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선전」註*은 1922년 6월 1일부터 서울 영낙정(永樂町, 지금의 저동)에 있던 상품진열관에서 개최되었다.
제1회「선전」에서 한국인의 수상기록을 보면 2등상에 허백련의 <추경산수>, 3등상은 심인섭의 <묵죽>, 4등상은 김은호의 <미인승무도>, 이용우의 <고성춘심>이 차지했다. 3.1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민족대표로 서명하고 3년이나 옥고를 치른 오세창의 전서(篆書)는 서예부에서 2등상을 받았고, 최린의 <난(蘭)>은 동양화부에서 입선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무심사 참고품을 낸 서화가는 이도영(석굴수서 石窟授書), 김규진(묵죽, 글씨), 김돈희(글씨), 정대유(글씨) 등이다.
「선전」초기에 1~4등으로 수상하던 시상제도가 1926년 5회전부터는 특선제로 바뀌었다. 나는 늦은 출발로 비교적 질서가 잡힌 중기부터 참여하여 젊은 작가들과 겨루었다. 나와 함께 동양화부에서 연 4회 특선으로 추천작가가 된 사람은 운보와 정말조(鄭末朝)뿐이다. 운보는 나와 함께 낙청헌에서 그림 공부한 동문으로「선전」에 출품할 작품을 할 때면 서로 화실을 오가면서 보고 격려하던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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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재 허백련 / 한국인으로서 허백련은 제1회 선전에서 추경산수로 2등에 입상했다 [사진출처 : 임응식아카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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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조는 일본 경도(京都, 교토)회화전문학교를 나온 화학도인데 일본에 살아서인지 한국말보다 일본말을 더 잘했고 어쩌다 서울에 와도 한국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선전」에 참여할 때도 일본에서 작품을 하고 한국에 와서는 출품만 하고 돌아가는데 서울에 오면 으레 일본인으로「선전」에 심사참여를 한 마츠다 마사오(松田正雄)의 집에 유했다. 나도 그와 한두 번 만난 일이 있지만 전후에는 소식이 끊겼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화가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들은 여러 모로 유리한 위치에 있어 강력한 경쟁의 대상이었다. 일본화가로 동양화부에서 우리와 경쟁을 벌인 적수들은 카와무라 켄포(川村憲邦), 에구치 케이시로(江口敬四郞), 타나카 후미코(田中文子), 이마다 케이치로(今田慶一郞) 등이다.
카와무라는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장풍경이나 엿목판을 메고 가위 치는 모습 등 토속적인 풍속화를 많이 그렸다. 이마다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인데 관리생활을 했고, 타나카는 인물, 꽃 등을 즐겨 그렸다. 우리와 경쟁한 이 사람들은 거의「선전」의 추천작가가 되었다.
추천작가가 되지는 못했지만「선전」에 몇 번 특선을 한 동양화가는 정종여, 배렴, 이유태, 조중현, 이응로, 허건 등이다.
「선전」에서는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대체로 1부(동양화), 2부(서양화), 3부(조소‧공예)로 나누어 부마다 최고상(창덕궁상) 한 명, 차석상(총독상) 두 명씩을 뽑았다. 나는 1942년 21회 「선전」에서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탔다. 이때 모두 아홉 명이 수상했다.註* 현초는 22회전에서 차석상인 총독상을, 23회에는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받았다. 심원도 21회 때 초특선, 23회에는 총독상을 받았다.
서양화가로「선전」관문을 통과한 추천작가로는 이인성, 심형구, 김인승, 박영선 등이 있다. 이인성은 「선전」과 「제전(帝展)」에 새로운 작품을 내서 주목을 받았고 심형구, 김인승은 동경미술학교를 나온 신예작가로 각광을 받았다. 철마 김중현(鐵馬 金重鉉)은 동양화와 서양화를 넘나들며 특선을 받기도 했다.
이마동, 김종태, 박득순, 김흥수 등도 일본인 화가를 제치고「선전」에서 특선을 따낸 맹장들이다. 김종태는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부용(芙蓉)>이란 그림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각부에서도 한국인 조각가들이 실력을 과시했다. 윤효중, 김경승, 조구봉, 윤승욱 등이 특선작가다. 늦게 생긴 공예부에서는 김재석, 강창원, 이세영 등이 이름을 날렸다.
註* 제1회「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가는 김용진(金容鎭), 현채(玄采), 이한복(李漢福), 오세창(吳世昌), 최린(崔麟), 안종원(安鍾元), 고희동(高羲東), 심인섭(沈寅燮), 지운영(池雲英), 노수현(盧壽鉉), 변관식(卞寬植), 이상범(李象範), 허백련(許百鍊), 김은호(金殷鎬), 이용우(李用雨), 나혜석(羅蕙錫) 등 유명 서화가들이었다.
심사위원은 동경에서 건너온 일본화가 세 사람과 이완용(李完用), 박영효(朴泳孝), 박기양(朴箕陽), 이도영(李道榮), 서병오(徐丙五), 김돈희(金敦熙), 정대유(丁大有), 김규진(金圭鎭)
註* 1942년 21회 「선전」 수상작가
아홉 명의 수상자 중 한국인은 네 명뿐이었다.
제1부(동양화):창덕궁상-장우성, 총독상-정말조, 타나카 후미코(田中文子)
‧제2부(서양화):창덕궁상-네즈 소이치(根津荘一), 총독상-박영선(朴永善), 우도 마사코(有動正子)
‧제3부(조소):창덕궁상-없음, 총독상-김경승
(공예):창덕궁상-세오 타카마사(瀬尾孝正), 총독상-니시나 쥬로(二科十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