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투병 중이었다. 특별히 어떤 하나의 병이 아닌 연로하면 생기는 병은 다 있었고, 근력이 달려서 거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하루 종일 흔들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투병 중의 구술작업
생애기록작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 댁을 방문해 구술을 받았다. 투병에, 단순한 일상 때문이었을까. 선생은 작가가 한 번씩 찾아가는 것을 나름 기다리고 있었고, 지난 삶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것에 신명과 열성이 있었다. 선생은 체력건강은 약했으나, 정신건강은 좋아서 기억력은 무척 좋았다. 그러다보니 어렵지 않게 지난 삶을 끄집어냈고, 술술 풀어냈다. 그러나 병약한 체력은 말할 기력조차 힘겨워 했고, 발음이 불분명할 때가 많았다. 특히 군대 시절이나, 건설부관료 시절의 전문용어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병약한 체력에서 온 힘을 다해 구술하는 분에게 두 번, 세 번 다시 묻기에는 송구했다.
구술을 받다보면 리듬이라는 게 있다. 말이 술술 나올 때는 말을 끊으면 안 된다. 말을 끊으면 그 신명난 리듬이 꺼져버릴 수 있다. 설사 삼천포로 빠진다고 해도 때론 끈기 있게 들어줄 필요가 있다. 구술자와 작가 간의 교감과 소통은 화기애애해야 한다. 그래야 구술자가 허심탄회하게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속 깊은 얘기를 다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약한 작가는 나름 열성적으로 구술을 하는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선생의 말이 불분명하다는 티를 내지 않고, 추임새까지 적절히 넣으며 일단 다 들었다. 결국 녹취를 하는 과정이 몇 배로 힘들었다. 알아듣기 힘든 말이 나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 녹음을 세 번, 네 번, 심지어는 열 번 이상도 다시 들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수없이 듣다보면 그 불분명한 말이 귀가 뚫리듯 어는 순간 명확해질 때도 있고, 어떠한 경우에는 앞뒤 맥락으로 볼 때 그 말이 무슨 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도저히 알 수 없는 말은 다음에 가서 조심스레 다시 여쭈어 보기도 했다.
선생이 건강이 좋았다면 완벽주의자인 작가와, 장인정신으로 책을 만든다는 모토를 가진 출판사로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그냥 못 넘어갔을 것이다. 더 취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선생의 건강상 어느 시점에서는 그것이 선생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회고록은 과장해서 말하면 줄거리 같은 서사가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로 말하면 이 회고록은 줄기와 가지는 있는데, 잎사귀가 빈약한 나무이다. 나무는 줄기와 가지와 잎이 무성할 때 가장 완벽한 구성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회고록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뭇잎이 없거나 있어도 빈약한 앙상한 나무같은 회고록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디테일의 결여이고, 6하 원칙의 뉴스 서술처럼 드라이할 수밖에 없다.
선생으로부터 충분하고 세밀하게 구술을 받아내기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한 사람의 일생이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책이 나왔을 때 선생도 감개무량했고, 투데이미디어출판사는 어느 때보다도 보람이 있었다.
삶과 시대의 만남, 좌표
요즘 인터넷에서 ‘좌표찍다’라는 말이 유행이다. 정치, 사회적 논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인데, 어떤 사람의 언행에 대해 특정적인 점을 부각시켜 호도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일컫는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물이 처해 있는 위치나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수학적 용어로서의 뜻은 ‘평면이나 공간 안에 있는 점(點)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數)나 수의 짝’을 이른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좌표’라는 말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충고를 할 때 쓰기도 한다. “좌표를 확실히 정해”라고 하는 말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이때는 흔히 ‘인생이나,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목표를 확실히 정해서 하라’라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떤 평론가는 ‘좌표는 종으로 가는 삶과 횡으로 가는 역사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최종성의 회고록 ‘금잔디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는 좌표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여운이 짙게 남는다.
육군사관학교 입교는 터닝포인트
해방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출한 최종성은 서울거리를 방황하다가 우연히 ‘육군사관학교생’을 모집한다는 벽보를 보게 된다. 평소 군인을 동경하기도 했지만, 그때 처지에서 먹여주고 재워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육사에 응시해 입교하게 된다. 그러면서 공병(工兵)으로 걷게 된 군인의 길은, 최종성의 어두운 터널 같은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최종성이 임관하자마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최종성은 전장을 누볐고, 그 후 지휘관으로 혈기왕성한 군 생활을 할 때 5․16군사정변이 일어났고, 정변주체세력이 국가재건최고회의로 민정을 이끌 때 일약 건설부차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아홉. 군을 예편하고 본격적으로 박정희 군사정부의 일원으로서 최종성은 4대강 치수사업에서부터 산림녹화, 국도와 고속도로건설, 그리고 한강 이남 개발 등 현대사에서 가장 왕성했던 국토건설의 현장에서 정열을 불태웠다. 말하자면 최종성의 인생은 국토건설과 만나 꽃을 피운 것이다.
