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교도소 안의 재소자가 자꾸만 증가하여 4월 2일에는 드디어 6만을 돌파하여 60,657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1971년을 100으로 보면 1975년 말 현재로 137.5%(기결수 127.7%, 미결수 152.3%)가 되었는데, 그 증가요인을 보면 1) 구속인원 114.8% 2) 실형선고 143.6% 3) 이월인원 126.4% 4) 재소기간(1년 미만만 감소) 5) 석방율은 안정(56.1%에서 57%)으로 나타나 있었다. 이에 대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대책을 세워서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1) 구속영장 요구의 신중. 2) 약식 기소유예의 적극 활용. 3) 재소기간의 단축. 간이재판, 공탁, 항소억제, 가석방제 활용, 판검사의 증원 4) 법원의 협조, 교도소 증축
한 마디로 말하여 덜 잡아오고 많이 놓아주며 그리고 교도소를 많이 지어 재소자들을 편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나는 부임초부터 지방 검찰청의 검사장에게 기소율을 내리라고 지시해왔다.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을 그대로 검찰이 다 기소한다면 검찰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기소율 85%는 검찰의 자랑거리가 못된다. 도리어 법률지식이 풍부한 검사가 송치된 사건을 엄격히 조사하고 또 인권존중의 문제 같은 것도 고려하여 그 반 정도만을 기소한다면, 경찰의 횡포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찰의 권위도 서게 될 것이므로 기소율을 대폭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였다.
다만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의 처분을 내린 검사에 대해서는 모략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가 이러한 처분을 내릴 때에는 부장검사나 차장검사의 결제를 받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기소의견인 경우에도 가능한 한 약식제를 활용하여 미결 상태에서 구속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 결과 통계상으로 보면 1975년부터 피구속자의 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소자의 전체적인 숫자는 증가하기만 하였다. 이리하여 3월 30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나는 재소자가 곧 6만을 돌파하게 되었다고 보고하고 이대로 가면 금년 안에 교도소는 폭발하게 되리라고 엄살을 부렸다. 이 자리에서 남덕우 경제기획원 장관은 앞으로 교도소 신설에 많은 예산배정을 해주겠다는 언질을 주었다.
이날 나는 대검찰청에 가서 인신구속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하였다. 4월 15일에는 몇 개 교도소 내에 건물 10동 가량씩 증축하여 재소자 긴급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기획원으로부터 41억원 가량의 예산을 얻어 내는 절차를 밟으라고 김윤근 교정국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또한 4월 24일에는 교정국장에게 복역수를 탄광 노동자로 보내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하였으나 이 방안은 나중에 대통령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그리고 4월 29일에는 불탄일 경축을 위한 특별가석방 3,112명, 특별 가퇴원 210명 도합 3,322명의 석방 결재를 하였고 장동희 비서로 하여금 조계종 총무원에 가서 교도소별 출소자 인원수를 알리도록 하였다. 이들은 5월 6일(음 4/8)에 각각 가석방되었다.
이와 같이 교도소를 증축하고 또 대폭적인 가석방을 단행하였으나 재소자는 자꾸만 증가하였다. 이리하여 나는 간이공판제를 생각해냈다. 가령 가출소년이 배가 고파 공공장소에서 소매치기를 하다가 잡힌 경우 그 소년은 곧 구속되어 몇 달씩이나 비좁은 구치소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공판기일이 잡혀 출정해도 고작 2, 3분 정도의 재판을 받고 6개월 정도 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런 경우에 한 해서 간이공판제를 적용하여 신속하게 재판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 나의 제안이유였다.
이 제도의 신설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찬성하였으므로 나는 용기를 내어 9월 정기국회에 이에 관한 신설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 안건에 대해서 국회의원 전부가 반대하였다. 야당의원들은 흉계가 숨어져 있는 것 같다고 반대하고 여당의원들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반대하였다. 나는 심히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이점을 대통령도 걱정하였는지 “황 장관 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시요. 형세가 불리하면 대통령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철회하고 싶으면 철회해도 무방하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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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대정부질문과 답변을 다룬 경향신문 기사 (1976. 11. 20.) / 국회에 간이공판제 신설안을 제출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흉계가 숨어 있다고 반대했고 여당 의원들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반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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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심히 뛰어 다니면서 설득작업을 폈다. 그러나 신민당 사람들의 의심은 도무지 풀 수가 없었고 그리고 공화당 사람들은 이것을 방관하기만 할뿐 조금도 정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9월 29일 국회법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장시간 논의해 보았으나 나의 진의가 도무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나는 이 간이공판제를 포기하고 말았다. 또 한 번 국회의원에 대하여 대단한 실망과 불만을 품게 되었다.
4월2일 윤선이가 태어났다. 이선이가 죽기 전에 입원해 있던 순천향병원에서 순산된 것이다. 딸들은 어머니의 환생이라고 떠들어 댔으며 또 나는 여기에서 탈사라는 이론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4월 10일에 영준이가 살고 있는 반도아파트로 가서 윤선이를 처음으로 대면하였고 그리고 5월 2일에 윤선은 명륜동으로 첫 나들이를 하였다.
보통 때는 닫아두고 쓰지 않던 대문을 활짝 열고서 그를 맞아 들였고 이선의 죽음으로 침통해 있던 온 가족은 비로소 웃음의 꽃을 피웠다. 다음날 5월 3일에는 칠보사에서 망인을 위한 백일제를 엄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