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업 1세대로서 산업보국(産業報國)의 일념을 가지고 기업을 일구어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삼영화학그룹의 삼영화학공업주식회사가 극초박막 캐퍼시터 필름을 만드는 세계적 메이커가 되도록 갖은 노력을 다하여 수출산업에 기여했고, 고려애자가 국산 자기애자를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하기까지 우리 직원들과 함께 크고 작은 고비를 넘겨 오늘에 이르렀음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나는 금탑산업훈장, 장영실과학상, 국민훈장무궁화장 등 그 외에도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여러 대학교들로부터 경제학, 교육학, 그리고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중에서도 2014년 1월에는 화학공업 기술 분야의 선구자로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였고, 인재육성과 대학지원을 위한 나의 노력을 인정받아 서울대학교로부터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서울대학교 개교 이후, 한국인으로서의 명예박사 학위 취득자는 12번째라 하니 참으로 영광스럽고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서울대학교는 관정도서관 헌정뿐 아니라 세계 1등 인재 육성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진 나의 베풂을 기리기 위해 의령 재실(齋室) 앞에 관정송덕비를 세워 주었다. 오연천 전(前) 서울대 총장이 직접 송덕사를 헌정하고 전(前) 국회의장, 장관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내외 귀빈들이 제막을 함께했다. 그리고 4백여 명의 의령 군민과 서울대 관계자, 삼영그룹 임직원들도 자리를 빛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만수유(滿手有)했으니 공수거(空手去)하리라.”
“부존자원도 없는 나라인데 결국 사람에게 투자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높이가 3m가 넘는 검은 오석(烏石)의 송덕비 전면에는 ‘관정이종환회장송덕비’라 쓰고, 후면에는 서울대학교의 송덕사가 새겨져 있다.
나는 모든 송덕비가 다 감사하지만 서울대학교의 이 송덕비가 나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평가가 아닐까 싶다.
이 보다 7년 앞선 2007년 11월 4일 광주 이 씨 문중에서 먼저 세워 준 ‘관정송덕비’가 있다. 이에 더하여 서울대학교 송덕비가 건립됨으로써 종중 송덕비도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송덕비는 권력자들의 재직 중 또는 생전에 세우는 일이 흔히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 영합하는 내용 등이 많고 폐단이 많아 점차 송덕비는 사후에 세우는 것이 대체적인 관행으로 되어 왔다. 다만 권력과는 직접 관계없는 일반 민간인의 경우에는 생전(生前)에 세우더라도 무방하다고 한다. 나는 송덕비 건립을 극구 사양했으나 이런 이유로 나를 끈질기게 설득하는 바람에 어쩔 도리 없이 수락하게 되었다.
한편 2015년 10월 의령 생가 뜰에 세워진 나의 흉상은 생가 복원 계획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었다. 높이 1m의 흉상은 1m의 좌대 위에 안치되어 있다. 조각은 서울대 이용덕 교수의 작품이다. 흉상의 배경석에는 “무한 추구하라. 도전 없는 성공은 없다”, “공부할 때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다”라는 나의 어록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
장남인 이석준 삼영그룹 회장이 주최한 제막식에서 그는 내 생애를 잘 요약하고 나의 베풂 정신을 잘 이어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하여 마음이 든든했다. 그리고 각계 인사들이 과분할 정도의 축사를 해 주었다.
경제 발전과 인재 육성에 매진한 나에 대한 각종 평가들이 감사할 뿐 아니라 가슴 벅차고 또 가끔은 나를 더욱 장학사업에 매진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나에게 내려진 각종 역사적 평가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은 나의 시간을 계속 도전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