공병으로서의 ‘군인의 역정’이, 이른바 ‘군사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역사’를 만난 것이고, 그 삶의 ‘지향점’과 ‘시대’가 만난 지점은 ‘좌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좌표 설정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지침이나 경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좌표를 만난다. ‘인생에서 3번의 기회는 온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좌표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의 차이는 있다. 예컨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195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한국전쟁이라는 사건을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는 물론, 굶주림과 피난살이, 부모형제와 생이별이나 죽음, 부상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역사에서 보면 사건에 휘말려 희생을 당한 시대도 있고, 태평성대를 이룬 시대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사건에서 누군가는 행운을 일구기도 한다. 예컨대, 수요가 있는 군수물자를 만들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일군 사람도 있다. 역사는 각자의 삶에서 각각의 사건으로 피드백(조응)한다. 전장에 나간 군인이라고 해도 어떤 이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적의 총탄에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이는 숱한 사선을 넘으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운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상적인 개인의 삶과 역사의 피드백, 즉 ‘좌표’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서 적확하게 만났을 때이다. ‘좌표를 똑바로 세워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상정해서 하는 말일 터다. 198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을 예상하고,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정보화시대를 만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많다. 네이버 이해진, 다음카카오 의장인 김범수가 바로 그들이다.
각설하고, 최종성 선생이 군인의 길을 걷다가 5.16이라는 사건과 만난 것은 마치 퍼즐 맞추기 같은 좌표가 되어 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은 삶이 되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군인의 길을 걷기 전까지 선생의 삶은 신산스러웠다.
아버지가 새장가를 들면서, 유년기의 최종성은 생모와 함께 엄마의 친정으로 쫓겨 간다. 그러나 얼마 안가 아버지가 삼촌을 보내 생모에게서 빼앗듯 해서 다시 친가로 오게 된다. 여섯 살 무렵으로 이때부터 최종성의 서러운 삶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엄마품을 그리워했는지, 경성공업학교 통학 길에서 만난 어떤 아줌마를 엄마라고 믿고 따라붙기도 한다.
엄마없는 서러운 성장기
최종성은 성장기 내내 오매불망 엄마를 애타게 그리워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엄마나 그리워하며 징징거릴 틈새를 주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게 훈육했다. 조그만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였다.
"아버지는 어린 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벽으로 존재했다. 집에서 공부하다가 바깥에서 아버지 기침소리만 들려와도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늘 아버지 앞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반듯해야 했고, 사나이의 기상(氣像)을 잃어서도 안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학업성적도 줄곧 1. 2등을 놓치지 않았지만 ‘정신을 한곳에 쏟으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라는 뜻을 가진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이라는 경구를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마음에 새겼다."
꿈에서도 그리워했던 엄마, 아버지에 대한 무서움으로 어디 하나 마음 두지 못하고 성장기를 보낸 최종성은, 마침내 독립을 감행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출을 한다. 그것은 아버지로부터 해방이자, 엄마를 찾아 나서는 자기 구원의 길이었다.
육군사관학교 입교는 터닝포인트
최종성은 물어물어 지방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 만난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미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었고, 모자의 정을 나눌 처지가 못 되었다. 못내 아쉬움을 안고 서울로 돌아온 최종성은 거리를 헤매다 국방경비대(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되는 것이다. 군인의 길은 최종성의 체질에 맞았고, 그럼으로써 최종성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무서움으로 점철되어 온 삶과 결별하고 제2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임관하자마자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최종성은 바로 전장으로 나간다. 그리고 용감하게 싸운다.
"6월 25일 12시 경. 나는 소대 30명 중에서 10명의 결사대를 조직했다. 30명의 소대원 중에서 10명을 뽑는데 “장가 안 간 사람 손들어!” 해서 미혼자를 기준으로 했다. 장남, 기혼자, 독자는 제외시켰다. 그때 빠진 소대원들은 자기들도 결사대에 넣어달라고 조르기도 했는데, 물론 의협심이나 전우애 같은 것이 깔려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전쟁 맛을 덜 봤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이 결사대는 거침없이 내려오는 북한군에게 기습을 나갔다가 10명 중 5명만 살아남았다. 인생과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전쟁 첫날 10명 중 5명은 살아남은 운명이었고, 5명은 전사했다. 그야말로 막 스무 살이 된 빛나는 청춘의 죽음, 시쳇말로 개죽음이었다. 사실 역사에서 이런 죽음들은 숱하게 많다. 다만,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안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살아남아 자연사를 맞는 것만큼 큰 행운도 없다.
최종성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사히 목숨을 부지했다. 그리고 5.16을 맞아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정열을 붙 태웠다. 그런데 5.16은 최종성에게 개인적으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이 되었고, 세속적으로는 권력과 돈을 가져다주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과 국가에게 깊은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군부독재와 철권통치가 있었고, 국민들에게 많은 인권이 제한되거나 유린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과를 따져서 본다면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루기도 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회고록은 뉴스이자 역사
회고록은 인생 스토리이자 뉴스와 역사이다. 그런 점에서 최종성 회고록의 한 대목은 봉인된 역사의 한 자락과, 뉴스가 쏠쏠히 드러낸다.
