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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5사설—개헌의 방법과 민정이양의 시기
1962. 7.23.
박 의장의 차중 담화로 개헌문제에 관한 논의는 퍽이나 그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본래 헌법은 국민 전체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있은 다음에 개정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 문제에 관한 작금의 국내분위기는 참으로 고무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 박 의장은 8.12성명을 통하여 63년 3월까지 새로운 헌법을 제정, 공포하고 권력구조는 대통령중심제와 단원제로 할 것을 밝혔던 것인데 금번의 차중 담화로 박의장은 헌법은 개정형식으로 고치는 것이 좋겠고 또 대통령제와 단원제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종전의 그의 방침을 변경 내지 완화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담화 발표를 따라 이 문제를 중심으로 수많은 의견이 제출되었는데 이제 그것들을 종합해 보면 1)새로운 헌법의 제정은 국가의 동일성을 해치므로 국제관계를 고려하여 피해야 한다는 것이 압도적 다수이고 2)대통령중심제는 찬성자가 많으나 단원제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으며 그리고 3)헌법 개정의 방법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좋은 의견이 아직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개헌의 방법에 관해서는 현 최고회의에서 개정할 수 있다느니 또는 드골식으로 국민투표에 붙이자느니 하는 의견이 없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 본란 (7월17일) 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2공화국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은 제2공화국 헌법에 의한 국회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며 현 최고회의는 물론이요 국민일지라도 이 헌법을 고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1948년에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그 후에는 국회의 권한을 제쳐놓고 직접 국민이 나서서 이것을 개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인 것이다.
논자들이 즐겨 내놓는 드골식 방법이라는 것도 본래 프랑스 제4공화국 헌법상 헌법의 개정에는 국회의 결의 외에 국민투표의 형식에 의한 국민의 승인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실제로 드골도 그러한 합헌적 절차를 밟아서 제5공화국 헌법을 만들어냈던 것이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그저 국민투표의 방법을 쓴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개헌은 오로지 제2공화국헌법에 의한 국회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된다고 하면 그것은 현재의 군정의 진행과 관련하여 참으로 미묘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헌법을 제정, 공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헌법을 개정하는 형식이 좋겠다고 박의장은 그의 견해를 변경하였고 그리고 또한 반드시 단원제를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그의 태도를 완화한 오늘에 있어서 이 문제는 결코 해결 불가능한 미문이라고만 단정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며 다음과 같은 방법도 그 하나의 해결방안으로서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첫째로, 군정당국에서 민, 참의원 선거법을 새로이 제정한다. 그리고 이때에는 선거구를 조정하여 국회의원의 수를 대폭으로 줄일 수가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수까지도 헌법상의 규정사항인 것처럼 보도되어 왔으나 그것은 잘못이며 선거법의 부표로써 얼마든지 그 수는 조절될 수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적당한 시기에 이 선거법에 의한 민, 참의원 총선거를 시행하고 이로써 제2공화국 헌법에 의한 국회를 구성한다. 그때까지 현 내각은 그대로 선거내각으로서 존속할 수가 있으며 완전한 민정이양이 있을 때까지 현 최고회의는 물론 그대로 입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는다.
셋째로, 국회가 구성되면 그 즉시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심의위원회에서 그동안 준비해 두었던 헌법개정안을 이 국회에 제출하여 일정한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에 표결하도록 한다.
넷째로 이리하여 개헌안이 통과되면 그 개정헌법에 따르는 정부조직에 곧 착수할 것이며 이리하여 민정의 조직이 끝나면 길일을 택하여 민정이양의 성대한 식전을 거행하도록 한다.
이상과 같은 방법을 취하는 경우에는 헌법에 의한 국회는 구성되었어도 헌법에 의한 정부의 조직은 없었다는 등의 점에서 법이론상 약간의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제2공화국 헌법에 의한 국회를 구성하고 여기에서 헌법을 개정하도록 하였다는 한 가지 점만으로 모든 군소문제는 해소시킬 수가 있는 것이며 법 이론상으로 상당히 국가의 동일성을 주장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참의원 선거까지도 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헌법심의위원회에서 양원제를 채택하기로 하였다면 이것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만일 단원제로 결정된다고 할지라도 선출될 참의원의 사후취급에 관해서는 가령 제1기에 한하여 존속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그 경과규정에서 적당히 처리할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방법에 의하는 경우에는 국회구성과 개헌에 뒤이은 정부조직이 있은 다음에 민정이양이 있게 되는 것이므로 참신한 민간정부를 수립한 다음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군사혁명 당초의 방침에 비추어 보아도 조금도 불안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반면에 있어서 이 방법은 국가 동일성을 유지하여 법 이론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모든 난점을 해소시킬 수가 있고 군정당국의 의사가 개헌에 충분히 반영될 수가 있으며 또 안심하고 민정이양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생과 모험을 가장 적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