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로(一怒一老)’다. 9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몸으로 체험한 삶의 지혜다. 일로 머리가 복잡한 날일수록 하루에 한 번 농담 한 마디라도 던져서 남도 제주도에 위치한 관정교육재단 소유의 크라운 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웃기고 나도 웃으려고 노력한다. 그 이상은 하늘의 소관이다. 천금을 주고도 천수(天壽)를 누릴 수는 없을 터, 약이나 건강 보조 식품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 약을 멀리하는 편이다.
그러나 90년 가까이 움직여온 내 육신이 노후한 기계와 같다고 느낀 적이 한번 있었다. 지난 2005년 어느 날 김해의 삼영타일 공장을 돌아보다가 바닥에 조금 흘러내린 기름에 미끄러져 한 쪽 무릎을 다쳤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병원 출입을 해도 완전히 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때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여러 달 복용한 적은 있지만 내과적인 이유로 약을 먹은 일은 거의 없다.
다행히 제주도 관정교육재단 소유의 골프장이 있어서 틈틈이 골프를 즐기는 것 또한 내 건강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 아직도 공장마다 돌아다니며 직접 돌아봐야 내 마음이 놓이듯이, 골프장 또한 자주 들른다. 그래야 시설과 서비스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의무감 반, 내 건강을 위해서 좋은 공기 마시며 땀을 흘리겠다는 즐거운 마음 반으로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관정교육재단의 재원인 골프장이니 골프장 운영 성적이 관정교육재단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 나이에 남의 골프장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면 아마 골프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부모님께서 이 나이에도 연습장에서 젊은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여러 박스의 공을 한숨에 치는 근력을 주셨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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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에 위치한 관정교육재단 소유의 크라운 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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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더 공개하자면 나는 우리 재단 골프장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지 않는다.
첫째, 손님이 붐빌 때는 회장이라고 해서 중간에 끼어들어 티오프하지 않는다.
둘째, 코스가 한산할 때만 정규 코스를 돈다.
셋째,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9홀 퍼블릭 코스만 이용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다만 특혜를 누리는 것이 있다면 코스가 한산할 때 ‘멀리건’을 여유롭게 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많이 걷고 많이 치도록 해서 짧은 시간에도 운동량이 많도록 한다. 핸디는 15로 하고 있으나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담배는 1981년 7월 19일에 끊었다. 나는 젊어서부터 담배를 조금 피우긴 했으나 1978년 애자(碍子)라는 난제를 붙들고 씨름을 시작하면서 흡연량이 부쩍 늘었다. 한전에서 클레임이라도 들어온 날이면 심란해서 줄담배를 물고 살았다. 그날 아침에도 전화로 안 좋은 소식을 보고받고 식전부터 담배를 찾다가 문득 ‘에이, 오늘부터 끊어버리자!’ 하고 결심을 했다.
단칼 같은 내 성격이 담배 끊을 때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그 뒤로는 영영 담배와 이별을 했다. 일반 사람들은 금연보조제니, 뭐니 금연에도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는 모양인데 결정적인 것은 자신의 금연 의지이고 결단력이다.
생각해 보면 재산의 재단 출연 결심도 차원은 다르지만 내게는 금연 결단 비슷한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물론 오랜 세월을 두고 마음속으로 숙성시켜 온 계획이긴 했지만 결단은 한 순간이었다. 돈이라는 게 한 번 단념키로 마음먹으니 아주 편했다.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건강 비결이 무엇인지 결론이 나왔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일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 비결이다. 그런 결심을 하는 순간 내 인생이 점점 더 젊어지는 것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