1963년 3월 중앙정보부는 반혁명을 음모했다며 김동하, 박창암, 박임항 등을 체포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쿠데타 군부의 민정 참여 초기, 박임항은 건설부장관이었고 최종성은 기획관리실장이었다. 이미 장도영이 얼굴마담 역할이 끝나자 제거되었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북출신 군수뇌부는 박정희를 탐탁찮게 생각했고, 함경도 출신 박임항 또한 박정희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내가 있는 데서 박정희 의장에 대한 험담과 불만을 공공연히 토로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김현철 씨가 내각수반으로 임명되었을 때인데 박임항 장관이 “박 의장이 김현철이를 내각수반을 시키는 게 제대로 된 인사냐.”라고 해 내가 “장관님 말 함부로 하시다가 괜히 오해를 받습니다. 그런 말이 새어 나가면 좋을 것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박 장관은 “이 사람아, 내가 그런 것 무서우면 벌써 그만뒀지, 여기 있겠나! 오해는 무슨 오해인가. 내가 틀린 말했나!”라며 박정희 의장에 대한 불만을 강도 높게 토로했다."
박정희와 김종필이 이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루는 육사동기이자 박정희 의장의 보좌관인 오치성이 찾아와 “박임항 장관이 내일 부산으로 출장을 가는데 당신은 절대 따라가지 마시오.” 라고 했다. 무슨 이유냐고 묻는 최종성에게 오치성은 자세한 내막은 밝히지 않고 “팔자 센 놈 옆에 있으면 다치는 법”이라고 했다.
그 다음날 조간신문에 ‘김동하, 박창암, 박임항 등의 체포’ 기사가 크게 났다. 말하자면 반혁명 모의를 했다는 것이었다. 최종성은 이에 대해 박정희 의장이 헤게모니를 장악해 나가는데 있어 장애물을 치우는 수순이었고, 따라서 김형욱을 중앙정보부장으로 앉혀놓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렸던 것이라며, 그 이유는 박임항 등이 ‘혁명공약대로 민정이양을 주장한데다, 쿠데타 세력 내의 함경도 인맥인 박창암, 김동하 장군이 박정희 의장이 가고자 하는 코스의 장애물로 인식하여 제거한 것으로 부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최종성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정희가 박임항 장군을 1군사령관에서 끌어내려 건설장관으로 앉힌 것은 힘을 빼기 위한 임시조치였고, 자신을 기획관리실장으로 배치한 것은 박임항을 견제하는 카드였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정희나 김종필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부여받거나, 최소한 언질을 받았다는 뜻이 되는데, 최종성은 이 이상의 내막은 밝히지 않는다. 박임항의 체포까지 언질 받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박정희 의장 측과 어느 정도 교감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이 부분에서 생애기록작가가 그 의문을 가지고 조금 더 깊숙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최종성 선생은 거기서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작가가 느끼기에는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이니 가부를 말할 수 없다.
회고록은 이 생(生)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정리하는 행위
다만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인다면 회고록은 하나의 고백의 마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제 앞에서 고백성사하듯 이른바 지은 죄를 자백하듯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회고록을 내기로 했다면 미완성의 인간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것까지 끄집어냄으로써 회고록이 하나의 고백성사나 살풀이가 되어야 한다. 회고록은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고, 그 정리라는 것은 과오까지도 고백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차원이 다른 얘기지만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도 그 배후를 밝히지 않고 사망했고, 전두환도 끝내 5.18광주의 발포명령 배후와 광주와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사망했다. 둘 다 회고록을 냈으면서도 정작 말해야 할 것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회고록의 진정한 의미를 외면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회고록이라는 사치품으로 장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때론 무덤까지 갖고 가야할 일도 있으나, 선행은 숨기고 가더라도 악행은 저승으로 가기 전에 털고 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 생에서 있었던 일은 이 생에서 털고 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회고록’은 모든 삶을 고백하고 털어낼 기회이자, 회고록의 출간은 그럴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종성 선생의 '금잔디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가 모자란 회고록이라는 뜻은 아니다. 한 소년의 외로움과 그것을 헤쳐 나가는 눈물겨운 스토리, 군인으로서, 관료로서 한 시대를 만나 정렬을 불태우며 성취해나가는 삶은 우리들 내면에 꿈틀거리는 원초적 인간의 욕망의 지점과 맞딱드린다. 회고록이 교훈을 가르치는 장르는 아니기에 독자가 어떤 식으로 소화하게 될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이왕이면 인생의 깊은 의미와 삶의 등대와 같은 의미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최종성 회고록 '금잔디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투데이미디어 2014. 1. 21.
ISBN | 978-89-961830-1-3 (03990).
페이지 286 | 판형 신국판
by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