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도 중국인들의 기본적인 저력은 인정한다. 또 요즈음에 와서는 그들의 경제적 급부상에 대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이 현재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고 여러 면에서 우리보다 낙후되어 있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을 묘하게 깔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그저 낮춰 보기만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한편으로는 깔보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어를 부지런히 익히고 중국 관계 주식을 사들이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초현대와 현대, 근대와 전근대, 고대가 모두 혼재되어 있는 나라다. 최고급 호텔은 초현대식 시설을 자랑하지만 서부 내륙지방에는 아직도 칸막이조차 없는 공간에서 쪼그리고 볼 일을 봐야 하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중국의 큰 부자들은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 생활을 하지만 극빈층의 참상은 우리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음식 가짓수만 해도 수천 가지다. 중국에 머무는 동안 곰 발바닥이며 노루꼬치며 고루 먹어 본다고 했는데도 안 먹어 본 음식이 끝이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판단하기에는 중국은 너무나 크고, 복잡다단한 나라다.
중국에서도 이제 ‘저임금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저임 노동력의 천국이라고 불리던 시절은 옛말이고, 노동력 부족으로 하루가 다르게 임금이 오른다. 값싼 단순 노동력이라면 모를까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인력난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진출한 외국 기업의 기술과 상품은 놀라울 만큼 빨리 중국인의 손에 복제되어 시장에서 값싸게 팔리고 있다. 이 바람에 외국 기업들은 혀를 내두르며 고전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다시 실감하는 것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만고의 진리다. 나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거나. 중국 시장을 넘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충고해주고 싶다.
“중국 와서 원가 경쟁하면 백이면 백 다 망하고 갑니다.”
“중국 사람하고 싸우면 백발백중 실패합니다.”
여러 해째 삼영화학 일에 도움을 주고 있는, 인물 좋고 매너 좋은 한족 젊은이가 있다. 그는 나와 함께 있을 때면 내가 중국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롄 공장 초기에 그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중국 사람들은 한 번 마주했던 사람과 두 번째 만나면 벌써 ‘친구’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불러 줘야 좋아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친구간의 성심, 신의, 신용 말입니다.”
내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의 말을 듣다가 이렇게 웃으면서 화답했다.
“이 사람아, 유식이 우환이다. 너무 알아도 탈이다. 네가 한 충고에 대한 내 답은 영어로 ‘오브 코스’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