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 위인, 현인, 학자, 열사 등 역사에 빛나는 인물들의 초상화를 많이 제작했다. 내가 그림공부를 하면서 공필(工筆)화로 출발한 때문인지 이른바 영정(影幀)을 그릴 기회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자연 명인들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다. 최소 20호에서 최대 120호까지 30여 분을 그렸으니 숫자로 친다면 아마 우리나라 초상화 사상 가장 많은 초상화를 그린 것 같다.
조선시대에도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린 화가들이 있었지만 그때는 수요가 적은 탓으로 한 작가가 많은 작품을 하지 못했던 것 같고, 회견(繪絹), 채색 등 재료도 한계가 있었으며 기법에 있어서도 음영(陰影)법을 몰라 입체감을 내는데, 고심했던 것 같다.
초상화 제작에 있어 현존인들이 아닌 고인의 경우 용모 파악이 최대 난제인데, 이런 경우는 문헌 고증과 전문가들의 직접 고증을 함께 받아야 했다. 주로 고증한 분은 이병도(李丙燾), 이선근(李瑄根), 신석호(申奭鎬), 최순우(崔淳雨), 최영희(崔永禧), 진흥섭(秦弘燮), 황원구(黃元九) 씨 등이다.
내가 그린 주요 위인 영정을 제작연대순으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1953년 제작, 아산 현충사), 권율 장군(1970년 제작, 행주산성), 다산 정약용 선생(1974녀녀 제작, 한국은행 소장), 강감찬 장군(1974년 제작, 낙성대), 김유신 장군(1976년 제작, 진천 길상사/1977년 제작, 경주 통일전), 윤봉길 의사(1978년 제작, 예산 충의사), 포은 정몽주 선생(1981년 제작, 한국은행), 사명대사(1984년 경상남도), 유관순 열사(1986년 제작, 유관순기념관), 기독부활상(1985년 제작, 63빌딩), 장보고 장군(1991년 제작, 적산 법화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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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로부터 포은 정몽주, 다산 정약용, 유관순 열사 영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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