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단 설립의 꿈이 무르익었을 때 즉 재산을 어느 정도 모았다고 생각했을 때인 1995년경 삼영화학 경영진에게 장학재단 설립에관한 법 절차를 알아보라고 했다. 보고로는 장학재단 설립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단 부동산일 경우 은행 담보로 잡혀 있으면 출연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은행 빚 없는 경영을 철칙으로 삼아 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만 공익재단에 내는 재산이라 하더라도 세금 혜택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서 좋은 일에 쓴다는데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하면 누가 재산을 선뜻 내놓으려고 하겠는가?
이 문제는 앞으로 차차 고쳐나가기로 하고 세금 부담이 없는 현금만을 출연하여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일단 2000년 6월에 현금 10억원을 출연하여 ‘관정이종환재단’을 설립했다. 관정(冠庭)은 나의 호(號)다. 재단의 이름에 호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대담하게 넣은 것은 미국의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을 본뜬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호만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공익재단의 설립과 운영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공익재단 출연 재산은 3년 이내에 본 목적 사업에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고 지나가면 공익재단 출연 때 면제되었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우리 재단은 장학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는 준비 작업을 1년 10개월에 걸쳐 마치고 2002년 4월 30일에 국내 최대 교육재단으로서의 닻을 올리게 되었다. 재단 이름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으로 바꾸었다. ‘관정이종환재단’으로 하면 ‘록펠러재단’처럼 종합적인 자선재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란 말을 넣은 것이다. 즉 장학을 위주로 한 교육 사업을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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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11월 4일 의령군이 세운 관정 송덕비 / 높이 6.2미터, 폭 1.4미터, 두께 1미터의 천연 오석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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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단에 출연한 나의 재산을 3천억 원으로 대폭 늘린 것이다. 2년 가까이 준비 기간이 필요했던 것도 주로 이 때문이었다. 우선 쉬운 것부터 하는데도 여러 가지 절차로 시간이 걸렸다.
재단으로의 재산 출연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2015년 12월 말 현재 8천 5백억 원(7억 7천만 달러 상당의 금액)에 도달했다. 2002년 출범 때의 세 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전 재산의 95퍼센트 정도가 된다. 온 인류가 존경해 마지않는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의 환원 재산을 오늘날의 가치로 평가하면 4,300억 원(4억 달러 상당의 금액)이고 재산의 사회 환원율이 94퍼센트라는 통계를 보면서 보람으로 삼는다.
이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가옥뿐만 아니라 여러 곳의 건물도 재단에 출연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던 집을 출연하면서 그 집을 헐어 임대용 빌딩으로 새로 지었다. 40여 년 넘게 살아오던 집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 만류했다. 왜 고생을 사서 하시냐고…….
그러나 평소 내 생각은 달랐다. 관정교육재단에 나의 집을 출연한 이상 재단의 수익을 위해서는 그 집도 헐어 새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그 건물에서도 얼마간의 수익이 발생하여 재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단의 수입을 늘이기 위해서라면 개인적 불편쯤이야 문제될 것이 없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하루도 미룰 이유가 없었다. 2010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1년 6월말에 완공하였다.
만년에 이르러 부(富)의 사회 환원을 위한 나의 꿈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나의 큰 즐거움이요 보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