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군단 작전참모로 발탁 (46화)

군단 내에서 연대장 임무를 가장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람 중에서 장래성이 밝은 대령을 군단작전참모로 발탁하는 것이 관례이다. 왜냐하면 군단작전참모는 장군진급이 거의 보장되기 때문에 누구나 작전참모를 하고 싶어 하고, 군단장도 가장 중요한 직책에 가장 유능한 장교를 쓸려고 하기 때문이다.

1986년 12월 어느 날! 사단장 이병태 장군이 나에게 제6군단 작전참모로 내정이 되었다고 귀뜸해 주었다. 당시 제6군단장이었던 나병선(육사 14기)장군은 함께 근무한 인연도 없고, 평소 가까이 할 기회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잘 알지도 못했던 나병선 장군이 나를 그의 핵심참모로 발탁한 것은 군단발전을 위해서는 내가 작전참모가 되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임작전참모 여명현 대령(육사21기)은 동기생 중에서도 우수한 장교로 알려져 있었으며 작전참모 직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장군진급이 되어 다른 곳으로 영전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제6군단은 전곡접근로를 담당하고 있는 서부전선의 핵심군단이었다. 한미야전군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작전참모는 영어에도 상당한 수준이 되어야 했다. 미군들과 연합작전을 많이 하는 군단이기도 했지만 팀스피리트 연습에 주력부대로 참가하여 미2사단 등을 예하에 두고 통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임무를 맡은 제6군단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알고 한미야전군사령부에서 작전과장을 했던 내가 군단작전참모로서 가장 적임자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제6군단작전참모로 보직을 받아 그동안 쌓은 경험과 교육을 바탕으로 군단과 육군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때 내 나이 43세였다. 인생에서 가장 능률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40대이다. 며칠간씩 밤을 새워도 건강에 자신이 있고 정신적으로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군단작전참모로서 나의 잠재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고, 능률면에서 내 인생의 황금기가 바로 이때였다.

▲ 연합사령관 Lipsy 대장과 필자

군단 주무참모로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군단장 나병선 장군이 영전해 가고 육사17기 임인조 장군이 후임 군단장으로 부임해 왔다. 임인조 군단장과 전선지역을 시찰하고 돌아오는데 악천후를 만나 함께 타고 오던 헬리콥터가 불시착을 했다.

눈보라가 갑자기 휘날리면서 시야가 가려 헬리콥터가 더 이상 비행을 할 수 없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오는 가운데 강풍에 헬리콥터가 좌우로 기울면서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헬리콥터는 사고가 나면 고철과 같이 곧바로 땅에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사망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숙달된 조종사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고 뒤쪽날개가 나무에 부딪쳤지만 기우뚱하면서 야지에 불시착을 했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모두 저승행이 되었을 것이다. 밤이 되어 사방이 깜깜한 가운데 연락을 받고 온 인접부대 장병들에 의하여 무사히 구출되었던 것이다.

야전근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자식들의 교육문제였다. 딸 수진이는 처갓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이 되었던 것이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장인과 장모가 수진이를 귀하게 여기면서 친딸이상으로 돌봐주어서 마음이 놓였다. 수진이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부모로 생각하면서 잘 따르고 밝게 자라면서 공부도 잘 했다.

▲ 개구장이 차정석과 친구들(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차정석)

아들 차정석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군단이 주둔하고 있는 포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차정석은 포천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주었다. 개구쟁이 차정석이가 친구들과 함께 군단관사 잔디밭에 불을 놓다가 바람이 불어 관사가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급기야 불길은 바람을 타고 군단장 공관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소방차가 출동하고 군 장병들이 총동원 되었는데 정석이는 겁도 먹지 않고 불을 끄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여기 끄세요!”

“저기도 불이 붙었어요.”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 군단장 공관까지 불길이 가기 전에 소방차에 의해 불을 끌 수 있었다. 군단장 임인조 장군은 차정석만 보면 그때의 장면을 이야기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하였다.

2년간 군단작전참모를 하면서 몸무게가 50Kg로 줄어들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안보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였다. KAL기 폭파사건이 일어나고 후방지역에서 북한 무장괴한이 자주 출현하던 시기였다.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분단국가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하니까 안보상의 이유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전참모실에는 항상 야전침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집에서 자는 날 보다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식사는 라면으로 때우고, 머리를 많이 써야 하니까 담배를 많이 피웠다. 이때에 내가 담배를 가장 많이 피웠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나에게는 불가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엇이든지 자신이 있었다.