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미협과 한국미술가협회의 불협화음은 58년 제5회 <국전>이 공고되면서 노골화되었다. <국전> 날짜가 발표되자 대한미협은 기다렸다는 듯 <국전>을 보이코트하고 나섰다. 그때까지 <국전>을 주도해온 대한미협이 <국전>을 보이코트 한데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
장발은 한국미술가협회장이 된 후 예술원이 5회 <국전>심사위원을 천거하는 과정에서 같은 예술원 회원으로 대한미협에서 내침을 받는 손재형과 제휴, 한국미술가협회 쪽에서 많은 심사위원을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대한미협이 최규남(崔奎南) 문교부장관을 찾아가(56년 9월 21일) 한국미술가협회는 미술계를 분열시키고 미술문화발전을 방해하는 단체라고 지적하고 이런 단체의 회원들 다수가 국전 심사를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미협 측은 특히 <국전> 심사위원을 예년처럼 ‘평의원회(平議員會)’를 거치지 않고 예술원의 천거만으로 문교부장관이 결정한 것은 실책이라면서 <국전> 무기연기를 요구했다.
일단 이들의 요구를 맏아들인 문교부장관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국전> 심사위원 선정은 1952년도에 제정한 문화보호법에 의한 행정 조치임”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문교부장관이 말한 ‘문화보호법’은 1952년도 8월 7일 법률 248호로 공포된 법으로 <국전>과 관계되는 조문은 ‘에술원 설치, 관리, 기능’ 조에 포함된다. 이 조문은 “예술원은 국내의 예술가의 대표 기관으로 예술 연구와 발전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고 예술작품의 제작과 연구 조성에 관하여 정부의 자문에 응하고 정부에 건의한다”는 것이다.
최 장관이 이렇게 강경책을 쓴 것은 문교부의 권위를 살리고 <국전>의 공백 상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최 장관은 이렇게 배수진을 치고 뒤로 당시 문화국장이던 김상필(金相弼)을 시켜 양파의 의견을 조율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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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범모 미술평론가가 1985년 7월 20일 경향신문에 연재한 <화단이면사>에서 58년의 국전파동을 다루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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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교부장관의 강경책에 발끈한 대한미협은 <국전> 보이코트를 결정하고 10월 5일 동아일보에 광고(4단 통단)를 통해 ‘제5회 국전 보이코트에 관한 해명서’를 냈다.
"국전은 민족 미술문화 건설을 위주로 작품의 신구, 창의, 파벌을 초월하여 현역 작가를 총망라해서 1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국가적 전 미술인의 행사인 것이다.
이렇듯 의의 깊은 국전에 미술계를 분열시키고 미술문화 향상을 방해한, 소위 ‘한국미술가협회 회원’의 참가와 아울러 심지어는 심사원까지 참가시킨다는 것은 도시 국전의 본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전 미술인의 권리를 모독하고 미술계의 질서를 혼란 속에 빠뜨리는 것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소위 한국미술가협회의 망동을 일시적인 것으로 일소하고 대한미협은 오늘날까지 그들이 반성할 겨를을 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일체의 작품 활동을 관대히 묵인하는 한편, 몇몇 악질분자와 사이비 작가만 제외(한국미술가협회 창립 주동자 18명을 대한미협에서 제명했음)하고는 국전 참가에도 혼연히 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대한미협의 관대한 아량이 오늘에 와서는 국전 심사위원 선정에 분규를 일으키게끔 반동의 증장(增長)을 가져왔고 작가 아닌 사이비 작가의 등장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교부장관은 다수 미술인이 인정치 않은 사이비 작가 다수를 어찌하여 국전 심사위원에 등장시켜야만 했는가 말이다!"
라고 해명서를 통해 한국미술가협회와 문교부를 싸잡아 매도했다. 대한미협의 광고를 통한 <국전> 보이코트 위협은 당시 주관처인 문교부를 공경에 빠트렸다. 문교부장관도 담화를 통해 <국전> 무기연기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전>을 통한 이 같은 미협의 분규는 급기야 정치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국회 문교분과위원회에서 수습 소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국회 문교분과위원이던 자유당의 이존화(李存華), 표양문(表良文), 손문경(孫文境) 의원 등이 문교부 차관실(고광만)로 한국미술가협회의 각 부대표 격인 나(동양화), 김병기(서양화), 이순석(공예)를 불러 조사가 아닌 국문을 했다. 당시 국회전문위원이던 이항녕(李恒寧) 까지 배석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