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선전」에 초입선하던 1932년에는 공교롭게도「협전」이 열리지 않아 그때까지 한 회를 앞서 가던「협전」이 1933년부터는 같은 회로 나란히 열렸다.
나는 1934년 13회「선전」에는 신부가 단장하는 그림 <신장(新粧)>을 출품해서 입선했고, 13회「협전」에는 백합(白合)>이 입선, 호평을 받았다. 1935년 14회「협전」註*에는 <추적(秋寂)>이,「선전」에는 <귀목(歸牧)>이 입선되었다. 이 해부터 나는 서화협회의 정회원이 되었는데 비교적 빨리 정회원이 됐다고 모두들 놀라워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던 「협전」은 불행히도 1936년 1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註**
일중 김충현(一中 金忠顯)의 백씨(伯氏) 경인 김문현(褧人 金文顯), 나와 교분이 깊은 서예가 유당 정현복(惟堂 鄭鉉輻), 한학자 동교 민태식(東喬 閔泰植), 국회부의장을 지낸 운재 윤제술(芸齋 尹濟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비서관을 역임한 소당 윤석오(紹堂 尹錫五), 고서화 감정가로 이름이 있던 동창 원충희(東滄 元忠喜) 등은 이때 이미 서명(書名)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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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6년 인천 월미도에서 / 위로부터 운당 조용승, 필자, 현초 이유태 (이 세 사람을 三薡이라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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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5회 「선전」에는 <요락(搖落)>을 출품해서 입선했다. 이듬해 16회에는 <승무도(僧舞圖)>를 출품하여 특선후보에 올랐었다. 1백 호가 넘는 <승무도>를 그릴 때는 대작을 그릴 방을 구하느라 고생했다. 나와 현초(이유태), 운당(조용승)이 합자해서 명륜동 4가에 있는 일본집 2층을 세내어 2층 8조와 6조짜리 다다미방 둘을 툭 터서 화실로 썼다. 집주인은 오다무라(小田村)란 일본 여자로 자매가 함께 살았다.
이 방에서 나는 <승무도>를, 현초는 서울시청 앞에 앉아 있는 지게꾼을 그린 <가두소견(街頭所見)>을, 운당은 여자가 발을 늘이고 앉아서 책 한 권을 펴놓고 있는 <춘향전>을 그렸다. 이 해 우리 세 사람의 작품이 나란히 입선해서 자랑스러웠으며 이때부터 우리 세 사람은 남다른 우의를 나눠 사람들에게 화단의 삼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註* 14회 「협전」
1935년 10월 23일부터 30알까지 휘문고보(徽文高普) 강당에서 열렸다. 이때 동양화부에 입선한 회원은 김진우(金振宇), 조동욱(趙東旭), 오일영(吳一英), 김기창(金基昶), 장우성(張遇聖), 심인섭(沈寅燮), 이석호(李碩鎬), 진세빈(秦世斌), 이용우(李用雨), 장운봉(張雲鳳), 조용승(曺龍承), 박승무(朴勝武), 고희동(高羲東), 최우석(崔禹錫), 김중현(金重鉉), 노수현(盧壽鉉), 백윤문(白潤文), 이상범(李象範), 지성채(池盛彩), 동강 정운면(東岡 鄭雲葂) 등이다.
서양화부 입선자로 서화협회 회원은 도상봉(都相鳳), 박광진(朴廣鎭), 이제창(李濟昶), 김중현(金重鉉), 공진형(孔鎭衡), 장석표(張錫豹), 이승만(李承萬), 장발(張勃), 윤희순(尹喜淳), 김용준(金瑢俊), 이종우(李鍾禹) 등이었다. 김중현은 동‧서양화 2부 회원으로 두 군데 모두 입선했다.
註** 15회 「협전」
서부(書部)에 김돈희(金敦熙), 오세창(吳世昌), 안종원(安鍾元), 이석호(李碩鎬), 민형식(閔衡植) 등 회원 입선자 외에, 김문현(金文顯), 정현복(鄭鉉輻), 이명룡(李命龍), 민태식(閔泰植), 허소(許炤), 김흡(金洽), 노재천(盧載天), 윤석오(尹錫五), 윤제술(尹濟述), 안순동(安順東), 원충희(元忠喜) 등의 일반부 입선자들도 괄목할 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