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삼영화학은 이제까지 그 어떤 신규 사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과감한 투자가 따르는 모험을 감행했다. 청주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카 시대에 대비하는 3마이크로미터 캐파시터 필름 기술 개발에 돌입한 것이다. 이 사업은 150억 원의 핵심기술 개발 금융과 25억 원의 정부 지원으로 가능했다. 3마이크로미터 미만의 극 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은 차세대 자동차 산업과 전자 산업의 핵심 부품이다.
하이브리드 카 시대에는 물론이고 그에 이어질 전기자동차 시대까지 축전용 극 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의 수요는 끊임없이 창출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차세대 산업에 사활을 걸기로 한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억대의 원가가 들어가는 하이브리드 카 시제품을 만들어 낸 바 있다. 핵심 부품인 극 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의 국내 생산과 그 단가는 그들의 하이브리드 카 생산 청사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중요 변수이다.
일본은 국제 자동차 산업 시장에서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기술 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도레이(Toray) 사는 극 초박막 필름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레이의 기술력으로 생산된 필름에 파나소닉(PANASONIC)이 증착 작업을 해서 도요타 자동차에 납품하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편 아직도 수십 년을 버틸 수 있는 석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 카의 개발이 일본에 뒤져 있다. 그 이유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대체에너지 자동차의 개발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국도 이제 하이브리드카를 뛰어넘어 전기·전지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두고 세계는 이렇듯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중동 지역에서 화약 냄새만 풍겨도 기름 값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당연히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대체에너지 자동차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삼영화학에서는 과감한 기술개발 및 투자를 통하여 미래산업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초박막 하이브리드 카용 캐파시터 필름 개발에 성공하여 상업생산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하이브리드 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머지않아 전기·전지 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므로 극 초박막 필름의 국제적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삼영화학은 국내 차세대 자동차와 전자 산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힘쓰고 있다.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에 매달린 지 어언 58년, 나는 늘 되도록 멀리 남보다 먼저 내다보고, 오늘에 빨리 적응해서 앞서 전진하려고 노력해왔다. 어떤 기업도 그 싸움에서 이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가 자라날 때는《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인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옛 것에서 새 것을 알아내는 방식, 다시 말해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오늘에 적용하는 방식은 이미 낡은 패러다임이다. 옛 것을 배우고 익히기만 해서는 오늘의 좌표를 제대로 찾아 낼 수도, 내일의 신지식을 창조해 나아갈 수도 없다. 그보다 진보된 생각의 틀은 ‘온현이지신(溫現而知新)’이다. 지금 현재 세계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 맥을 짚어내서 앞날을 내다보는 단계이다.
지난날을 바탕으로 오늘의 설 자리를 알아내는 게 아니라 현재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느냐를 파악해서 내 자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만으로도 오늘의 세상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 결국 뒷북을 칠 수밖에 없고 승패로 치면 지는 게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기는 게임은 무엇인가? 네오 뉴 패러다임(Neo New Paradigm)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먼저 내다보고 거기 맞춰서 지금 내가 해야 할 바를 결정하며 미래로 나가자는 것이다. 미래를 보지 못하면 현재를 타개할 수 없다.
플라스틱 생활용기에서 시작한 삼영화학이 오늘날 차세대 자동차산업의 핵심 부품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첨단 소재 생산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 캐파시터 필름 도입에 앞장섰던 이석준 회장은 신재생 에너지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최첨단 소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들이 삼영화학의 미래를 밝게 해 주는 요인이다.
되돌아보면 감격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나는 플라스틱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공과대학을 나온 사람도 아니다. 오로지 다양한 독서를 통해 다져진 풍부한 상상력에 치열한 현장 경험을 접목하여 산업한국의 전쟁터를 이끌어온 노병이다. 어느 순간 직관이 통했을 때 나는 과감하게 “돌격!”을 외쳤다. 지금의 삼영화학도 미래를 향해 돌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