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낮춰 보기를 잘 하는 당시 우리나라 관료 풍토와 비교할 때 중국은 오히려 사업하기에 좋은 나라로 보였다.
앞의 사례처럼 세금 문제로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사업자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헤아려 주는 선진적인 측면도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 없다’는 식으로, 다른 저의를 가지고세법이라는 무기를 휘두르는 관행은 아직은 겪어 보지 못했다. 규제도 심하지만 구두 설명만으로 정황을 헤아려 간단히 규제를 풀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땅에서 내 포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딪친 현실적 장벽이 이렇게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돈 벌 욕심 없이 뛰어든 일이어서 비교적 덜 고전했을 뿐이다. 그러나 인건비 싸고 낙후한 땅에 와서 한건 크게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드는 사람들은 중간에 좌절하기 십상이다.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난관에 부딪치거나 일을 도로 접고 돌아가는 경우가 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어불통의 문제점도 생각보다 심각하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같은 말을 쓰는 한국 땅에서의 노사 화합도 수월하기 어려운 터에 한족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자칫하면 노사 문제에 민족 문제가 덧씌워질 우려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중국말 잘하는 중국 전문가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신뢰를 전제로 한다.
상해에 사무실을 두고 중국 쪽 물류 전체를 총괄할 영업 전담자를 기용하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아무리 중국어에 능통한 한국인을 데려온다 해도 이곳 현지에서 영업 담당으로 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13억 중국인 중에 당신이 나하고 인연이 닿았습니다. 중국 내 최대의 합성수지 가공제품 생산기업은 나의 삼영화학이지만 그 영업 책임자는 중국인인 당신입니다. 13억 중국인 중에 내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중국인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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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 다롄증을 수여 받은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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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째 중국을 경험하면서 오늘의 중국은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막 일어나던 30~40년 전의 한국과 비슷하다는 점을 많이 느낀다. 그렇기에 창업 1세대인 나의 경험을 모두 쏟아 부어 중국 땅에 기반을 다져 놓으면 한국 젊은이들이나 기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길이 되고 더 나아가 중국의 발전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내 모든 사업 경험과 함께 투자 자본과 그 이윤까지도 중국에 남길 것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활짝 열고 목표에 도전할 때, 그들도 열린 마음으로 화답하고 따라오리라 믿는다.
‘도전하라. 그러면 도울 것이다.’
이는 평생 사업하면서 내가 직원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사업으로 마주치게 되는 모든 중국인들에게 ‘이런 사람을 안 도와줄 수 있나’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열심히 도전하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늘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지 않는 사람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이 아무런 도전 없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보다 낫다. 보신주의자보다는 무모한 아이디어맨이 낫다. 일상에 안주해서는 현상 유지도 못하는 게 오늘의 경쟁사회다. 나는 간부 사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디어를 내세요. 내가 여러분에게 자금 압박 때문에 곤란을 겪게 한 적이 있습니까? 수표 돌아오는 거 막기 바쁘게 만든 적이 있습니까? 자금 걱정은 내가 합니다. 그 걱정은 말고 아이디어를 내세요. 생각만 좋으면 내가 밀어줍니다.”
에디슨(Thomas Edison)이 촛불 잘 밝히는 데만 머물고 전기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전기도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가 산업 사회의 현실에 만족했다면 오늘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없고 정보 사회도 일찍 열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의 반도체 도전도 마찬가지고 우리의 3마이크로 초박막 캐파시터 필름 도전도 그렇다.
팔순 나이에 중국 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투자만 하고 뒷짐 지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일주일이 멀다 하고 다롄 공장에 13년째 드나들고 있다. 중국은 물론 하늘까지도 감동해서 도와줄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도전을 촉구할 자격이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