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2002. 7. 26. 선고 2000두7254 판결
「행정처분에 그 효력기간이 정하여져 있는 경우, 그 처분의 효력 또는 집행이 정지된 바 없다면 위 기간의 경과로 그 행정처분의 효력은 상실되므로 그 기간 경과 후에는 그 처분이 외형상 잔존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의 결정 여부가 본안사건의 소의 이익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이군요.”
⑧ 2002. 8. 23. 선고 2002도46 판결
「피고인이 검찰의 소환에 따라 자진 출석하여 검사에게 위 금품수수와 그 직무관련성을 포함한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하여 자백함으로써 형법상 자수의 효력이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수가 있고, 그 후에 피고인이 검찰이나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일부 부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단 발생한 자수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은 자수(自首)에 관하여 상당히 관대한 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법원 1994. 5. 10. 선고 94도659 판결, 1994. 12. 27. 선고 94도618 판결도 이 판결과 취지를 같이 한다. 그런데 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 1965 판결에 의하면, 「자수라 함은 범인이 스스로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기의 범행을 고하고 그 처분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말하고, 가령 수사기관의 직무상의 질문 또는 조사에 응하여 범죄사실을 진술하는 것은 자백일 뿐 자수로는 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⑨ 2002. 8. 27. 선고 2002다27903 판결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 함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로서 그로 인하여 채무자의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게 되거나 채무초과상태가 더 나빠지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채무자가 이전부터 있는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는 행위는 소극재산을 증가시키는 행위가 아니므로 그것만으로는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에서 보면, 갑은 피고에 대한 차용금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가 그로부터 5개월 더 지난 뒤 그 어음금 청구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피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과 공정증서를 이용하여 갑의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고 하여 이로써 바로 갑의 전세금반환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한 것과 같다고 볼 수는 없고, 또 갑이 피고와 짜고 원고를 해할 의사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조금만 더 사건의 내용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갑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1993. 2. 2. 갑은 원고에게 2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는데, 갑은 그의 장모인 피고에게 5천만 원의 차용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중 1999. 10. 25. 그 변제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했고, 원고가 2000. 3. 29. 갑에게 채무이행을 독촉하자 갑은 2000. 4. 11. 위 어음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주고, 피고는 이를 가지고 갑의 유일한 적극재산인 4천 5백만 원의 전세금반환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그 명령은 2000. 5. 31.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던 갑이 피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그의 유일한 재산을 피고에게 양도한 것과 다름없고, 갑은 채권자인 원고를 해함을 알고 이러한 법률행위를 했으므로, 원고는 갑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민사재판에서 난해한 분야 중의 하나가 민법 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債權者取消權)이 문제된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변제는 사해행위성(詐害行爲性)이 부정되지만 특정채권자에 대한 대물변제(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27198 판결)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특정채권자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사해행위가 된다고 한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23186 판결).
이 사건은 원심판결과 같이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권을 양도하는 형태로 볼 것인지, 원고를 해함을 알고 그런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채권자취소권은 파산(破産)에 준하여 긴급수단으로서 허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판례는 너무 광범위하게 사해행위를 인정하여 왔다고 비판하는 학자도 있음을 감안할 때, 위 판례의 바탕은 되도록 채무자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인정하고 채무자와 거래한 제3자의 희생을 막는다는 복안이 깔려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⑩ 2002. 11. 8. 선고 2002다38361 38378 판결
「법률상의 요건사실에 해당하는 주요사실에 대하여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여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나, 당사자의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법원에 서증을 제출하며 그 입증취지를 진술함으로써 서증에 기재된 사실을 주장하거나 그밖에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는 이런 판례를 모르는 게 낫지.”
⑪ 2002. 12. 3. 자 2002모265 결정
「형사소송법은 상고이유를 엄격히 제한함과 동시에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원심법원의 증거조상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항소이유서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법률심으로서 사후심인데 반하여, 항소심은 사후심적 성격이 가미된 숙심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항소이유서에 ‘위 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억울한 판결이므로 항소를 한 것입니다’라고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이를 제1심판결에 사실의 오인이 있거나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는 항소이유를 기재한 것으로 선해하여 그 항소이유에 대하여 심리를 하였어야 옳았다.」
“이 판례도 역시 변호사는 모르는 게 낫겠지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제361조의4는 항소이유서의 제출을 강제하고 있고, 제361조의5는 11개의 항소이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364조 제1항은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법이 정한 항소이유가 기재되어야만 적법한 항소이유서가 되는 것 아닙니까.”
“억울한 판결이라는 말에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뿐만 아니라 11개의 항소이유가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