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 조석진(小琳 趙錫晉)과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은 조선시대 말에 우리나라 전통화맥을 이은 마지막 화가들이다. 연령의 차이는 있지만 동시대에 태어나서 나란히 높은 명성을 얻었고 화풍 또한 비슷한 수묵산수화와 영모, 어해 등을 그려 ‘소림’하면 ‘심전’을 연상할 정도로 쌍벽을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세대인 이당(김은호), 청전(이상범), 소정(변관식), 심산(노수현) 등 현대 한국화단의 중진들이 모두 이들에게 사사한 제지들이어서 사실상 과도기에 가교(架橋)역할을 한 공로자라 하겠다.
심전의 산수화는 정통 중국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영모 절지도 전통화법을 그대로 따른 전형적인 동양화이며 현학과 서법에 능해서 유창한 화제글씨가 돋보이는 우아한 유작이 많이 전한다. 소림은 어해(魚蟹)절지가 유명하고 산수화 또한 전아한 필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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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림 조석진(小琳 趙錫晉), 군리도 (소재 미상, 조선고적도보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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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인이면서 선배인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이 너무도 광채를 크게 발휘했기 때문에 후세사람들의 이목이 오원에게만 쏠려 소림과 심전이 비교적 빛을 못 본 듯하지만 풍운아적인 오원의 예술과 전형적인 선비풍의 두 화가의 작품은 대조적이어서 간단히 평가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원의 작품에서는 기발한 필치와 순발적인 재치가 넘치지만 엉뚱한 실수도 종종 발견된다. 요컨대 견고한 기초가 모자라고 순간의 감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반면 소림과 심전의 작품세계는 자유분방한 면이 부족한 대신 온건, 침착, 불가범(不可犯)의 정신과 기개가 숨 쉬고 있어 감상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세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대로 적으면 심전이 서울 한복판에서 화숙을 운영하고 있을 때 동서문 밖 삼선평에 있는 오원의 집을 가끔 찾아 갔다. 그때 동소문 밖은 온통 논과 밭이었고, 사이사이에 오막살이 초가집이 있었고, 그 중에 단칸짜리 토막집에 오원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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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 1861-1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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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원 집은 흙벽이 무너져 있어 방에까지 들어가 보지 않아도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있었으므로 심전이 집근처 멀리서 바라보아 무너진 벽틈으로 사람이 보이면 주인이 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안보이면 없는 것이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이때 오원은 그렇게 어렵게 살았고, 심전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이 조선말 우리 화가들의 생활상이다. 오원의 행적은 여러 가지 일화가 많으나 분명한 것은 출신 가계가 분명치 않다는 점, 말년에 행방이 묘연한 것, 일생동안 낭인(浪人)적 생애로 일관한 점 등인데, 전례가 드문 일이어서 후인들의 관심이 더욱 증대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