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1년 평양 서문여고 출신의 아내 신명덕(辛明德)과 결혼하여 2남 4녀를 두고 있다. 아내는 6.25 전쟁이 벌어졌을 때 피난지 마산에서 처음 만났다. 평안도 사람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한 인텔리였고 꽃같이 예뻤다.
어머니는 내가 하루빨리 성가(成家)하기를 바라셨고, 나 또한 하루라도 떨어져 지내기 싫을 만큼 그 처녀가 좋아져서 결혼을 했다. 그때 내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장남 석준은 양택식 전 서울시장 댁의 셋째 딸(양문희)과 결혼하여 주찬과 주혜 두 남매를 두고 있다. 장남은 성균관대학 경영학과를 나와 삼영그룹에서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장손 주찬은 미국 시라큐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군복무를 다한 다음 서울대학교에서 MBA를 마치고 삼영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2016년 1월에는 김연수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녀 김도형을 규수로 맞아 결혼했다. 손부는 미국 에모리대학교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MBA를 마친 재원이다.
장녀 원희는 역사학자 조의설 박사의 자부로 출가했고, 차녀 정혜는 윤영근 검사(현재 변호사)와 결혼했다. 삼녀 지연은 신정섭 대사의 자부로 들어갔다. 넷째 딸 경희는 연세대를 나와 보스턴대학 MBA 과정에서 만난 LG의 재경부문 부장 이준호 군과 결혼했다.
모두 유수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짝을 만났으니 앞으로 우리 가문을 더욱 빛내고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각자 열심히 하도록 늘 당부하고 있다.
요즈음 내가 나의 가족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동안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또 매사에 가부장적 성격이 강하여 아내나 자식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내 나름대로는 기업활동에 전념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또 예전에는 모두 그렇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예전의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어느 쪽이 옳으냐 하는 것은 둘째로 치고라도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게 내 생각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요즈음은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창업 1세대들은 대체로 가정생활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급박히 돌아가는 기업 활동에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때문에 집안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매사에 독선적 경향이 많았다. 나도 그런 세태적 행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대해 아내가 한 때는 불만을 제기한 일도 있었지만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고 걸어온 길을 잘 따라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보여준 장남 내외의 헌신적인 효심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 노부부의 갈등을 그처럼 쉽게 녹일 수 있었을까 싶다. 새삼 가족애의 돈독함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 같은 가족 사랑의 뿌듯함을 삼영화학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또 한 번 실감한 바 있다. 자서전 출판 기념식까지 겸한 그 자리에 모든 가족과 여러 친지들, 지인들이 함께한 가운데 모든 어려움을 견디고 일궈낸 50주년 결실의 뜻 깊은 의미를 서로 나누며 한마음으로 축하하는 흐뭇한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이 곧 삶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기쁨이 아닌가 싶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했다. 그 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열심히 땀 흘려 돈을 모아 그 전부를 사회에 환원했으니 이만한 홍복을 누릴 자격은 갖추지 않았는가? 실로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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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3월 25일 수상한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 기념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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