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이 출범되면서 사회정화를 명목으로 조직폭력배, 부랑아 등에게 교화를 시키기 위하여 삼청교육이 실시되었다. 우리 대대에게도 삼청교육을 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부대에 철조망이 들어오고 천막과 식기, 매트리스 등 교육실시를 위한 장비들이 속속 보급되었다.
군의 특성상 예하부대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만약 상급지시에 불응하게 되면 항명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대대장으로서는 이 제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무조건 상부지시에만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청교육을 위한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이 내려왔다. 포고령이 선포되면서 1981년 1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6만 755명이 체포되었다. 보안사령부, 중앙정보부, 헌병, 검찰, 경찰, 지역정화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이들을 A, B, C, D의 4등급으로 분류했다.
A급은 조직 폭력배 수괴 및 중간간부, 상습폭력, 실형2범 이상, 흉기소지 강도, 절도, 밀수, 마약현행범 등이었다. B급은 조직 폭력배 행동대원, 상습도박, 사기꾼, 폭력우범자, 강도, 절도, 밀수, 마약재범 위험이 있는 전과자 등이었다. C급은 폭력사실이 경미하고 B급 중 정상이 참작된 자이었다. D급은 초범, 사안이 경미한 정상적인 학생 및 소년, 직업과 주소지가 일정해 개선 가능성이 뚜렷한 자들이었다.
A급 3,252명은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B, C급 39,786명은 4주 교육 후 6개월 동안 복역하게 한 다음 2주간 교육하여 훈계방면하였다. D급 17,717명은 경찰에서 훈계방면하였다. B급과 C급 판정이 내려진 사람들은 경찰서에서 무장 군경의 감시를 받으며 전, 후방의 26개 부대로 옮겨졌다. 이때 제9사단에 할당된 B, C급들을 우리 수색대대가 순화교육을 시켰다.
부대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목욕을 시킨 후 훈련복으로 갈아입히는데 대부분 몸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뱀, 여자나체, 흉기 등 가지각색의 문신이 혐오감을 더해주었다. 생식기에는 남성수술을 해서 이상한 물건을 부착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억울하게 입소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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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훗날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을 보도한 기사 (동아일보 1988. 10.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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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엄격한 규율은 적용하되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대하기로 했다. 대대장이 직접 한 사람씩 면담을 실시하고 가족들에게 걱정을 하지 않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군목, 신부, 군승으로 하여금 정신순화를 한 결과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도 많았다. 교육상태가 좋은 사람들은 특별면회도 시켰다. 면회객 중에는 이름 있는 탤런트, 영화배우, 코미디언, 정치가들도 있었는데 이를 보고 이들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알 수 있었다.
다른 부대에서는 순화교육을 하는 동안 불상사도 발생하였다.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한 방법의 훈련을 강행함으로써 1988년 국방부 국정감사 때 사망자가 54명이 발생하였음이 보고되었다. 경찰에서 인계된 피교육자 중에는 억울하게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 고발에 의하여 체포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 중에는 원한관계로 인한 케이스도 있었다.
삼청교육대에 대한 평가는 후세 역사가들이 하게 되겠지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설치목적은 좋았지만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억울하게 비합리적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면 이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세력탄압과 인권유린 사례가 있었다면 이러한 불합리한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수색대대를 창설하여 12․12사태를 맞이하였고 이어서 삼청교육대를 맡으면서 격동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대장을 마쳤다. 대대장을 마친 후 합참근무에 이어 국방대학원 교육을 받았다. 국방대학원을 졸업한 후 육군본부 인사운영감실 전투1과장을 성공적으로 역임하고 연대장으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