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다루듯 형태를 다룬다. 망치를 들고 돌을 때리고 칼을 들고 흙을 도려내지만 조각가의 마음은 엄마와 같다. 때리고 도려내는 행위는 잔혹하지만 젖먹이 어르는 엄마처럼 하는 것이다.
성숙한 어머니는 아기 심정을 잘 알아 편하게 해주는데, 아기의 만족은 바로 어머니의 행복이다. 어머니가 늙었을 때 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죽어서 땅에 묻힌다 할지라도 그가 또 아기를 낳고 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형태는 나의 분신이며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 나간다. 그렇지만 그것은 엄마와 아기의 관계처럼 서로 독립된 생명체다.
조각가의 역할은 형태가 제 스스로 생명성을 발휘하도록 정성을 다해 돕는 일이 아닌가 싶다. 조각가는 무대 뒤에 숨어 가슴 죄는 연출가와 같다.
밤낮으로 형태를 생각한다. 형태는 세상 여러 가지, 또 인생살이 그 모든 것과 관계되어 있다. 그러기에 온갖 문제가 형태로 몰리는데 그것들을 다듬고 질서 세우는 현장이 곧 조각(彫刻)하는 곳이다. 보고 듣는 것, 느끼고 상상하는 것, 결단하며 행동하는 것…. 형태의 구석구석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어떻게 손질할까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 정성과 사랑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늦은 저녁, 뒷집에서 들려오는 아이 웃는 소리를 듣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아기 웃음은 그야말로 천상 음악이 아닌가 싶었다. 세파에 시달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천진무구한 소리는 큰 충격으로 들렸다. 지금도 생생하게 가슴을 치는 천둥 같은 아기의 웃음소리는 내가 이루고 싶은 종착의 형태다.
나와 내 형태의 거리는 엄마와 아기의 거리와 같다. 나는 내 형태가 내 입김이 닿지 않도록 어느 만큼 떼어놓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