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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4사설—헌법의제정이나? 개정이냐? 제헌절을 맞이하여 일언
1962. 7. 17.
작년 8월 12일의 박의장 성명에 의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의 헌법을 대통령제와 단원제로 하도록 하는 것이 군정당국의 방침임이 밝혀졌으나 그렇게 되도록 일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절차에 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일반이 머리에 그리고 있는 바에 의하면 현재의 헌법을 그대로 두고서 그 내용의 일부를 고침으로써 대통령제와 단원제의 헌법이 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의 귀착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러나 거기에까지 일을 이끌어 나감에 있어서는 법이론상 허다한 난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이러한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제일의 방법으로서 제시되는 것은 새로이 헌법을 제정하여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이 새로운 헌법을 창설하는 것은 혁명의 생리에는 가장 적합하리라고 인정되므로 이러한 방법을 천거하는 학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듣고 있다.
물론 프랑스 혁명이나 쏘련의 시월혁명에서는 혁명전의 제도가 혁명으로 말미암이 근저로부터 전복되고 여기에 새로운 제도를 창설하기 위한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5.16 군사혁명은 그러한 제도의 혁명과는 그 본질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의 군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제도 그 자체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라 구악을 일소하기 위하여 궐기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본질상 민주제도 안에서의 단순한 숙청의 혁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5.16 혁명을 이렇게 보는 경우에는 혁명의 생리만을 이유로 구헌법을 폐기하고 신 헌법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다음에 둘째로 신헌법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현재 헌법의 본문뿐만 아니라 그 전문까지도 전부 폐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리하여 신헌법의 제정과 함께 신국가가 탄생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군정당국자도 국가의 동일성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결의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우리는 믿는 바이지만 그러나 헌법이 바뀌면 국가도 바뀐다 함은 법이론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국가동일성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그냥 헌법을 제정하려는데 대하여 국민은 호의적으로 해석하고 관대히 보아 넘길 수도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 까지 그러한 관용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민주 우방으로부터 새로운 국가의 승인을 얻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지만 이미 국가의 갱신이 있는 이상 우리 정부를 유엔 감시 하의 총선거로 수립된 한국의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며 이것이 유엔총회 밖의 공산국가들에 의하여 충분히 악용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째로, 헌법을 제정하는 방법에 관하여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난점은 제정될 헌법은 비록 민주헌법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헌법을 제정하는 주체세력은 국민이 아니라 군정 당국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이 주체세력이 되어 헌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군정 당국에서 만든 것을 국민투표의 형식을 밟아서 국민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군정당국에게는 최선을 다하여 그 헌법의 내용이 가장 민주적인 것이 되도록 할 것이겠지만 그러나 국민이 주동이 되어 헌법을 제정하였다는 것이 헌법전문에서 구가되지 않는 이상 그것의 민주적 성격에 흠이 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제2의 방법으로서 제시되어 있는 것은 현재의 헌법을 그대로 두고 그 내용만을 개정하여 대통령제와 단원제로 하자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방법 역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2의 방법이 가지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결함으로 들 수 있는 것은 헌법심의위원장인 이주일부의장도 지적한 바와같이 헌법적 절차를 밟은 헌법개정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관해서는 현재의 최고회의는 입법기관이므로 여기에서 개헌을 할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고회의는 군사기간 동안 의 입법기관이요 국민이 그것을 지지하는 한에 있어서 그것은 타당한 입법기관이다. 그러나 그것은 제2공화국헌법상의 입법기관은 아니다. 따라서 거기에서 제2공화국헌법을 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만일 군정당국에서 기존헌법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여 개헌의 형식으로 내놓는 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헌법의 개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헌법의 제정인 것이며 신헌법과 신국가의 창설이 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제정과 개정의 방법이 모두 불가하므로 여기에 제3의 방법으로서 제시된 것은 민정복귀와 함께 제2공화국헌법을 완전히 원상복귀 시키고 그리고는 헌법상의 국회로 하여금 대통령제와 단원제의 헌법으로 합헌적 절차를 밟아서 고치도록 하자는 것인데 얼마 전에 모지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러한 제3의 방법을 지지하는 수가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민의원의원 뿐만 아니라 참의원의원의 선거까지도 거쳐야 하며 또 이렇게 해서 구성된 국회는 대통령제와 단원제의 개헌을 하고난 다음에는 곧 해산하고 다시 총선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절차가 번잡하다고 하여 군정당국에서는 그리 환영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이 제3의 방법은 법이론상으로는 결함이 없으나 두번 선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보아 온다면 대통령제와 단원제에로 헌법을 고친다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전기 3개의 방법이 모두 난점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국의 헌법은 그 나라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엄숙한 법전인 것이므로 우리는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여 국내외뿐만 아니라 후세에 이르러서도 말썽이 일어날 여지가 없는 완전한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5.16 군사혁명의 기본성격에 관하여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