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의 삼락(三樂)에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굽어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삼락(三樂) 중 하나로 꼽았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어떠한가? 기업인으로서 나의 인생은 비교적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윗대로부터 이어받은 것 없이 맨주먹으로 세상과 부딪쳐 이만큼 이루어 내었고, 내가 모은 재산 대부분을 좋은 곳에 쓰도록 내놓았으니 이만하면 족하다.
사람들로부터 칭찬도 받았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오해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나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나는 세상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다.
평생 기업가로 살아오면서 새로운 기술 개발과 해외 수출에 매진한 결과 2003년 10월에 기업가로서는 가장 명예로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기업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라고 했다. 이후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의 경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골몰하던 중 어느 날 청와대 의전 담당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게 되었으니 가족을 동반하여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연락이 었다. 2009년 3월 25일 나는 아내와 며느리를 동반하여 청와대로 들어갔다.
기업인 중에서 인색하기로 소문난 사람이 살고 있던 주택을 포함하여 거의 전 재산인 6,500억 원을 출연하여 교육재단을 만들었고, 재단 설립 후 국내외 장학생들에게 500억 원의 장학금을 아무 조건 없이 나누어 주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 2008년 3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각각 4명씩 선정한 박애주의자 48명의 명단에 나를 포함시켰던 것도 참작이 되었던 것 같다.
훈장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것이며 그 중 민간인에게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최고 등급이라 했다. 나에게 이렇게 큰 상을 내리는 것은 내 뒤를 이어 많은 기업인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공헌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아닌가 생각했다. 일반적인 훈장 수여는 각 부처 장관이 대통령 명의로 된 훈장증과 훈장을 수훈자에게 전수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 관례를 깨고 국사에 바쁘신 대통령께서 나를 청와대로 불러 훈장을 나의 목에 직접 걸어 주시고 격려의 환담까지 하는 시간을 내주었다. 이로써 세상의 온갖 풍파를 함께 겪어온 노부부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고, 며느리도 함께 참석하여 내 마음이 뿌듯했다.
그 해 4월 10일 나의 생일을 맞이하여 자녀들이 ‘무궁화장 수훈 및 87회 생신축하연’이라는 이름으로 가까운 일가친지들을 초대하여 뜻 깊은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내가 창업한 모든 기업들의 안정적 성장과 내가 소유한 전 재산의 사회환원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한 마음과 함께 가족들의 화목함까지 더해져 나는 모처럼 노년의 흐뭇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평소 친숙히 지냈던 김영진 시인이 “천사처럼 돈을 쓰겠다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어마어마한 기부천사 그 위대한 손 하나가 세상을 참 따뜻하게 하고 있습니다”라는 요지의 축시를 보내와 더욱 고마웠다.
여기서 잠시 나의 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약40 년쯤 전의 일이다. 그 무렵 나의 사업도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 재산이 좀 모여졌고 새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마당에는 정원을 예쁘게 꾸미고 푸른 잔디도 심었다. 소나무와 향나무가 푸른 가지를 드리우고 정원석이 수목과 조화를 이루었다.
작은 연못에는 잉어가 유유히 노닐고 산새들도 가끔 쉬고 갔다. 봄꽃이 활짝 핀 어느날 정원을 바라보다가 나는 문득 ‘이 정도면 임금님의 정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브랜드도 국내에서 초일류 가는 상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왕관표 크라운으로 정하고 내 호도 관정이라 지었다.
관정이란 뜻은 최정상을 말하는 왕관의 관(冠)자와 정상과 모든 국사를 의논하는 곳, 즉 조정이라는 뜻을 가진 정(廷)자를 붙여 최고, 최선을 지향하는 내 꿈을 담아 본 것이다.
그리고 장학재단을 만들 때 내가 키운 우리 장학생들이 나라 안팎에서 최정상의 일들을 담당할 수 있는 세계 1등 인재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설립했으니 관정교육재단이란 이름과도 일맥상통했다.
내가 스스로 지은 호여서 약간 쑥스럽기도 하지만 부르기도 좋고 듣기에도 좋아 계속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