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항소심판결은 원고와 피고사이의 증여계약은 유효하고, 피고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實體的) 권리관계에 부합하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주장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하여 제1심판결을 지지했다.
다시 상고사건으로 돌아가서 원고의 상고이유는, 위와 같이 원심판결은 피고는 원고로부터 서면에 의한 증여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며,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으나, 피고가 항변(抗辯)으로 내세운 바는, 위 부동산은 원래 어머니의 소유였던 것을 나이 어린 피고에게 증여하고 원고에게 편의상 명의신탁한 것인데, 이제 명의신탁을 해지했으므로 피고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라는 것이었지, 원심판결처럼 원고가 위 부동산을 피고에게 증여했으므로 그 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라는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원심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판결의 기초로 삼은 위법이 있다는 요지였다.
이에 대하여 답변서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하냐 여부가 주요사실(主要事實)이고, 그것은 권리의 발생‧변경‧소멸이라는 법률효과의 판단에 직접 필요한 요건사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연유로 그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주요사실의 존부를 추인하는데 이바지하는 간접사실(間接事實)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가령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이 그 이유와 같이 판결했다고 해서 변론주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피고는 원심의 변론에서 원심의 판단과 같은 사실을 원고가 제출한 서증(書證)까지 제시하면서 주장한 것이 분명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법률상의 요건사실에 해당하는 주요사실에 대하여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여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나, 당사자의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법원에 서증을 제출하여 그 입증취지를 진술함으로써 서증에 기재된 사실을 주장하거나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7. 27. 선고 98다46167 판결)는 판례를 내세웠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소가 심리의 불속행(不續行)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가 바라던 대로 2000. 11. 27.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2000다51780)을 내렸다. 그러면 이제 피고가 자신한 대로 골육상쟁의 긴 법정분쟁은 막을 내렸는가.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지금까지 법정에 올려 졌던 남매간의 사건을 대강 훑어보자.
지금부터 피고를 갑남, 원고는 을녀, 그 언니는 병녀라 부르기로 한다. 갑남이 문제의 부동산에 대하여 등기이전을 한 뒤로부터 본격적으로 분쟁은 벌어지는데, 첫 사건은 병녀가 경찰에 갑남이 임의로 문서를 위조하여 이전등기를 경료했다는 내용의 고소를 하게 되면서 형사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갑남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1994. 1. 13. 사기, 사문서위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그 행사죄 등으로 징역 1년의 유죄판결(93고단254)을 받았는데, 을녀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그녀 명의의 소송위임장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여, 제소전화해절차에서 법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시가 상당액을 편취하고, 또 화해조서에 의하여 위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으로써 공정증서원본인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케 하고, 이를 행사한 것이라는 것이 범죄내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지방법원에서는 1995. 4. 21. 갑남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94노844)했다. 을녀가 병녀에게 건물의 관리권을 위임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갑남에 대하여 소유권의 이전에 대한 승낙이 없었다던가 이를 철회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고, 을녀의 진술은 필적감정의 결과 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1996. 1. 26. 검사의 상고기각으로 확정(95도1333)되었다.
제2라운드. 갑남은 원고로서 그 건물의 1층 점포를 쓰고 있는 정이란 사람을 걸어 점유부분에 대한 명도(明渡)와 아울러 월 50만 원의 비율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1994. 6. 28. 원고의 청구를 기각(93가소8649)했다. 소액사건이기 때문에 판결의 이유기재가 없다(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 그러나 항소심인 광주지방법원에서는 1995. 9. 7.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94나6112). 피고는 원고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로서 말소될 운명에 있고, 건물의 실제 소유자인 을녀의 대리인인 병녀로부터 임차하여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어 원고의 청구는 신의칙(信義則)에 반한다고 주장했던 것이었다.
대법원은 1996. 1. 27. 건물명도부분에 대하여서는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금원 지급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환송(95다44290)했다. 파기이유는 「민법 제201조 제1항에 의하면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건물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그 건물의 과실에 준하는 것이므로, 선의의 점유자는 비록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건물을 점유사용하고 이로 말미암아 그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그 점유 사용으로 인한 이득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주장취지는 이 사건 건물의 실질적 소유권자는 원고가 아니라 원고의 누나인 을녀인데, 원고의 다른 누나로서 그곳에서 거주중인 병녀가 을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피고에게 그 점유부분을 임대하였다는 것이고, 한편 원고는 사문서위조 등의 범행을 통하여 을녀로부터 원고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혐의로 공소제기된 바도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그 경우 피고는 선의의 점유자로 인정될 여지도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위 점유부분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게 된 경위 등을 심리하여 과연 피고가 선의의 점유자인지 악의의 점유자인지, 또는 언제부터 악의의 점유자가 되었는지를 밝힌 다음 그에 따라 책임의 범위를 정하였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행정소송이다. 갑남인 원고는 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부과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 세무서에서 갑남이 누나인 을녀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았다고 인정하고 1993. 5. 18. 1991년도분 증여세 9천 4백여 만 원을 부과한 것이었다. 서울고등법원은 1996. 1. 31. 위 부동산은 원고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것인데, 을녀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은 명의신탁 재산의 실질적 소유자에 대한 환원이므로 증여라고 볼 수 없다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94구12540). 그리고 대법원은 1996. 5. 29.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96누4138) 원고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