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단의 장학 정책은 엘리트 장학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단순히 어려운 학생을 돕는 사회복지 장학주의가 아니다. 따라서 성적 우수자를 최우선으로 한다. 집안 형편은 다음 고려 사항이다. 복지사업을 하려고 했다면 애당초 나는 복지재단 같은 것을 세워 가난한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이나 노숙자 재활지원 또는 소년소녀 가장 지원 프로그램 같은 사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업은 국가나 다른 장학・복지재단도 할 수 있다.
우리 재단은 우수 학생을 골라 세계 1등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이것저것 다 하려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에 의하여 비록 가정 형편이 좋다하더라도 공부만 잘하고 품성이 좋고 장래성이 있으면 관정장학생으로 뽑는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라도 성적은 우수해야만 한다. 물론 비슷한 성적일 경우에는 형편이 안 좋은 학생이 선발될 수 있다.
또한 형편이 안 좋아서 현재의 성적은 조금 부족하지만 잠재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은 선발될 수 있다.
우리 재단의 설립 목적은 세계 1등 인재를 육성해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같은 사람도 나오고 빌 게이츠(Bill Gates, 본명 William H. Gates) 같은 사람도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 세계적인 인물들을 우리 재단에서 배출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나는 이 꿈을 이룩할 수 있는 장학사업에 충실하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재단 실무자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과거에 신세를 진 분들이나 가까운 친척, 친지들로부터 장학생 선발 청탁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사정이 딱한 학생이니 잘 챙겨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표현이야 어떻든 결국 좀 뽑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일단 지원 서류를 갖춰 오도록 한 다음 재단 실무 책임자에게 넘겨주면서 이렇게 당부한다.
“합격 기준에 미달하면 절대 뽑지 마세요. 회장 입장 배려한다고 고민하지 말고 원칙대로 하세요. 누구든 예외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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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장학금 수여식에서의 모습 / 왼쪽은 이수성 전 국무총리, 오른쪽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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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이다. 최종 결정은 내가 아니라 유명 대학의 교수들로 구성된 장학심사위원회에서 한다. 이 위원회는 누구의 청탁이 있었다든지 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가운데 공정하게 심사하게 하고 나는 그 결과를 그대로 확인하고 결재를 할 뿐이다. 물론 나도 사람이다 보니 “전에 그 학생은 어떻게 됐어요？” 하고 물어 본다. “성적이 모자라 불합격입니다”라는 실무 책임자의 보고를 받고는 잘했다고 격려해 준다.
그러나 나도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꼭 신세를 갚아야 할 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이 학생을 관정장학생으로 뽑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오. 재단에서 장학금을 편법으로 지급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다만 이 학생은 내가 꼭 도와 줘야 할 사정이 있는 아이이니 내 개인 호주머니에서 돕도록 하겠소” 하고 끝낸다.
내가 이렇게 하니 우리 재단의 장학생 선발 심사가10 0퍼센트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 이것이 200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영재급 또는 최우수급 학생들을 관정장학생으로 선발하는 권위와 전통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럼 관정장학생을 뽑는 기준은 어떻게 정했는가. 우선 국외 유학장학생의 경우이다.
첫째,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국적을 따지지 않으면 그 대상이 세계로 확대되고 특징과 차별성이 없어진다. 더구나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 학생도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보다 못 사는 개발도상국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려할 문제이다. 다만 장학 사업의 범위를 우선 한국뿐만아니라 북한으로까지 확대해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으로 유학하는 북한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주도록 하는 한반도 장학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둘째, 유학 지원 국가는 13개국에 한한다. 2002년 처음 시작할 때는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등으로 제한했다가 2005년부터 인도를 추가했고, 2016년 올해 처음 스위스를 추가했다. 예외적인 경우 지원국가 외 뉴질랜드나 오스트리아 등으로 유학생을 지원하기도 했다. 특별히 2015년도에는 중국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추가적으로 중국 장학생을 선발할 만큼 중국 지역의 장학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