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님 신부가 하는 말이 “예술가는 참 좋겠다.” 어안이 벙벙해 “왜요?” 하고 물으니, 최 선생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맘껏 만들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흔히들 그렇게 보는 수가 많은데 실은 타의(他意)의 작용이 더 많습니다. 신부님은 좋으시겠네요.”
“왜요?”
“타의로만 사실 수 있으니.”
“사람들은 그렇게 보는 수가 많은데 실은 자의(自意)의 작용이 더 많습니다.”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그 후 나는 가끔 그때 일을 회상한다. 예술가와 성직자에 있어서의 자의와 타의란 무엇인가? 성직자들은 하느님 말씀으로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육신에 따른 여러 문제에 매여 있다는 말이고, 예술가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주변 사정과의 문제로 언제나 묶여 있다는 뜻이다.
성직자는 타의로 사는 것 같지만 자의의 문제로 고뇌하고, 예술가는 자의대로 사는 것 같지만 타의의 문제로 괴롭다. 언뜻 보기에 상반되는 말 같지만 내가 타의라고 말한 것은 신부님이 자의라고 말한 뜻과 다를 바 없다.
사실 나는 지금 현실에서 후련할 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야말로 오늘도 일념으로 희구하여 마지않는 문제다. 매사 힘에 겨워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켜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극복하고 마음 편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뜻이 내 뜻으로 행사될 때, 내 뜻이 밖의 뜻과 같이 될 때, 상대적인 것이 부서질 때, 진정한 자의는 타의와 같고 진정한 타의는 자의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