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모든 것, 천태만상이 제각각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한 세월을 부분만 찾다 전체를 놓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부분과 전체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당도한 것 같다. 여러 층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 위에서 이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한 기능인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다. 총괄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고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을 보자. 총괄하는 기능이 없다. 조선시대 500년의 교육 지표는 공자였다. 쉽게 말해 공자는 군자의 길을 가르친 분이다. 군자란 인격의 최고 가치를 구현한 사람을 일컫는다.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서 그런 것을 배우는가?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아마도 온 세계가 다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러니 사람들이 하는 짓이 약육강식이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보다 약한 것이면 다 잡아먹는 것이다. 가치가 사라진 세상 바다에는 힘의 논리만 있다. 힘을 갖고 볼 일이다. 돈이 힘이다. 돈이 세상 모든 것을 좌우한다. 이른바 물질만능주의라 한다. 가치라는 말은 사전에나 있는 말이 되어버렸다. 종교 쪽에서 말은 하지만 공염불이다. 사람이 없는데 가치를 어떻게 찾겠는가.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작은 강물들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고, 마침내 바다를 이룬다. 바다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깨끗한 것, 더러운 것 가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만물을 생성한다. 모든 생명체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바다에는 소금이란 게 있어 썩지도 않고 모든 생명을 생성하며 모든 것을 수용한다. 바다는 가장 낮은 데 있다. 시인들은 바다를 노래한다. 우리가 고향을 생각하듯….
가치의 근본을 진선미라고 한다. 진과 선과 미는 하나라고 동서의 모든 성현이 말했다. 절대불멸의 진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을 보라. 진선미를 하나로 말하는 사람들이 없다. 하나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드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각각의 전문가들이 있다. 그리하여 끝없는 분화가 이루어진다. 분화란 작은 전문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럴수록 본원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본성이 하나 있다. 행복이라는 것이다. 행복이란 종합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갈라질수록 외로워지고 공허해진다.
요즘 세상에는 종합의 인간이라 할까, 그런 사람을 쓸데없다고 한다. 세상은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 중에서도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저들은 누구입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 이들이며,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알 듯 하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막상 생각해 볼진대 간단치 않다.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내 삶의 현재가 그것을 보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렇다. 참으로 옳은 것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착함이란 어떤 것인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하는가. 이것이 인간에게 영원한 숙제다. 참으로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이 영원한 숙제를 풀어내기 위해 모험을 한다. 그 모험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예술가들에게 보낸 편지에 ‘미는 성령의 불티’라고 표현했다. 성령은 보이지 않는다. 미는 보이는 현상이다. 미란 것은 성령의 보임새라고 풀어 말해도 틀린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분화의 시대에 참으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들리는 것이다.
지난 백 년간에 걸쳐 미술가들은 인간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먼 훗날 이 시대가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다. 인생을 제외하고 아름다움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양 화가 키리코가 그린 거리 풍경은 인적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그 고요함 속에 두려운 공기가 있다. 우리는 지금 이처럼 공허한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외롭다. 외롭지 않은 세계가 그립다. “무거운 짐을 진 이들아, 다 내게로 오라.” 꼭 나한테 하시는 말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