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17회 <국전> 때인가 현초(이유태)가 국전 문제로 당시 주관부처인 문공부차관 이춘성(李春成) 씨를 만난 일이 있다. 현초는 찬찬한 사람이어서 무슨 일이든 경솔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그가 몇 차례 국전 심사에 참여하면서 겪고 느낀 것을 주관처인 문공부에 건의한 것이다.
현초는 나와도 자별하게 지내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상의하곤 했다. 그가 대선배인 원로작가들과 함께 국전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다. 현초가 보기엔 참신한 작품도 “내가라(낙선)”고 하던 원로들이 별거 아닌 고리타분한 작품을 “괸찮다”고 입선해 올리는 걸 보고 몹시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대선배와 맞서 싸울 수도 없고 해서 이 같은 일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고쳐보자고 실무 책임자를 만났다. 현초는 이 차관에게 면담 신청을 하고 국전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를 조목조목 적어 건의서 형식으로 꾸며가지고 갔다.
이 차관에게 투표제나 점수제 심사를 건의하고, 대학생들의 국전 참여도 막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학생들이 1, 2학년 때 입선, 3, 4학년 때 특선을 따고도 거꾸로 졸업 후에는 낙선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낙선한 경우 서너 번은 참고 내지만 거듭되면 국전에 불만을 품고 재야 작가가 되기 십상이어서 똑똑하고 실력 있는 작가도 자칫 국전을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고 예시했다.
이 같은 현실은 대학 재학 중에는 선생 힘을 빌려 특선할 수 있지만 졸업 후에는 봐주는 사람이 없어 떨어지는 예가 많으니 이런 부조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학생의 출품은 억제하고 졸업생에게만 기회를 주자고 했다.
문공부는 현초의 이 같은 제의를 받아들여 그 해 심사위원회를 소집한 자리에서 대학생의 입선은 몰라도 특선은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못 막고 다음 해부터는 입선도 줄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전에서 대학생들의 작품을 제외하자 70년부터 대학생들만의 미술잔치인 <대학미전>이 생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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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초 이유태 (이화여대 교수 시절이다 ) [사진출처 : 임응식아카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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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에는 우리나라 국전 사상 처음으로 운영위원제도가 생겼다. 운영위원은 국전 운영을 자문하고 심사위언을 선정하는 등의 일을 맡았다.註 임기가 2년이었지만 3대까지는 대부분 초대 운영위원들이 위임되고 빠진 사람을 보충하는 정도였다.
75년에 언론인 홍승면 씨가 사퇴했고, 나도 몇몇 사람들의 각본에 들러리나 서는 운영위윈이 되고 싶지 않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문공부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77년 전해에 유강렬 씨가 별세하고 장원훈 씨가 그만둬 이신자, 김광덕 씨로 보선되었다. 70년(19회)부터 79년(28회)까지 10년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운영위원 자리를 지킨 사람은 서세옥 한 사람뿐이었다.
74년 23회 국전 때는 운영위원회가 새로 추천작가를 영입했다. 동양화 구상 분야는 나와 현초가 의논하여 추천작가를 영입하지 않았다. 금추 이남호(錦秋 李南鎬), 청강 김영기(晴江 金永基), 풍곡 성재휴(豊谷 成在休), 혜촌 김학수(惠村 金學洙), 규당 한유동(葵塘 韓維東), 화당 김재배(和堂 金哉培), 윤재 이규옥(潤齋 李圭鈺), 토림 김종현(土林 金鍾賢), 현당 김한영(玄堂 金漢永) 등 60세가 넘은 중진급만도 20여명이나 되어 무더기로 선출할 경우 국전 기강이 문란해지고 잘못 선발하면 공정성을 잃을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그 전에 동양화 비구상 쪽에서는 백계 정탁영(白溪 鄭晫永), 우현 송영방(牛玄 宋榮邦), 해정 전영화(海丁 全榮華)를 새 추천작가로 영입했다. 74년에 이어 75년(24회)에도 청초 이석우(靑艸 李錫雨)를 추천작가로 맞아들였다.
서양화 구상은 74년에 손일봉(孫一峰), 양달석(梁達錫), 주경(朱慶) 등이 새 추천작가가 되었고, 서양화 비구상 쪽은 74년에 박서보(朴栖甫), 유형근, 정영렬(鄭永烈), 조용익(趙容翊), 하인두(河麟斗), 하종현(河鍾賢), 전성우(全晟雨)를 새 추천작가로 뽑고 75녀에는 정점식(鄭点植), 윤명로(尹明老), 김종학(金宗學)을 추가했다.
註 역대 국전 운영위원
• 초대(70~71년, 국전 19-20회) : 위원장 손재형, 부위원장 이해랑,
도상봉, 이준, 김영주, 남관, 김인승, 서세옥, 이유태, 장우성, 김세중, 이순석, 조연현, 홍승면, 김성태 등.
• 2대(72~73년, 국전 21-22회) : 동상봉, 김인승, 이준 씨의 사퇴로 이마동, 박득순, 김원 씨로 보선되고, 1기 회원이 그대로 유임.
• 3대(74~75년, 국전 23-24회) : 2대 회원이 대부분 유임되고 박영선, 손응선, 최기원, 김인호, 김기승, 원경수, 정인국, 임응식 씨 등이 추가.
• 4대(76~77년, 국전 25-26회) : 몇 사람만 제외하고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
위원장 이종우, 부위원장 민태식.
천경자, 박노수, 오지호, 이마동, 김경승, 최순우, 손석주, 김종영, 김기창, 서세옥, 유영국, 변종하, 이경성, 손세일, 김기승, 김충현, 이해선, 유강렬, 엄덕문, 김수근, 장원훈 씨 등.
• 마지막이 된 6대(80~81년, 국전 29-30회) 위원장 유경채, 부위원장 이종무
조중현, 나상목, 안동숙, 안상철, 최영림, 김숙진, 권옥연, 이세득, 전뢰진, 최종태, 김정숙, 최만린, 배길기, 정환섭, 백태원, 권순형, 김희춘, 강명구, 박필호, 이경모, 김영종, 윤치오, 손석주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