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집 모두의 이시윤(李時潤) 간행위원장의 간행사는 과분한 찬사 때문에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를 숨길 필요는 없다고 여겨져서 여기 소개하기로 한다. 이 위원장은 판사 초년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왔기 때문에 나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여기서는 재기 넘치는 그 필치(筆致)로 좋은 점만 골라서 비행기를 태웠다.
오당(午堂) 박우동 전 대법관님의 60 환력(還曆)을 맞이하여 우리 민사실무연구회가 기념 논문집의 간행으로 축복의 행사를 주관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삼가 존경지념(尊敬之念)에서 선생님에 대한 몇 가지 소감을 적고자 합니다.
첫째로, 오당선생의 창의적 발상과 Leadership(리더십)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1970년 오당의 서울고법 판사시절에 판례보급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과 같이 판례에 관한 월간지가 있어야 되겠다는 선각자적(先覺者的) 발상에서 청림출판사에 적극 권유하여 지금의 ‘판례월보(判例月報)’를 간행하게 하고 그 편집을 주도하셨습니다. 창간기의 편집위원으로는 당시에 고법 판사들이셨던 윤일영(尹一永) 전 대법관, 황도연(黃道淵) 헌법재판관, 오석락(吳錫洛) 전 지법원장과 그때 서울법대 조교수였던 필자 등으로 기억되지만 대표편집위원은 오당선생님이셨던 것이며, 그래서 ‘단장(團長)’이란 별칭이 있었습니다. 창간(創刊)을 하고 기초를 잡는 데 1년 가까이 심혈을 기울이고 물러났지만 오늘날의 판례월보사에서는 오당선생님을 창업의 대표적 공신으로 기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민사실무연구회가 오늘과 같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오당선생의 지도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래 민사실무연구회는 온산(溫山) 방순원(方順元) 선생님의 제안으로 출범하게 되었지만 오당선생께서 초대 간사로서, 그리고 제3대 회장으로서 자기희생과 집념으로 인하여 오늘같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을 대부분의 회원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법관(法官)으로서도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내시면서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제도와 조사관제의 활성화 등의 실적을 쌓으셨고, ‘가정법원 사건의 제문제(諸問題)’란 가정법원 법관들의 논문집을 창간하는 등 가사재판의 발전과 개척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생각건대 법관으로서 발군(拔群)의 Leadership, 조직장악력(組織掌握力)과 친화력(親和力), 그리고 예리(銳利)한 통찰력(洞察力)을 높이 평가하여 법원행정처 차장과 처장으로 발탁되는 영예를 가졌으며, 한 시대 한 나라의 사법행정의 개선과 현대화를 주도하는 업적을 쌓으셨습니다. 무릇 공직자(公職者)란 진퇴(進退)를 분명히 하여야 하며, 특히 물러설 때에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Leader의 길입니다. 오당께서 법원행정처장 시절 대법원장의 물망에 올라 경합이 있었다가 끝난 직후의 일로 기억되지만, 그때에 실기(失機)하지 않은 깨끗한 자진용퇴(自進勇退)야말로 길이 후진에 귀감(龜鑑)이 될 바 있습니다. 이로서 재조(在朝)를 떠나셨지만 법무법인 동서종합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활약하시며, 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회에 크게 공헌하고 계십니다.
둘째로, 참대같은 고고하고도 청빈한 법조인상을 정립하셨습니다. 우선 모습에서 대나무같은 청아(淸雅)하고 검소(儉素)한 기품을 느끼게 됩니다. 간결하고 선명한 문장력에서 문학적 재기를 엿볼 수 있으며, 깨끗하고 소탈한 선비정신에 겸양지덕(謙讓之德)은 존경심을 스스로 우러나게 합니다. 명쾌한 논리에다 과단성,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의감, 그리고 따스한 온기(溫氣)도 느낄 수 있는 인간성은 생래적인 이상적 법관상(法官像)을 보게 합니다.
따라서 법조의 영광인 대법관직에 이르신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암울한 권위주의의 시절에도 소신(所信)있는 재판 때문에 이른바 체제(體制) 불협력(不協力)이라 하여 곤혹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위기상황에 처했던 때도 없지 않으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결국 세상은 선생님의 법관으로의 양심(良心)․양식(良識)과 지성(知性)을 경시하지 아니하여 이일규(李一珪) 대법원장 시절에 자연스럽게 대법관 연임(連任)의 난문(難門)을 통과하는 영예를 누리셨습니다. 최고법관으로서 중도(中道) liberal의 입장을 유지하며 탁견(卓見)이라 할 판례를 많이 남기면서 사법정의 실현에 이바지하셨습니다.
셋째로, 실무법학(實務法學)의 개척자로서의 연구업적도 결코 과소평가가 될 수 없습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각고의 노력으로 판례중심의 수많은 논문을 펴냈으며, 특히 민사상고심(民事上告審) 분야에서 쌓은 실무경험과 부단한 학문적 연찬으로 일가(一家)를 이루셨습니다. 그리하여 오당이 펴내신 ‘사실심과 법률심’은 이 분야 연구에 지금까지 필독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편 ‘인신사고소송’이란 단행본을 출간하여 손해배상 법리의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신 것이 잊히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Kommentar(커멘타:주석, 해석)인 주석 민사소송법과 동 강제집행법의 series(시리즈)는 선생님에 의하여 편집이 주도되고 있으며, 여기에 편집위원으로 동참해 있는 필자는 그의 착상(着想)과 기획능력(企劃能力)에 탄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의 법률문화발전에 남긴 큰 업적은 우리나라 법조계의 최고시상인 법률문화상(法律文化賞)으로 보답받으신 것으로 압니다.
지금까지 오당선생님의 모습을 나름대로 그리려 하였지만 ‘호랑이를 고양이’로 그린 결례를 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사회의 생산적인 지도자로서, 대성한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실무법학의 권위자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공적인 인생도정(人生途程) 속에서 오당선생이 이제 60성상의 환력을 맞게 되셨습니다. 이에 선생의 고매한 인격과 그동안 사회에 남긴 공덕을 기리는 동시에, 우리 후진의 귀감으로 삼고자 하는 뜻에서 우리 연구회에서 series(시리즈)로 간행되는 ‘민사재판(民事裁判)의 제문제(諸問題)’ 제8권을 선생의 환력기념논문집으로 갈음하여 바치기로 하고, 이에 헌정식(獻呈式)을 갖기에 이르렀습니다. 예상외의 50편의 축하논문이 쇄도함에 오당의 사회적 공헌, 그리고 그 존경도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삼가 선생의 환력을 경하하며, 연부역강(年富力强)하시고 사모님 이은호(李銀浩) 여사와 더불어 만수무강하시어 우리 후진들에게 계속 지도와 편달을 아끼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힘들여 제자(題字)를 써주신 서울 법대 박병호(朴秉濠) 교수님, 옥고를 선뜻 내주신 우리 실무연구회 회원들, 동참 투고하여 주신 민사판례연구회 회원 제위와 저명한 대학교수님들에게 정중한 사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우리 연구회 부회장인 서울 고법 변재승(邊在承) 수석부장판사와 동 간사였던 민일영(閔日榮) 충주지원장의 세심한 준비에 더없이 고맙게 생각합니다. 또 Commercial Base(커머셜 베이스:상업적인 관점)를 떠나 출판해 주신 한국사법행정학회 이종균(李鍾均) 회장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