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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1 사설 — 개헌사업은 곧 착수되어야 한다
1962. 5. 17.
민정이양을 1년 후로 예정하고 있는 오늘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신중히 다루어야할 것은 역시 헌법 개정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날에 있어서 우리의 국내정치가 여의치 않았던 모든 책임을 헌법에만 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졸속주의로 만들어진 결함 많은 헌법 때문에 국내 정치가 정체화되어 4.19나 5.16과 같은 과격한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민정이 복귀할 때에 다시는 혁명적 방법이 필요하지 않도록 우리의 헌법을 잘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박정희 의장도 5.16 군사혁명 1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그의 기념사에서 "앞으로 1년 동안 우리는 민간인에게 정권을 맡기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아야 하며 국민은 스스로 헌법을 가장 민주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하였던 것인데, 이것은 앞으로 1년 동안의 과업 중에서 헌법개정의 문제가 그 첫머리에 들어간다는 것을 박의장 자신이 누구보다도 절실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개헌의 문제는 앞으로 각계 각층에서 다각도로 논의될 것이 예상되는 바이지만 우선 다음과 같은 점을 들어 일반의 주의를 환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첫째로, 개헌의 절차에 관한 문제인데 이 점은 국내 인사들 사이에 그리 큰 관심사가 되지 않는것 같지만 그러나 현재의 군사정권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는 이 문제는 결코 소홀히 다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일반인의 막연한 견해에 의하면, 대통령 중심제라든가 군원제와 같은 몇몇 원칙을 확정해 놓은 다음에 국민투표에 붙여서 그것을 채택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러나 이리하여 생겨나는 신헌법은 제2공화국 헌법과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는 그저 새로운 헌법인 것이며 따라서 여기에 종래의 대한민국과는 다른 새로운 국가가 창조되는 결과를 가져온 다는 것을 몰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여기에까지 가면 우리가 군사혁명 정부를 용납하고 지지하는 한계가 어디 있는가 라는 것까지도 문제가 된다. 즉, 구악을 일소하고 참신한 민주토대를 확립한다는 한도 내에서만 군사혁명을 용납할 것인가 또는 대한민국 그 자체의 부인까지도 허용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것인데 혁명정부 당국에서 신헌법안을 기초하여 그것을 국민투표에 붙임으로써 신헌법과 신국가를 창설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군인들이 5.16군사 혁명으로 대한민국과 그 헌법의 계승을 버리고 군정 2년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정권을 장악해 왔다는 법이론적 해석을 면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 군사혁명 군사정부를 지지하고 아끼는 인사들은 군사혁명을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테두리 안에서의 구국 비상수단으로 보고 따라서 앞으로 민정이 복귀될 때에도 역시 대한민국헌법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으로 개헌되어야 한다고 결론짓게 된다. 이리하여 대통령 중심제라든가 단원제 같은 것도 이러한 합헌절차를 밟아서 실현시켜야 하며 국민 투표의 방법에 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박의장은 전기 기념사에서 국민 여러분은 스스로 헌법을 가장 민주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였지만 이 스스로라는 말이 반드시 국민투표의 방법에 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도 해석이 되는 것이므로 앞으로 이 개헌절차에 관하여는 일반에 오해가 없도록 명확한 태도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금번의 개헌에 있어서만은 종래와 같은 비밀주의를 버리고 상당히 장시간 동안 일반국민의 의견을 듣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건국시의 헌법 제정이나 4.19 이후의 개헌 초안 작성에 있어서 직접 그 일을 담당한 분들이 소홀히 했다고는 말하지 않으나 외국의 이상적인 헌법전을 여기저기에서 모방할 뿐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았다든가 또는 초안 작성 당시의 유력한 정치세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십전(완전 무결함)을 기했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분들이(한태연교수를 염두에 두었음) 또 다시 초안 작성의 일을 맡게 되는 경우에는 과거에 미국식, 서독식으로 만들어 보았으니 이번에는 드골의 불란서식으로 만들어 보자고 하거나 아니면 앞으로 있을 민정을 본위로 하지 않고 현제의 집권세력의 의사에 맞는가 아닌가에만 신경을 쓰게 되어 결국 얼마 안가서 곧 그 모순이 드러나고 또 다시 개헌 내지 개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없으리라고는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또한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와 같이 경솔하게 개헌을 단행한 국가는 없는 것이며 모두 개헌 연구원이니 하는 것을 설치하여 이론면, 실천면에서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비로소 개헌에 착수하는 것이므로 우리도 이번만은 좋은 선례를 본따서 개헌의 대업을 신중히 완수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개헌의 대사업을 위하여 우리에게 허용된 기간은 1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종래와 같이 졸원주의로 끝내려면 물론 1년도 길다고 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검토를 해보려고 한다면 이 기간은 도리어 짧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정 당국자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개헌의 문제에 관하여 종전과 같은 침묵주의를 그대로 계속하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라도 검토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준비위원회 같은 것이라도 구성하여 활발한 논의가 이 방면에서 전개되도록 각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