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타교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사회적 활동의 단체구성이나 경제적 조직 같은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없다. 그러나 각 가정에 깊숙이 뿌리박고, 개인생활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각자의 인격형성에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한 공헌을 해 왔다는 것은 불 ･보살만이 아실 수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원행(願行) 즉 보살행(菩薩行)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하는 유기체를 모든 타인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도록 인격적 훈육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민중은 바로 이러한 형의 인격을 존경하고 요망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격형의 훈습(薰習)은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탁마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필연적으로 상대자를 요구하게 된다. 실제에 임하지 않고서는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러한 수행방법은「반야경(般若經)」에서 발전되어 온 것이며 특히 재가자를 위하여는 절호의 수행방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반야경(般若經)」에 특유한 실천규정이라고 지목되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반야(般若)의 육파라빌밀(六波羅密)이며 바로 보살정신이다.
이 영원히 빛나야 할 불교의 실천이념인 육파라밀을 현대의 조류에 맞게 재해석하여 현대인의 실천이념으로서 다시 해석한다면 다음과 같을 수가 있다.
제일, 포시 - 남을 대할 때는 주는 마음으로 대하고 보수없는 일을 하도록 연습하라.
인생의 고는 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구하는 것은 탐욕이고 구하지 않는 마음은 곧 해탈이다. 줄 것이 없으면 최소한도도 남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마음이라도 가져야만 한다. 보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즉 바라는 마음을 없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구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을 없이하면 苦의 근원인 탐이 제거되고, 이것이 즉 포시파라밀의 행이 된다.
제이, 지계 - 미안에 머물지 말고 후퇴되는 일을 적게 하라.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고 분풀이를 마구 하면 나중에는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후회하는 일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후회되는 일을 적게 하여 미안에 머물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데 이것이 즉 지계파라밀이요, 이 때에는 진심을 조복받을 수 있게 된다.
종래에는 재가의 오계나 출가의 이백오계를 지키는 것이 지계라고 생각되어 왔었지만, 이와 같이 진심을 조복받는 것을 지계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그것은 현대인에게 알맞고 필요한 수행덕목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삼, 인욕 -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보라. 부처님에게서 욕하신다면 배울 것이요 깨우쳐 볼 것이다.
인욕파라밀은 치를 여이는 수행방법에 해당한다. 나를 모욕하고 가해하는 자를 부처님으로 본다는 것은 원수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며 범속인으로서는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이때에는 우리의 마음을 부처님의 마음으로 바꾸기 위한 ʻ염불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인데, 가령 관세음보살을 념하는 마음으로 일념이 되어 있으면 남을 미워하는 영상이 그려질 수는 없는 것이며, 여하한 굴욕도 참을 수가 있게 되고, 도리어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무한한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제사, 정진 - 포시 ･지계 ･인욕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대하는 가장 옳은 법이니 이것들을 부지런히 반복해서 실행하라.
탐ㆍ진ㆍ치 삼독을 떼기 위한 수행방법인 포시 ･지계 ･인욕은 되풀이하여 실행되어야 한다.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인 것이므로 여기에 반드시 반복수행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제오, 선정 - 오랫동안 정진을 계속하면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나니 이것이 선정파라밀이다.
제육, 반야 - 선정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혜가 생기어 의심이 없게 되나니 이것이 반야파라밀이다.
이와 같은 육파라밀을 잘 수행하면 사물에 치심(疑心)이 없는 지혜로운 자로서 명실공히 ʻ지혜있는 유정(有情)ʼ, 즉 ʻ보살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때에 바로 불교의 이념은 성취되는 것이며 또한 불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大法船 追慕法語
- 法 語 -
인생의 오고 감이 一片白雲의 起滅과 같다 하였습니다. 누구나 육신은 뜬구름과 같이 그 실체가 없습니다. 오직 참된 본래 면목만이 時･空을 초월하고 생사에 구애됨이 없이 往來自在하게 이 세상에 와서 잠깐 머물다 가는 것뿐입니다.
本宗 전국신도회 會葬으로 여기 근엄하게 영결식전을 베푸는 故 黃氏大法船은 평범한 세간의 한 주부로서 불자의 사명을 다하였습니다. 부처님 자비의 품속에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생활의 여가를 틈틈이 내서 때로는 경전을 탐독하여 自性을 맑히고 때로는 宗團발전에 숨은 역군이 되어 불자의 올바른 자세로서 정진하였습니다. 돈독한 신앙의 마음으로 그 닦은 바 淨業은 불멸의 福田으로 비록 이 세상은 떠나지만 반드시 후세에 착한 果報를 받으리다.
왔으나 음이 없고 갔으되 또한 간 바 없이 昭昭靈靈하여 常住不滅하는 ʻ참 나ʼ는 언제나 본연 그대로입니다. 이 어찌 왔다 하여 기뻐하고 간다 하여 또한 슬프다 하리요.
떠나는 참된 黃氏大法船이여, 아무 着念없이 저 寥寥한 寂光土에 逍遙自在하소서.
1976년 1월 27일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西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