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권은 지금까지 검찰총장이 쥐고 있었다. 작년에 있었던 검사 인사도 김치열 검찰총장이 전행하였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은 교도행정이나 맡아볼 뿐 검찰행정에 관해서는 단순한 로보트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검찰 인사권을 도로 찾아 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상대는 만만치 않은 인사라서 신중을 기해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8월 22일 나는 먼저 검찰국장 서정각 검사를 조용히 불러서 상의하였다. 서 국장은 나에게 동조적이었고 검찰내막에 관하여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나는 다음과 같은 인사방침을 마음속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
1 - 대검찰청의 인사는 검찰총장에게 일임한다.
2 - 고검과 지검의 검사장과 차장의 인사는 장관이 한다.
3 - 서울지검의 부장검사에 대한 인사도 장관이 한다.
4 - 법무연수원의 인사도 장관이 한다.
5 - 가타 모든 검사에 대한 인사는 총장의 지휘를 받아 대검차장과 법무차관이 한다.
이러한 방침을 가지고 나는 검찰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8월 28일에 청와대에서 정부여당 연석회의가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나는 대통령의 서재에 들어가 단독 면담하는 자리에서 검찰인사 복안을 말하였고 대통령의 윤허를 받았다. “검찰총장과도 상의해서 처리하시요.”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8월29일에 나는 민복기 대법원장을 찾아가 나길조 광주고검장을 대법원 판사로 받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그리고 대법원장의 확약을 받았다. 모두가 검찰총장이 모르게 추진된 것이다. 그런 다음 8월 31일부터 9월6일까지 수원에 있는 새마을지도자 훈련소에 입소하였다. 여기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면서도 나는 검찰인사에 관한 구상을 계속하였다.
인사안을 구상한다는 것은 예술작품을 구상하는 것과 같아서 자연히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이리하여 9월 10일에는 인사구상이 완성되었다.
드디어 나는 9월 12일 오전에 총리를 방문하여 검찰인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였고 오후에 김치열 총장을 장관실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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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열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냈다) [출처 ; 대통령기록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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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이 되면 대대적인 검찰인사를 해 왔다고 하는데 금년에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며칠 전에 대통령을 만나 사전윤허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나는 김 총장에게 메모지에 받아쓰게 하고는 나의 인사원칙 등을 설명하였다. 다 쓰고 나자 그는 다음과 같이 제의하였다.
“제일 중요한 서울지검 검사장 자리에 나는 한옥신 대검 검사를 앉힐까 했는데 장관님이 서정각 검찰국장을 그곳으로 보내겠다고 하시니 그대로 하겠습니다만 그 대신 서울지검 차장검사 자리만은 저에게 주십시요. 제가 신임하는 변무관 검사를 이 자리에 앉히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라고 하고는 곧 차관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이번에 검찰인사를 단행하는대 총장과 합의가 되었습니다. 이 메모지에 적힌 대로 집행하시고 그리고 서울지검의 평검사와 그 밖의 고검, 지검의 부장검사 및 평검사의 인사는 차관이 총장의 지시를 받아 대검 차장과 상의해서 처리하시요.” 라고 말해 아주 어려운 숙제를 하나 풀었다.
김 차관이 그 메모지를 가지고 나가자 김 총장이 나에게 말하였다. “제가 보기에 장관님의 인사안은 무난한 것 같습니다. 서정각 검사의 능력을 잘 평가하고 계신데 장관 취임하신지 1년도 안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인적 사항을 파악하셨습니까?” 라고 묻는다.
나는 300여명 검사의 70% 가량이 서울법대 출신이고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라 평소부터 나는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일러 주었다. 이리하여 200명 가량의 검사에 대한 인사안이 확정되었다. 9월 17일에는 그 인사안을 총무처에 보냈고 9월18일에는 대통령의 결재가 나왔으며 9월 19일 검찰의 인사발령을 시행하였다. 특히 서정각 검사를 서울지검 검사장에 임명한데 대하여는 평판이 좋았다.
이때부터 검찰 인사권은 장관에게 돌아가 그 전통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 영동 동해 고속도로로 10월 15일에 개통.
- 대통령 시승.
- 그런데 이때 대통령의 행렬 이동상황이 수시로 평양의 김일성에게 보고되고 있음이 탐지되어 큰 소동이 벌어졌다.
- 나의 초청으로 내한한 자유중국 왕임원 법무행정부장에게 성균관 대학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 수여.
- 10월 22일 복귀가 삼성문화문고의 하나로 출간되었다.
-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 별세 (86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