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골프를 시작한 나는 아직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골프장에 나갔다. 함께 어울리는 멤버는 신용호 회장과 신용남 의원 등이었는데, 나가는 골프장은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한양, 뉴코리아, 남성대 등이었고 가끔 담도 크게 유성 등 지방 골프장도 나갔다. 물론 선배 골퍼들을 따라 나선 것이다.
이럴 즈음 삼성 이병철 회장의 배려도 있고 해서 한양 골프장에 가끔 나갔는데, 한번은 이 회장과 김용완(金容完) 경방 회장, 조우동(趙又同) 삼성중공업 회장과 한 조가 되어 필드에 나갔다. 내가 초보인데다가 백전노장(百戰老將)인 세 분들과 같이 나가자니 주눅이 들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회장이 내 스윙을 보고 아직 서투르긴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잘 할 것이라고 격려해주었다.
그 후 계속해서 안양에 나갔는데, 그때 수요회의 주요 멤버는 김용완, 조우동, 신현확, 김준성, 정진숙, 민복기, 박태원, 김진만, 김봉은, 신용호, 김남중 씨 등이다. 모두 정회원이었는데, 나는 비회원으로 신용호 회원의 초대 형식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회장은 특별 배려로 나를 평일회원을 만들어 회원증을 교부해준 것이다. 나는 참 고마웠다.
1년 쯤 지난 뒤 정회원증을 받게 되었는데, 뒷이야기를 들으니 신입회원 전형회의에서 몇몇 회원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이 회장이 나를 강력히 추천해서 통과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회장의 말대로 열심히 하면 잘 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계속하다보니 재미도 생겨, 한때 열을 올려 골프에 매달렸다. 어떤 때는 드라이버로 장타를 날려 동행 친구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내가 최초로 골프장 회원권을 손에 넣은 곳은 한성이다. 한성은 재일교포가 용인군 구성면에 건설한 훌륭한 구장이다. 한성이 완공단계에 들어갈 무렵 강병준 사장이 나에게 휴게실 로비에 걸 작품을 의뢰해왔다. 몇 마리의 학이 날아오르는 그림을 원했다. 골프장에서 미술작품을 원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고 또 신설하는 호화 골프장이라는 게 호감이 가서 힘들여 주문에 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골프장 회원권은 가격이 높아 저마다 가질 수 없는 것인데, 그때 나는 작품 대금을 회원권으로 달라고 요구해서 평생 처음 골프클럽 회원이 되었다.
이 무렵 대전 유성(儒城), 광주(光州), 대구(大邱), 동해(東海), 통도사 등 국내 유명 골프장은 거의 돌아다녔고, 제주도 일본 원정까지 했다. 어느해이던가 일본 군마현(群馬縣)에 있는 헤이와[平和] 로랜드골프장 나가시마 사장의 초청으로 일본 원정을 갔다. 나가시마 씨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일본 국적을 가진 사람인데 청주(淸州)사람으로 소년시절에 일본에 건너가 많은 고생 끝에 재산을 모아 일본 굴지의 자산가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나가시마 씨는 가끔 한국에 오면 안양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데 신 회장과 나도 안양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그의 초대를 받고 나와 신 회장, 이명복 감사 세 사람이 원정길에 나서서 동경에서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군마[群馬]역에 내리니 롤스로이스 차가 마중 나와 있었다. 이가호[伊香保]에 있는 후쿠이치 여관[福一旅館]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우리 일행과 주인 나가시마 씨가 한 조가 되어서 호화를 다한 헤이와로랜드 구장에서 마음껏 즐겼다.
한편 나는 골프클럽 장춘회(長春會)에도 회원이 되었다. 장춘회는 오랜 역사를 가진 모임인데 내가 회원으로 가입할 당시에는 회장이 최규남(전 문교부장관) 씨이고 회원이 20명 정도였다. 주요 멤버는 이동녕(동명그룹 회장), 송인상(효성그룹 회장), 김인득(벽산그롭 회장), 조정구(삼부토건 회장), 정진숙(을유문화사 회장), 김용완(경방 회장), 주근원(의학박사), 김동익(의학박사), 이원만(코오롱 회장), 조병준(고려화재 회장), 최종환(삼환기업 회장), 국악인 안비취 여사, 변호사 안희경, 윤명의(대홍기획 회장) 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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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춘회 회원들 / 앞줄 좌로부터 김상형, 조병준, 이원만, 송인상, 이정림, 필자, 김용완. 뒷줄 좌로부터 조정구, 이필석, 정진숙, 김동익, 최규남, 이동녕, 안희경, 김진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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