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는 우리나라 회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화가이다. 조선 영조(英祖) 21년 을축(乙丑 1745)년에 출생, 어릴 적부터 이미 천재적 소질을 보여 7, 8세 때 당시의 대가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712-91)에게 화법을 배웠다고 한다.
단원의 가계(家系)와 화업(畵業) 수련의 기록이 미미해서 전하는 바가 별로 없으나 ‘호산외사(壺山外史)의 ‘김홍도전’에 의하면 본관이 김해이고 만호진창(萬戶震昌)의 증손이며, 자(字는 사능(士能), 호(號)는 단원(檀園), 단구, 서호, 고면거사 등이고 화원(畵員)과 관현감(官縣監)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단원은 풍도(風度)가 아름답고 성격이 고매해서 당시 사람들이 신선 같은 사람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산수, 인물, 화훼 등에 모두 능하지만 특히 ‘신선도(神仙圖)’에 뛰어나 전(前) 사람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독창적인 경지를 열어 전무후무한 명작들을 남겼다.
정조(正祖) 때 왕명으로 내야(內衙) 분벽(粉壁)에 ‘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를 그렸는데 사환이 필묵을 받들고 있는 가운데 의관을 벗어놓고 서서 붓을 들어 휘호를 하니 기세가 마치 비바람이 몰아치는 듯 한 폭의 큰 그림이 순식간에 완성되어 파도는 벽을 무너뜨릴 듯 하고 인물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 했다고 한다.
이 벽화는 물론 전하지 않지만 또 다른 군선도(群仙圖) 병풍은 현재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병풍 그림을 감상해보면 궁중 분벽에 그렸던 ‘해상군선도’가 어느 규모였던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웅혼한 구도와 유창한 선묘(線描), 신선들의 기발한 표정들, 그리고 화폭에 넘치는 청상(淸爽)한 분위기는 가히 인물화의 극치의 경지여서 단원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화경(畵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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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군선도(群仙圖 ) / 호암미술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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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명 화가로 꼽는 삼원삼재(三園三齋), 즉 단원을 포함한 해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과 같은 명인 명류가 기라성 같이 있고, 그 외에도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 등 위대한 화가들이 많지만 단원같이 스케일이 크고 회화의 전 영역에 걸쳐 자유자재하고 기굴(奇崛)무쌍한 역량을 펼친 화가는 드물 것 같다. 요컨대 단원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정서가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초인적 인물로 우리 회화인들의 영원한 사표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단원의 소탈한 생활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관직으로 음보관(蔭補官)인 현감을 지냈으나 성격상 담담하게 처신한 나머지 가세가 적빈(赤貧)해서 끼니를 잇기 어려울 때였는데, 어떤 사람이 잘 생긴 매화 한 분을 사라고 가져왔다. 돈이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마침 누가 그림 한 폭을 원하면서 화료 3천냥을 가져왔다.
단원은 즉시 승낙하고 화료를 받아 2천냥으로 매화를 사고 8백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을 불러 매화음(梅花飮)을 즐겼다고 하는데, 나머지 2백냥이 아마 생계비였을 것이니 그것이 바로 세간사에 구애받지 않는 단원의 소방(掃放)한 성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면인 것 같아 흥미롭기 그지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