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3년 3월 9일부터 14일까지 동경 은좌(東京 銀座)에 있는 마쓰이[松星]백화점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단법인 일한친화회(日韓親和會) 회장 스즈키 하지매[鈴本一] 씨와 장우성 후원회 대표 히가시 무오마치 마루초[東魚松丸長] 씨가 공동주최하고 주일 한국공보관과 일본 매일신문사(每日新聞社) 후원으로 첫 번째 일본 전시회를 가진 것이다.
일한친화회는 한국을 이해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인데 회장인 스즈키 씨는 명함 뒤에 아예 “일본은 한국에 큰 빚을 지고 있다. 한국은 훌륭한 나라다”라고 한국 예찬사를 박아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다. 나의 후원회장을 맡은 히가시 무오마치 씨는 일본의 유명한 서예ㆍ전각가로 오창석 연구의 일인자이며 <오창석 서화집(吳昌碩 書畵集)>도 출간한 사람이다.
개막식 날은 당시 주일 한국대사이던 이호(李澔) 씨가 나와서 테이프를 끊었고, 일본 문화예술계의 많은 인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이때 간다[神田]에 있는 한국 YMCA에서 한국서적 센터를 경영하는 임배근(林培根) 사장이 여러모로 도와주었다.
전시가 시작된 다음날 옛날 <선전>시대 심사 참여를 했던 가토 쇼린 씨가 찾아왔다. 동경(東京)이 아닌 먼 지방에 살고 있다는 가토 씨는 일한친화회의 초청장을 받고 일부러 달려왔다는 것이다. 8.15 해방 때 경황없이 한국을 떠난 그는 새삼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나를 보더니 활짝 달려들어 포옹하면서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모진 풍상이 서려 있는 듯 했다.
지난날 한국에서 활동하던 서양화가 야마쿠치 나가오[山口長男], 당시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 씨도 전시장에 찾아와 선물까지 주면서 축하해줬다. 모두 반갑고 고마웠다. 특히 생면부지인 어느 일본인 관람객이 즉석에서 작품 두 점을 예약하면서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진짜 동양화라고 말한 것은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언론들도 크게 다뤄줘서 보람을 느꼈고 전시기간 중에 북해도 구경을 한 것도 일본 여행 중의 조그만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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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1978년 10월 7일 인터뷰 / 70년대 필자 사유의 일면을 알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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