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동안 소송에 매달려 결국 3심에서 승소하여 25억 원을 되돌려 받았다. 그간의 금리는 물론 고통과 노력은 보상받지도 못하고, 잘못 납부된 임대료만 겨우 되돌려 받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옳았고, 정부의 처사가 사리에 어긋났음이 판명됐다는 것 자체로도 11년 법정 싸움의 보람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상술한 두 가지 소송 사례 말고도 마산 시내에 지었던 연건평 2,500평의 SUN 플라자 빌딩이 이중계약에 휘말려 벌어졌던 소송, 김해 제2 공장 공사를 할 때 공장부지 준공과 관련해 휘말렸던 소송, 국세 심판에서 43억 원을 환급 받은 일 등 나라를 상대로 싸워 이긴 재판이 여러 건 더 있다. 관정교육재단의 운영 과정에서 불합리한 세법에 끝내 승복하지 않고 합리적인 세법 개정을 세 차례나 일궈 냈던 일은 앞에서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이 모두가 나에게 턱없이 억울한 재산상의 손실을 만회해 주었다는 의미도 크지만, 내가 천신만고 끝에 얻은 더 큰 보람은 금전적인 것보다는 사회 정의를 어느 정도라도 바로잡았다는 데 있다. 잘못된 정부 조치에 맞서 싸워 이김으로써 법원 판례집에 소중한 새 판례 하나를 더 남기는 것은 바로 약자를 돕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직원들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억울하지만 규정이 이러해서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다.
“억울하지만 그냥 규정대로 하자고? 잘못된 규정에 누구나 순응한다면 그 규정은 언제 고쳐지겠소? 우리가 이번 기회에 바로잡읍시다.”
때때로 나의 이러한 지시가 관청을 드나들며 공무원을 상대해야 하는 회사 실무자들을 얼마나 곤혹스럽게 만드는지 나도 잘 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두려워서, 피곤해서, 시간 낭비가 싫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누구나 잘못된 관행에 순응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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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9년, 민주평통 간부위원과 기념촬영. 앞줄 가운데가 김대중 대통령, 그 왼편이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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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규정과 제도가 하나 둘 늘어나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불공단의 잘못된 전봇대를 하루아침에 철거하도록 하면서 모든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생각해보건대,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지자체 일선 행정기관에 자리 잡고 있는 행정편의주의가 사라져야 한다. 관료들이 규제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결과물이다. 공무원들이 판단해서 기업들한테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고 지시하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일 뿐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느냐의 여부다. 역대 정부 때마다 규제개혁의 구호를 내걸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말았음을 뚜렷이 기억한다. 의무와 책임은 다하지 못하면서 권위 내세우기와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일부 관료들이 있는 한 ‘무늬만 규제개혁’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공무원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의 공복(公僕)이다. 나태하고 타락한 정신으로는 공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 정부는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없앰으로써 개방ㆍ공유ㆍ소통ㆍ협력을 핵심 가치로 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맞춰 국민행복시대 구현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기존의 법령 등을 근거로 규제를 풀 수 없다는 닫힌 자세에서 벗어나 아주 사소한 규제까지 찾아내어 관련 법령을 개선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회조성을 위해 힘쓸 때,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을 다시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사회가 국민의 야성을 촉발시키는 일이 줄어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