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젊은이 (10회)

- 관정의 국외 유학생들은 더욱 패기가 넘친다.
노벨 물리학상을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받는 관정장학생이 될 것이라는 하버드대 물리학과 석사 과정의 유학생, 그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홀어머니는 식당 일을 하시고 저는 하루에 과외를 네 탕씩이나 뛰고서도 하버드에 들어갔는데 관정장학금을 받게 됐으니 뭔들 못 이루겠습니까?”라고 썼다.-

관정장학금에 감사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학생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어떤 때는 아주 당돌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 번은 장학금 인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받았다. 한마디로 ‘미화 3만 3천 달러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학비와 최소 생활 유지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한 학기 학비와 생활비 명세서까지 첨부하면서 ‘장학금 사정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의례적인 감사의 표시마저 잊고 있었다. ‘현지 사정을 모르는 무지한 장학금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거침없고 실리적인 면모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어딘가 마음이 편하지 못하여 다음과 같은 답장을 했다.

“장학금은 학생이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로부터 받는 은혜로 생각하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 장학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학생이 만일 ‘이제 저는 괜찮지만 후배 장학생들을 위해 이러한 실정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은 유럽권이고 유럽권은 미국에 비해 학비가 훨씬 싸기 때문에 처음에는 장학금이 비교적 적게 지급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국은 같은 유럽권이라도 미국의 주립대학 이상으로 학비가 비싸진 것을 알고 마침 인상을 하도록 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인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돈보다는 지혜를 좀 더 터득하길 바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학생이 언젠가 성숙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장학생들과 내외 귀빈들

또 이런 학생도 있었다. 지난 2002년 재단 1기 국외 유학생 가운데 미국 콜롬비아대학에 다니던 박 군이 퇴학 위기에 처해 있다는 보고가 재단으로부터 들어왔다. 우리 재단은 물론 콜롬비아대학의 장학정책은 장학금의 이중 수혜를 금지하고 있다. 두 군데 이상의 장학금을 동시에 받게 될 때는 지체 없이 신고하고 택일하도록 되어 있다.

이 학생은 콜롬비아대학의 장학금이 먼저 결정됐으나 더 유리한 관정장학생 선발 결과를 기다렸다. 드디어 관정장학생으로 뽑히게 되자 관정장학금만 지급 신청하고 학교 장학금은 지급 신청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에 신고를 지나쳐버렸다. 그런데 학교 장학금의 바로 다음 순번을 기다리던 학생이 박 군의 타 장학금 수령 사실을 알고 학교에 장학금을 신청했다.

여기서 박 군의 미보고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조금이라도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퇴학까지 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관정장학생 자격도 자동 상실된다. 박 군으로서는 일대 위기가 아닐 수 없고 우리 재단으로서도 명예가 걸린 일이었다. 고의성이 있다면 가차 없이 박탈하고 장학 규정을 잘 몰라서였다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결국 이 학생은 관정 장학금을 받게 되면 먼저 결정된 학교 장학금은 포기할 것이라는 각서를 이미 보내온 것이 밝혀졌고, 학교 장학금을 이중으로 타낸 것도 아니어서 학교에서도 주의 정도로 끝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장학생을 뽑을 때마다 그런 실수가 없도록 철저히 주지시키고 있다.

참고로 이 문제와 관련한 관정교육재단의 장학 정책을 하나 더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중 장학금수혜는 절대 안 되지만 학교의 조교수당(TA)이나 연구 수당(RA)은 장학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이라야 그런 수당을 받을 수 있고 또 그것은 일종의 보수로 보기 때문이다.

학교 등록금 고지서에 그것이 기재되어 나오면 장학금을 산정할 때 그만큼을 뺀 다음 그 절반 정도를 보너스 장학금 형식으로 추가지급한다. 어떤 학생이든 정직해야 하지만 나라와 세계와 인류를 이끌어갈 세계 1등 인재로서의 관정장학생에게는 더욱 높은 도덕률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학기의 미국 유학 장학생 가운데 한 학생은 시험지를 다른 학생이 훔쳐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과목의 낙제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재단은 가차 없이 그 학생의 장학생 자격을 박탈했다. 우리 재단의 국제적 권위와 다른 장학생들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