었다. 조금 어정쩡했지만 같은 9월인 것을 알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다음이 문제였다. 한 사람은 절대 뒤가 없는 맨 꼬랑지 날로서 포기한 상태, 넌지시 다그치는 여유를 보이기까지 하니까 상대방도 역시 하루가지고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한참 머무적거리고 있었다. 섰다 판에서 망통과 따라지를 잡은 사람끼리 겨루는 꼴이었다. 나의 항복을 받은 한 변호사는 “시치미를 떼길래 당연히 내가 늦는 줄 알았지”하면서 잠시라도 속았다는 듯이 웃었다.
논문집은 50명의 쟁쟁한 필자의 협력으로 빛나게 이루어졌다. 여기서 나는 집필자의 성함과 간행사를 소개하면서 그 날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논문집의 목차를 보면, 제1부 실체법(實體法)편에 장수길(張秀吉) 변호사, 이주흥(李宙興) 사법연수원 교수, 김영일(金榮一)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용균(金龍均) 청주지법 부장판사, 김상용(金相容) 연세대 법대 교수, 이범주(李範柱)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하은(全河銀)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재식(尹載植) 서울지법 동부지원장, 김영란(金英蘭) 서울고법 판사, 변종춘(卞鍾春) 서울고법 판사, 오세빈(吳世彬) 사법연수원 교수, 한위수(韓渭洙) 서울고법 판사, 박용상(朴容相)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선석(金先錫)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용우(李勇雨(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동섭(朴東涉) 변호사, 이영애(李玲愛)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박기동(朴基東) 서울고법 판사, 손지열(孫智烈)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기동(金起東) 서울고법 판사, 주기동(朱基東) 서울고법 판사, 이재성(李在性) 변호사, 전효숙(全孝淑) 사법연수원 교수, 제2부 절차법(節次法)편에 이기택(李起宅) 서울민사지법 판사, 김능환(金能煥) 수원지법 부장판사, 정동윤(鄭東潤) 고려대 법대 교수, 권순일(權純一)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김황식(金滉植)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박국수(朴國洙) 서울민사지법 판사, 강봉수(康鳳洙)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관행(趙寬行) 대법원 재판연구관, 강현중(姜玹中) 변호사, 김홍엽(金弘燁) 서울고법 판사, 강일원(姜日源) 서울민사지법 판사, 이동흡(李東洽) 사법연수원 교수, 최성준(崔成俊)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김상원(金祥源) 변호사, 박준서(朴駿緖) 대법관, 민일영(閔日榮) 청주지법 충주지원장, 권 성(權 誠) 서울고법 부장판사, 정지형(鄭址炯) 서울민사지방법원장, 여상훈(呂相薰) 서울고법 판사, 김홍규(金洪奎) 연세대 법대 교수, 제3부 기타편에 가재환(賈在桓) 사법연수원장, 이종찬(李鍾贊) 서울지법 남부지원 부장판사, 김지형(金知衡) 서울고법 판사, 윤진수(尹眞秀) 전주지법 부장판사, 최공웅(崔公雄) 대구고등법원장, 허 만(許 樠) 대법원 공보관 등의 순서로 옥고(玉稿)가 실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